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녀" 악과 악의 충돌
[리뷰] "마녀" 악과 악의 충돌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6.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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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워너브러더스

영화 <신세계>로 충무로에 화려하게 입성한 박훈정 감독이 새로운 신작 <마녀>를 내놨다. 여성 히어로라는 소재와 기억을 잃은 소녀가 악당들을 소탕한다는 흔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박 감독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관객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도록 스토리를 꼬아놓으면서도 일반 영화들과 달리 템포를 느릿하게 가져가는 색다름이 있다. 순수한 소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현실과 환상이 조합된 액션은 이 영화만의 미덕이다. 자기만의 색감을 뚜렷하게 가져가고 있는 박 감독의 신작은 재미의 유무를 넘어서 도전만으로 유의미함을 내포한 작품이다.

1500:1의 경쟁률을 뚫은 김다미와 연기파 배우 조민수와 박희순, 순수한 얼굴에서 서늘한 카리스마로 변신을 꾀한 최우식 등이 출연한다.

줄거리_시골 소녀의 잔혹 복수극

기억을 잃고 사는 한 소녀 자윤(김다미)이 있다. 어린 아이들을 감금하고 사육하는 지옥같은 곳에서 탈출한 아이다. 몸이 아픈 아버지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늘 조잘조잘 떠드는 명희(고민시)가 베스트 프렌드다. 공부는 전교 1등, 음악도 미술도 그 어떤 분야에도 실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한 달 안에 죽을 수도 있다. 부모는 이 아픔을 잘 모르는 듯 하다. 속은 복잡하지만 겉으로 봐서는 누가봐도 평범한 사람이고 가정일 뿐이다.

집안의 가세가 기울자 자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맑은 이미지와 뛰어난 가창력 덕에 상위 라운드에 진출한다. 순수한 표정으로 염력을 사용하는 모습을 방송에 공개하기도 한다. 방송이 나온 뒤 얼마 후 낯선 사람들이 찾아온다. 하얀 얼굴의 남자가 "마녀 아가씨"라며 시비를 걸고, 우중충한 검은 정장의 무서운 사람들이 납치를 하려고 한다.

여러 위기를 넘긴 그날 밤, 총을 무장한 괴한들이 찾아온다. 자윤의 눈앞에 명희가 포로로 잡혀 있다. 머리를 감싸쥐던 자윤은 단숨에 괴한들을 완벽히 제압한다. 남들과는 다른 최고의 유전자로 태어났다는 자윤의 실체가 드러난 것. 그 모습을 본 얼굴이 하얀 귀공자(최우식)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게 해주겠다며 자윤을 안내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기억을 되찾는다.

자윤은 어릴 적 자신을 초인적인 괴물로 만든 사람들을 다시 만나면서 하나 둘을 처치해간다. 그리고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구하려 한다. 그 가운데서 10년 동안 얽히고설킨 복잡한 감정을 풀어나간다. 자윤의 복수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자윤은 왜 그토록 복수에 집착하는 것인가.

주제의식_인간의 본성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박훈정 감독은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명제를 담았다고 말했다. 인간 본성은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에 대한 담론을 담으려 했다는 게 그의 의도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에게 폭력성을 투여하면서 인간 흉기로 만든 사람들과 그들로 인해 괴물이 된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본성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극중 자윤은 맑고 순수해 보이는 겉모습 속에 악에 바친 복수심이라는 이중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부모라면 껌뻑 죽는 한 자윤은 복수할 상대를 만나자 기다렸다는 듯 제압해나갈 뿐 아니라 소위 '뼈를 때리는' 비아냥으로 상대를 무시하기도 한다. 영화는 자윤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어려운 문제를 낸다.

인간은 선하게 태어나는가 혹은 악하게 태어나는가, 또 선과 악은 선천적인 것인가 후천적인 것인가라는 답을 내기 어려운 문제를 던지기는 하나, 이 메시지가 선명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연출_온갖 히어로의 재능을 가진 '소녀 히어로 액션'

인간이 뇌의 역량에 약 3%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는 이를 비튼다. 자윤은 뇌 전문가 닥터 백(조민수)로 인해 엄청난 분량의 뇌의 재능을 사용한다. 염력은 물론 데드풀처럼 총알을 맞아도 금방 재생이 가능하며, 움직임의 속도는 빛보다 빠르다. 하늘을 나는 것은 한편 기로써 상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마블 히어로에서 각각 갖고 있는 재능을 모두 갖고 있다.

자윤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는 귀공자와의 한 판 싸움은 <마녀>만이 갖고 있는 미덕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느릿한 템포를 갖고 있지만 액션 만큼은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한국 무술을 이용한 액션 연기와 히어로물을 연상시키는 카메라워크, CG는 해외 영화 못지않다.

연기_김다미를 위한, 김다미에 의한, 김다미의 영화

영화는 자윤의 이야기다. 맑고 투명한 이미지를 가진 소녀의 복수극이다. 그렇기에 이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가 정말 중요했고, 제작진 역시 이를 알고 있다는 듯 1500여명이나 오디션을 봤다. 그렇게 캐스팅된 배우가 김다미다.

김다미는 신예임에도 불구하고 노련한 연기를 펼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청순한 이미지에 잔혹한 복수심을 담는다. 액션을 하는 중에도, 날카로운 말을 뱉는 중에도 늘 미소를 머금는 연기가 일품이다. 김다미를 발굴했다는 것만으로도 <마녀>는 의미가 있다.

또 하나의 놀라운 배우는 최우식이다. 선한 인물을 주로 연기해온 최우식은 귀공자를 통해 서늘한 카리스마를 드러낸다. 대중 앞에서는 거의 처음 공개되는 이미지이나 준수하게 묘사해낸다. 미스터 최 역할의 박희순은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지만, 조민수는 지나치게 연극적인 톤을 잡아 다소 어색함을 준다. 쉴 새 없이 떠드는 명희 역의 고민시는 김다미 못지않게 눈을 사로잡는다.

자신만의 색감이 뚜렷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관객 입장에서 이 영화를 다소 어렵게 생각할 수 있다. 불친절한 작품인 만큼 호불호가 나뉠 가능성이 높다. 영화의 신선함을 추구하는 관객이라면 후한 반응이 나올 것이다. 영화적 감각이 뛰어나지 않은 관객은 스토리를 따라가기도 벅찰 수 있다. 반전은 크게 예상하기 어렵지 않으나 그 표현에는 강렬함이 있다. 이 지점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색감 있는 배우들의 새로운 연기와 액션도 플러스 요인이다. 그럼에도 영화의 색이 워낙 독특한 탓에 취향을 크게 탈 것으로 보인다.

 

한줄평: 만들어진 악과 태생적인 악의 충돌

별점:★★★★★★(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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