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파라독스" 뒤틀어진 욕망, 이면의 희생
[리뷰] "파라독스" 뒤틀어진 욕망, 이면의 희생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6.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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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언픽쳐스

영화 <파라독스>의 제목의 번역은 역설을 의미한다. 역설의 사전적인 의미는 언뜻 보면 일리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것에도 불구하고, 분명하게 모순돼 있거나 잘못된 결론을 이끄는 논증 또는 사고, 실험을 일컫는다.

홍콩판 <테이큰>(2008)으로도 알려진 <파라독스>는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있는 뒤틀어진 욕망이 역설적이게 참혹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과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희생적 사고가 얼마나 큰 사랑을 만들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영화다.

영화 <살파랑>으로 각종 유수의 영화제에서 큰 찬사를 받으며 홍콩 액션 영화의 거장으로 올라선 엽위신 감독의 작품이다. <엽문>을 통해 홍콩 무술 영화 부활의 가능성을 제시할 뿐 아니라 짜임새 있는 구성과 역동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연상케하는 외모의 배우 고천락을 비롯해 오월, 토니 자 등이 출연한다.

줄거리_생명 같은 딸이 실종됐다

2008년 개봉한 <테이큰>은 237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관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잘 큰 특전사 한 명이 장기매매 조직을 혼자서 소탕하는 쾌감은 영화적 개연성을 떠나 관객들에게 엄청난 통쾌함을 주면서 액션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파라독스> 역시 <테이큰>과 궤를 같이 한다. 금지옥엽인 딸 윙지(한나 찬)가 태국에서 실종되면서 영화는 출발한다. 19살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딸에게 리청지는 큰 상처를 준다. 경찰인 리청지는 남자친구를 청소년성폭행 범죄자로 몰아버리고, 딸이 가진 아이를 낙태시키게 만든다. 희망을 잃은 딸은 태국으로 혼자 여행을 가고, 장기매매 조직으로부터 납치된다. 그리고 실종된다.

소식을 접한 고천락은 태국에서 만난 초이 킷(오월) 형사와 팀을 이뤄 딸을 납치한 범죄조직을 수사한다.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수사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다. 딸을 납치하는데 최고 우두머리는 태국의 시장이다. 재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심장병이 도지자 그를 보좌하던 비서(임가동)이 장기매매 조직을 알선해 딸을 납치한 것. 윙지를 납치한 목적은 시장에게 심장을 주기 위함이다.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가운데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딸을 납치하는 장면을 목격한 목격자가 나타나면서 수사는 갑작스럽게 진전되고, 리청지와 초이 킷은 장기 매매 조직을 소탕해 나간다. 리청지는 딸을 구해낼 수 있을까.

주제의식_욕망과 사랑에 대하여

영화는 욕망과 사랑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거의 대부분의 영화가 사랑과 욕망이라는 이분법적 논리 속에서 작품을 풀어내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아내를 잃은 리청지에게 있어 딸은 생명같이 중요한 존재다. 그런 딸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고, 이미 아이도 가졌다고 한다. 질투와 시기, 원망 등의 감정이 버무려진 리청지는 딸이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감옥에 보낸다. 딸을 사랑한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욕망을 해소한 것이다. 그 아픔을 달래기 위해 태국으로 여행을 간 딸은 납치를 당한다. 리청지가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딸을 납치한 자들은 역설적이게도 인간보다 돈(욕망)을 더 소중히 여기는 장기 매매 조직이고, 그 위에 인간보다 시장의 재선이 중요한 시장 일당이다.

딸의 불행에 원인 제공은 아버지의 욕망이 된다. 여기에 돈을 탐하는 장기밀매단과 국민을 대신해 일하라 뽑은 시장과 그 일당의 사적 욕망이 결합되면서 약하고 순수한 존재인 딸이 타락하게 되는 역설이 담겨 있다.

반대의 역설도 있다. 어린아이를 구하려다 세상을 떠나게 된 형사 탁(토니 자)의 모습이나, 후반부 악마같은 시장 일당을 찾아 복수하기 직전 초이 킷의 아내가 포로로 잡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복수가 아닌 희생을 택하는 리청지의 행동으로 인해 초이 킷의 아내가 살고 뱃속의 아이가 생명으로 태어난다. 이는 희생이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또 다른 역설을 설명한다.

이 영화는 욕망과 사랑을 역설적인 화법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개연성이 높지 않고, 임팩트도 강하지 않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테이큰>을 표방하지만 스케일이 상대적으로 턱 없이 작은 지점 역시 원작의 쾌감에 도달하지 못하는 요소다.

연출_아기자기 하면서 강렬한 홍콩 액션을 기대했는데..

홍콩 영화의 무술적 특성은 늘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빠르고 간결하면서 상대의 숨통을 노리는 홍콩 특유의 액션은 즐거움을 만든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부분을 기대했으나, 결과부터 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홍금보가 무슬 감독으로 투입됐으나, 토니 자를 제외하고는 배우들이 정통 무술 액션 배우는 아니라 액션에 허전함이 있다. 고천락의 경우에는 상체만을 이용하는 액션은 부자연스럽다. 토니 자가 워낙 분명하고 멋진 액션을 뽐내다 보니, 고천락과 오월의 액션은 상대적으로 어색하고 아쉽다.

엄청 강해보이는 타격을 당했음에도 벌떡 벌떡 일어나던 인물들이 갑자기 쓰러져 버리는 일관성이 없는 모습이나, 주인공만큼은 총알이 피해 다니는 느낌의 올드한 액션이 허구적으로 다가와 몰입감을 해친다. <테이큰>의 역주행 카체이싱 시퀀스라도 있어서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한 장면을 제공했다면 어땠을까 한다.

연기_안정감과 무난함 사이

고천락이나 오월, 토니 자, 임가동 등 대부분이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 감정적인 연기가 크게 요구되는 영화는 아니다 보니 배우들이 크게 연기력을 선보이는 장면이 없다. 대부분 액션에 치중한 느낌이다.

고천락의 경우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격한 감정을 표출하지만 그 모습이 아주 강렬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느낌만 남긴다.

욕망과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꼭 <테이큰>의 줄거리를 차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테이큰>의 아류라는 시선을 벗어나기엔 역부족인 작품으로 보인다. 나름의 미덕을 갖추려고 노력했으나, 완성도적인 면에서 공백이 보인다.

 

한줄평:원작에 현저히 못 미친 홍콩판 <테이큰>

별점:★★★★★(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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