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상우 “사랑꾼 타이틀? 늘 부족한 남편이죠”
[인터뷰] 권상우 “사랑꾼 타이틀? 늘 부족한 남편이죠”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6.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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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상우가 <탐정더 비기닝>(2015)에 이어 약 3년 만에 스크린 컴백을 이뤘다. KBS2 드라마 <추리의 여왕시즌 1,2에 연달아 출연하며 안방극장에서는 종종 얼굴을 비췄지만 영화 작품으로 그를 만난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데뷔 초 <동갑내기 과외하기> <말죽거리 잔혹사등 영화에서 특히 두각을 드러냈던 연기 행보를 되짚어보면 지금의 그의 컴백이 더욱 값지고 반갑다

권상우는 <탐정: 리턴즈>에서 타고난 촉을 가진 ‘셜록’ 덕후 만화방 주인 강대만 역을 맡아 또 다시 성동일과 재기발랄한 호흡을 맞췄다. 자타공인 연기만렙 성동일과 주고받는 차진 호흡과 유연하고 능청스럽게 튀어나오는 생활 속 코믹 연기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선사한다.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코믹 작품에서 두각을 보여온 만큼, 권상우는 <탐정: 리턴즈> 안에서도 웃음 완급조절을 능숙하게 해낸다. 

<탐정: 리턴즈> 개봉을 앞두고 <스타포커스>와 만난 권상우는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변함없는 ‘아내 사랑꾼’ ‘딸 바보’ 일상을 공개했다. 다음은 권상우와의 일문일답이다. 

Q. <탐정더 비기닝이후 3년만에 후속편이 나왔다선뜻 함께 뜻을 모은 이유가 궁금하다

A. <탐정: 더 비기닝> 때 첫 날 5만 관객이 들었다. 그런데 입소문을 타더니 결국 260만까지 들더라. 영화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사고는 무궁무진하고 관계 설정이 재미있기 때문에 잘하면 되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사실 전작에서의 260만 스코어로만 보면 속편이 나올 상황은 아닌데 <탐정> 시리즈가 가진 고유한 힘이 있는 것 같다. 기자 시사회 반응이 좋아서 뿌듯하다. 하지만 아직 개봉 전이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하지만 나 또한 지루하지 않게 잘 봤다. 

Q.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떤 점에 가장 매료됐는가.

A. 빵빵 터지는 신은 없고 작은 웃음이 이어지는 영화라고 생각 했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웃기는 신들도 많다. <셜록 홈즈>나 <미션 임파서블>은 초능력자같은 능력을 발휘하며 사건을 해결하지 않나. <탐정: 리턴즈>는 요즘 일상을 사는 소시민의 삶을 잘 담아냈다. 집엔 거짓말을 하고 사무소를 차렸는데 사무실엔 똥파리만 날리고. (웃음) 요즘 먹고 살기 힘든데 소시민 가장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사건을 찾아서 능력 밖의 일을 해내는 것, 불완전한 사람들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관전 포인트인 것 같다. 한국형 탐정을 잘 담아내지 않았나 싶다. 

Q. 성동일과 호흡이 인상적이다이젠 정말 파트너 같다.

A. 이미 한 번 해봤고, 다 알고 시작하니까 ‘연기 하자!’ 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말이 필요 없었다는 게 맞는 것 같다. 모니터도 잘 안 봤다. 둘이 맞춰보고 느낌으로 하는 거다. 찍으면서 ‘이건 편집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과감하게 촬영에 임했다. 촬영이 끝나고는 술 한 잔씩 했다. 평상시에 술을 잘 안 마시긴 하지만 집 떠나서 지방 촬영 오면 외롭지 않나. 같이 모여서 술 한 잔 기울이고 얘기하다보면 내일 촬영 얘기 하게 되고. 그런 데서 오는 호흡이 더 견고하게 만들어줬다. 한 팀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Q. 특별출연이었지만 <화산고>부터 시작해서 <일단 뛰어>, <동갑내기 과외하기>, <신부수업등 코미디 연기의 역사가 깊지 않나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다.

A. 코미디 연기까지 유연하게 잘 하는 배우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요즘 연기자들을 볼 때 연기를 잘 하는데 코미디 연기까지 잘 하는 분들을 보면 내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지점이 있더라.  연기를 하면서 웃길 수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게 대중들에게 통한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Q. 3년 만의 스크린 컴백이시지 않나복귀 소감이 궁금하다

A. 해외 활동을 하다 보니 단절이 되더라. 요즘 <두 번 할까요?>(가제) 파이팅 넘치게 찍고 있다. 열심히 부지런히 연기해서 ‘오랜만에 나왔다’는 얘기 안 듣도록 하고 싶다. 영화가 좋아서 데뷔한 사람인데, 이 분야에 많이 떨어져 있던 것 같다. 

