공포의 계절, 매년 이 시기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공포영화가 있다. 한국 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 <여고괴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여고괴담>은 그동안 시리즈 공포영화의 좋은 선례를 제시했고, 스타 등용문으로 끼와 잠재력 넘치는 배우들도 다수 발굴했다. 무려 9년 만에 6편 제작을 확정하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한 영화 <여고괴담>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Editor 윤희수 ㅣ Photo 씨네2000
‘클래스는 영원히’…<여고괴담> 9년 만에 부활 예고
1998년부터 2009년까지 영화 <여고괴담>은 11년 동안 총 5편의 작품을 배출하며 명맥을 이어온 최장수 공포 시리즈물이다. 1998년 5월 30일 첫 개봉한 <여고괴담1>은 무려 250만 관객을 돌파하며 공전의 히트를 쳤다. 5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객을 기록했으며 <장화, 홍련>(2003) <폰>(2002)에 이어 국내 공포영화 흥행 역대 3위에 랭크됐다. 당시 김규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신인 배우들이 기용됐다는 점, 개봉 당시 극장가에서 공포영화가 크게 성행하지 않았다는 점, 개봉 시기가 여름이나 특수시즌이 아니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가히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여고괴담>은 그동안 학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를 영화 안에 녹여냈다. 고교생들의 예민한 감수성, 친구들 사이에서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과 함께 동성애, 왕따, 체벌, 동반자살 등 당시 이슈가 됐던 사회적 현안들을 다뤘다. 사운드에 의존한 원색적인 공포만을 앞세웠다거나, 이야기의 기승전결과 완성도가 아쉬웠던 작품도 있었지만 한 번쯤 생각해볼 법한 이야기를 다루며 존재 가치를 증명해왔다.
하지만 2009년 6월18일 개봉한 5편을 끝으로 <여고괴담> 시리즈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관객들의 기대와 파급력이 예전 같지 않았고 급변하는 영화 시장 속에서 재정비의 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9년 만에 <여고괴담6> 제작을 확정했다. 이한나 감독이 사령탑을 맡아 올 늦가을 촬영에 돌입할 예정. 제작사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여고괴담>을 통해 데뷔하고 싶은 감독들이 노크하면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호러퀸은 바로 나! <여고괴담>이 발굴한 여배우들
수많은 재능 있는 감독과 배우들을 배출하며 ‘사관학교’라는 별명까지 얻은 <여고괴담> 시리즈. 매력과 연기력을 갖춘 신예 얼굴을 발굴하는 것은 <여고괴담>의 통과의례였고,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지금까지도 영화·방송계에 단단히 입지를 세운 여배우들이 많다.
<여고괴담1> 최강희·박진희 <여고괴담1>의 상징적인 배우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장면에는 최강희가 있었다. 최강희는 극중 모두의 무관심 속에 입학과 졸업을 반복하며 학교를 떠도는 재이 역을 맡았다. 특수 분장, 피칠갑 없이 평범한 여고생 모습만으로도 극강의 공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특히 어두운 밤 ‘쿵쿵쿵쿵’ 하고 거리를 좁혀오는 장면은 지금의 <여고괴담>과 최강희를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량은 적지만 얄미우면서도 연민이 가는 소영 역의 박진희도 <여고괴담>으로 눈도장을 찍었고, 이를 계기로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여고괴담4:목소리> 서지혜·김옥빈·차예련 세 여배우 또한 <여고괴담4>가 발굴한 신인이다. 당시 한효주, 정유미, 박신혜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자리를 꿰찼다. 단역으로 얼굴을 종종 비췄던 서지혜, 김옥빈은 첫 주연을 맡았고 차예련은 특유의 서늘한 인상으로 주목 받아 2007년 공포영화 <므이>에도 주연으로 발탁됐다. 김옥빈은 이후 <박쥐>, JTBC드라마 <유나의 거리> 등 색깔이 뚜렷한 작품으로 개성을 살렸고, 서지혜는 드라마, 스크린 상관없이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최근에는 현빈, 장동건과 함께 <창궐> (2018, 김성훈 감독)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