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변산", 청춘이 ‘웃픈’ 흑역사와 화해하는 법
[리뷰] "변산", 청춘이 ‘웃픈’ 흑역사와 화해하는 법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6.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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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이준익 감독이 오랜만에 자신의 주특기를 살린 유쾌한 영화로 돌아왔다. <동주> <박열>에 이은 청춘 3부작이자무려 5년 만에 내놓은 현대극 <변산>이 그 주인공. <라디오스타>, <즐거운 인생등에 녹아있던 이준익 감독 특유의 변두리 정서와 정겨운 촌스러움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육체는 젊게 태어나 늙어가기에 비극이지만 영혼은 늙게 태어나 젊어짐으로 희극이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나이와는 상관없는 이준익 감독 특유의 활력과 감각이 <변산>을 더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완성해냈다

 

줄거리누구나 흑역사 하나쯤은 있잖아요

힙합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 랩 네임 ‘심빡’으로 무려 6년 째 개근 중인 무명래퍼 학수(박정민). 발렛 파킹,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연명하며 진정한 래퍼가 되길 꿈꾸지만 가난한 청춘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러던 중 고심 끝에 재출전한 <쇼미더머니>에서 또 다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인생 최악의 순간에 놓인 그 때, 학수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벗어나고 싶었던 고향 변산으로 향한다. 학수의 동창이자 그를 짝사랑했던 선미(김고은)의 계략에 낚여 결국 변산에 발 묶이게 된 학수는 징글징글한 옛 친구들을 만나고 에측 불허의 사건을 겪으며 시험에 들게 된다. 지우고 싶었던 흑역사를 억지로 마주하게 된 학수는 자신의 과거에 정면 승부할 것인가, 도망치고 말 것인가. 

주제의식_ 청춘이여, 마음껏 웃고 울어라 

원대한 꿈이 있지만 현실에 벽에 부딪혀 그 꿈에 다가가지 못하는 청춘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발붙일 곳 없는 불안정한 청춘 학수는, 그가 나고 자란 고향에서 비로소 자신의 자리를 되돌아보게 된다. 아버지와의 갈등, 친구와의 문제, 실패한 첫사랑 등 그동안 숨기고 도망치기에 급급했던 자신의 ‘흑역사’를, 과거로 치부했지만 결국 현재의 삶까지 뒤흔드는 본인의 문제를, 똑바로 직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변산>은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뛰어넘으며 한층 성장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청춘의 면면을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으로 조망한다. 

꿈, 고향, 가족, 첫사랑 등 혹자는 너무 익숙해서 진부하다고 할 법한 키워드들을 ‘웃픈’ 자전적 고백과 랩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통해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시켰다. 자칫 유치하고 촌스러울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건들이며 특유의 따뜻함을 선사한다. 아버지와 아들, 고향과 랩이라는 키워드들이 한데 모여 ‘세대의 조화로움’을 완성해냈다. 근래 국내 상업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정이라는 고유의 정서가 <변산>을 감싼다. 

연출_ 뻔한 이야기도 끄덕이게 만드는 이준익의 힘! 

<변산>은 이준익 감독의 장점, 특유의 휴머니즘이 제대로 살아있는 작품이다. 가장 그 다운 작품으로 돌아온 이준익 감독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능수능란하게 <변산>의 120분을 장악한다. 흔한 이야기, 키워드를 특별하게 재구성해내는 능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리얼리티, 웃음, 감동의 완급조절을 완벽하게 해냈다. 

이준익 감독은 자신을 ‘촌스러운’ 사람이자 ‘꼰대’라고 지칭한다. “값나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 살진 말어!”라는 학수를 향한 선미의 대사도 어쩌면 이준익이 청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른다. 문자 그대로만 본다면, 젊은 세대들에겐 ‘오글거리기만 한’ 꼰대의 충고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몇몇 장면은 촌스럽고 투박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청춘들이 피하지 않고, 많이 사랑하고 다투고 화해하며 살아가길 바란다”는 그의 말처럼, <변산>에는 청춘을 향한 그의 정겹고도 애정 어린 시선이 가득하다. 

연기_·조연이 필요 없는 연기 앙상블

<동주>에 이어 이준익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박정민은 그가 왜 이준익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가 연기를 통해 증명한다. 전라도 사투리, 듣기 그럴싸한 랩, 춤까지 도전해야했던 박정민은 학수를 정감가고 매력적인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학수를 가장 잘 이해해야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직접 랩 작사에까지 참여했으니, <변산>을 향한 그의 열정은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김고은은 <변산>을 만나 비로소 제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보인다. 수수하면서도 할머니의 영혼이 깃든 듯 푸근한 매력이 선미를 더 사랑스럽게 만든다. 

학수의 성장기라는 큰 줄기가 있지만 <변산>에는 소모되는 캐릭터 하나 없이 모두가 극 안에서 활어처럼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김준한과 고준은 진중한 역할을 맡았던 바로 전작을 깡그리 지워버릴만큼 <변산>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매력을 발산한다. 신현빈 또한 사랑스러우면서도 치명적인 인물로 분해 사건의 갈등을 조장한다. 이밖에도 일명 ‘렉카 3인방’이라 불리는 배제기, 최정헌, 임성재가 정겨운 웃음 포인트를 담당하고 장항선, 정규수, 정선철 등 내공 깊은 중견 배우들이 탄탄하게 중심을 잡는다. 

Editor 박주연  Photo 메가박스 플러스엠

한줄평  웃음재미감동을 한 데 버무린 푸짐한 한 상

평점  ★★★★★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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