Q. 20대 때보다 복귀에 대한 소중함이나 행복이 더 남다를 것 같기도 하다.

A. 그렇다. 아이가 태어나고 가장이 된 다음부터는 ‘젊음을 유지하는 상태로 얼마나 많은 주인공 역을 따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 43살인데 앞으로 잘 관리한다고 해도 7년 뒤엔 50대다. (웃음) 일단 기준을 그 때까지 보고 있다. 공백이 많았지만 의미 있는 작품들을 쉬지 않고 많이 하고 싶다. 이런 기회들이 소중하다. 나를 찾아주고 작품을 맡겨주시는 게 감사한 일이다. 어릴 땐 너무 바쁘고 시스템 자체를 모르고 촬영할 때가 있었다. 지금은 1인 기획사로 10여년 째 일하다보니 주변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고마운 현실이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 

Q. 가족이 생긴 뒤 배우 권상우에게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결혼한 뒤엔 일이 더 재미있다. 설레고 즐겁다. 다만 노출이 심한 작품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더라. 톱스타 때 갑자기 결혼을 해버리니까, 결혼 당시엔 나에게도 팬들에게도 혼돈의 시간이었다. 팬들이 많이 떨어져나가기도 했다. (웃음) 그럼에도 내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건 내 자리를 잘 지켰다는 것이다. 순리대로 사는 게 제일 좋다. 혼자 사는 게 편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나는 적당한 나이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지금을 만족하며 산다. 여기까지 잘 온 것 같다. 

Q. 가족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기로 유명하시지 않나.

A. 어릴 때부터 빨리 가정을 이루고 싶었다. 지금의 내 고민 또한 우리 부모님, 아내의 가족들에 대한 건강과 안정이다. 촬영이 없을 땐 최대한 육아를 도우려고 하지만 규칙적으로 케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밸런스를 맞추는 게 숙제이기도 하고, 모든 게 집안 걱정이다.

Q. 아내 손태영 한정 사랑꾼이시다그 타이틀에 대해선 만족하시나?

A. 이런 얘기하면 아내에게 욕먹는다. (웃음) 노력한다고 해도 늘 부족한 남편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마음의 안정을 주는 건 가족인 것 같다. 곧 결혼 10주년이다. 초창기 때만 해도 우리 부부를 둘러싼 별의 별 소문이 다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잘 사니까 아무 말도 안 나오지 않나. 촬영 없을 땐 같이 점심 먹고 장도 보고 아이들과도 잘 돌아다닌다. 그런 게 삶인 것 같다. 

Q. 아이들과는 어떤 시간을 보내시는지 궁금하다.

A. 관리 감독하는 거다. 안전하게 지켜보고 교관처럼 이끌고. (웃음) 놀아준다는 게 별 거 없다. 같이 뒹굴고 밥 먹고 함께 하는 시간에 대한 안정감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면 어디서도 티가 나지 않나. 저번에는 <탐정: 리턴즈> 현장에도 왔었다. 나에 대한 리스펙트가 생기는 것 같더라. <추리의 여왕>도 다 챙겨보더라. 아내에게도 ‘아빠는 몇 등 배우야?’ 하고 물어보더라. 그러면 ‘결혼하기 전에는 1등 배우였어! 결혼한 아저씨들 중엔 1등이야’ 라고 말 해준다. 은연중에 그런 걸 뿌듯해하는 것 같더라.

Q. 지금은 행복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삶의 만족도를 느끼고 계시지만소위 말해 신드롬에 가까울 정도로 잘 나갔던 때도 있지 않았나그 때를 돌아보면 어땠는지 궁금하다.

A. 행복했지만 그땐 그걸 즐길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일하는 것에 대한 태도는 늘 똑같다. 어릴 때는 온갖 ‘썰’에 많이 노출돼 있었다. 동료 배우들 중에서도 내가 압도적일 거다. 그런 많은 일들을 겪다보니 날카로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에야 좀 무뎌지고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금은 너무나 잘 살고 있고 과거의 영광을 돌아보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싶다.

Q. <천국의 계단>(2003) 이후의 해외 팬들과 꾸준히 만나는 걸로 알고 있다

A. 골수팬들이 아직도 많이 응원해주신다. 일본에 가면 꾸준히 팬미팅을 한다. 꾸준히 최소 5천 명 정도는 참석해주신다. 낯이 익는 팬들도 많아졌다. 이제는 동지 같은 느낌도 들더라. 같이 늙어가는 기분이다. 예전처럼 요란스럽지는 않지만 꾸준히 응원해주신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작품을 계속 해야겠다.

Q. <탐정리턴즈이후에 <두 번 할까요?> <귀수등에 이름을 올렸다이제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도 있다현재 권상우가 가진 배우로서의 고민이 뭔가?

A. 영화계 쪽에 전화해서 만날 친한 감독님이 없고, 모임에 나간 적도 없고 작품을 하지 않는 이상 배우들을 만날 일도 없다. 주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탐정>을 계기로 중심에 훅 들어가고 싶다. <두 번 할까요?>는 성인 로맨틱코미디물이라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겠고 <귀수>는 권상우가 잘 하는 최강 액션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여러 번 회자되는 이전 작품도 감사하지만 또 다른 의미를 둘 수 있는 영화를 계속 하고 싶다. 욕심이 끝이 없다. 주어진 작품에서 최선을 다해 도전해보고 싶다. 

Q. 공백기는 있었지만 권상우하면 살갑고 대중친화적인 배우라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각인되고 싶나.

A. 사실 6~7년 이후의 플랜을 생각할 여유도 없지만 아끼는 배우, 소중한 배우라는 이미지가 좋겠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껴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Editor 박주연  Photographer 박용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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