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더 스퀘어" 위선과 모순을 겸비한 현대인들을 향해
[리뷰] "더 스퀘어" 위선과 모순을 겸비한 현대인들을 향해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7.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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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위선을 목격하기란 어렵지 않다. 누구보다도 선한 일을 하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뒤에서는 착취를 감행하고, 겉으로는 정의와 윤리를 외치는 자가 문란한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른 장면을 수도 없이 봐왔다.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상품으로 장사를 해왔던 사람들도 있었고, 신을 앞세워 자신의 권력과 경제력을 담보하려 했던 종교인들은 역사와 현실 앞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더 스퀘어>는 위선과 함께 모순된 행동을 자행하는 현대인들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하는 작품이다. 스웨덴 출신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박물관 총 책임자인 크리스티앙(클라에스 방)에게 벌어지는 일상적인 상황을 통해 작게는 스웨덴 사회를, 넓게는 현대사회에서 나름 기득권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불합리함과 편견, 치졸한 속내를 완전히 발가벗긴다. 

장르는 ‘예측불허 코미디’, 러닝타임은 151분으로 어딘가 독특함이 있는 이 영화는 시종일관 재기발랄한 유머코드와 함께 임팩트 있는 장면, 통렬한 메시지까지 겸비한다. 칸 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하는 작품이다. 

줄거리_겉과 속이 다른 크리스티앙의 일상

크리스티앙은 자신이 소속된 박물관에 아르헨티나 출신 예술가의 작품 '더 스퀘어'를 전시하고자 한다. '더 스퀘어'는 약 4m의 정사각형의 공간이다. '신뢰와 돌봄의 성역으로, 여기서는 모두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예술품이다. 냉소주의와 이기주의로 가득 찬 현대사회에 믿음과 관용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그럴듯한 정의를 내세우는 이 예술품을 전시하고자 하는 크리스티앙의 행동은 예술품의 메시지와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영화는 크리스티앙의 일상을 그린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라 불리는 스웨덴에는 길거리에 거지들이 즐비하다. 크리스티앙은 출근길에 마주하는 거지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괴한에게 쫓기는 여성을 도와주려다 도리어 도둑질을 당한다. 도둑질을 당한 물품을 찾기 위해 협박 편지를 남기기도 한다. 협박 편지로 인해 도둑으로 몰린 이민자 소년이 사과를 받기 위해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자, 높은 계단에서 밀어버리며 심하게 화를 내는 크리스티앙이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여기자와 잠자리를 가진 뒤 서로를 못 믿는 탓에 콘돔을 사수하려고 한다. 예술품을 청소부가 망가뜨리자 사실을 숨긴 채 적당히 고쳐 전시하려고 한다. 관객들에게는 예술품의 사진 한 장 찍는 걸 막지만, 박물관 내부에서 클럽 파티를 펼치기도 한다. 눈길 한 번 안 준 거지이지만, 필요할 땐 서슴없이 도움을 요청한다. '더 스퀘어'의 홍보를 위해 금발의 어린 소녀가 폭발하는 영상을 만들었다가 여론의 폭격을 맞고 자신의 직업을 잃는다. 그 과정에서 기자들과 '표현의 자유'를 두고 열띤 토론을 펼치기도 한다. 설전의 내용이 크리스티앙의 일상과는 대조되게 굉장히 심도 있고 깊이가 있어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는 박물관 책임자 크리스티앙에게 약 1~2주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 과정에서 크리스티앙이 혹은 크리스티앙 주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위선과 편견, 모순된 장면들이 나열된다. 

주제의식_우린 다 모순적이잖아

영화는 크리스티앙을 통해서 자신의 모순과 위선까지도 되돌아보게 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행동과 숨어서 하는 행동이 극명한 차이가 있는 크리스티앙과 그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과연 나는 온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자신이 필요할 때 혹은 기분이 좋을 때만 선의를 베풀고, 자신에게만 유리하도록 행동하는 크리스티안을 비난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있을까. 어쩌면 우리 모두 크리스티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게 된다. 

주제의식이 가장 극명히 드러나는 장면은 행위 예술가가 원숭이로 분해 박물관에서 초청한 교양인들의 식사자리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다. 이 행위 예술가는 정도를 넘어선 무례한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제지하려고 하지 않고, 심지어 고개를 숙인 채 회피한다. 심지어 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해 도움을 요청하는데도 누구하나 선뜻 도와주려고 나서지 않는다. 끝내 한 노인이 참다못해 나서자 뒤늦게야 달려 나와 행위 예술가를 폭행한다. 내가 나선 다해도 다른 사람들이 침묵할 것 같은 불신과 두려움이 팽배한 이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대목이다. 

또한 전시회의 흥행을 위해 언론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며 자극적인 홍보물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하는 부분은, 노출을 통해 대중 앞에서 관심을 끄려는 배우 혹은 걸그룹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영화는 이렇듯 온갖 교양으로 위선과 모순을 포장해놓은 현대인을 해부한다. 원숭이와 너희가 다를 게 무엇이냐고 찌르듯이 묻는다. 자신에 내면까지도 되돌아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쩌면 원숭이나 크리스티앙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연출_상당히 긴 호흡이 주고자하는 것

영화는 상당히 천천히 느린 템포로 이어진다. 액션 장르가 지루한 부분을 커트해 숨 쉬기 힘들게 만드는 것과 대비된다. 택시나 엘리베이터에서 체험하는 어색함들, 회의시간에 갑자기 생긴 침묵, 대화를 나누던 중 시끄러운 소음으로 인해 대화가 막혔을 때 발생하는 답답함 등을 최대한 담아내려 한다. 

또한 영화는 어린 아이들의 울음 소리, 강아지의 짖는 소리, 어떤 물품들이 와장창 쏟아지는 소리, 틱 장애 환자의 요란한 욕설 등 끊임없는 소음을 제공하며 인생의 불협화음을 묘사한다. 이 불협화음은 인생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잘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을 표현하고자 함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소음과 예측불허의 대사와 표정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코미디를 자아내며, 블랙코미디의 맛을 느끼게 한다.

연기_클라에스 방의 천부적 자질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주로 연기생활을 해온 클라에스 방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유창하게 연설을 하고, 문장과 단어 하나에 폭력성을 고심하기도 하며, '표현의 자유'와 같은 주제를 놓고는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지성인이면서도 이면의 진한 지질함을 굉장히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나약한 자아를 가진 40대 남성의 비겁함이 클라에스 방의 얼굴에 담겨 있다. 외국어를 사용함에도 현실 연기가 뛰어나다는 것이 느껴진다. 어떤 캐릭터에서도 보편적 인간의 설정을 교묘히 집어넣으며 인간의 냄새를 불어넣는 송강호의 연기를 보는 듯 하다. 다른 배우들 역시 능청스럽게 자신의 연기를 적절히 표현한다. 특히 협박 편지로 인해 도둑으로 몰린 이민자 소년 역의 아역 배우는 인상이 깊다. 

영화를 상품과 예술로 나눈다면 <더 스퀘어>는 예술 영화로 쏠려 있는 작품이다. 영화적 설명이 굉장히 친절하지는 않다. 드문 드문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도 준다. 하지만 그 안에서 관통하는 메시지는 하나로 연결된다. 영화를 예술의 영역으로 인정하는 관객에게는 기쁨을, 상품으로 보는 관객에게는 지겨움이 될 것이다. 

한줄평:우리의 모순을 되돌아보는 시간

별점:★★★★★★★★(8/10)

PHOTO 매그놀리아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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