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전" 벗어날 수 없는 공포의 굴레
[리뷰] "유전" 벗어날 수 없는 공포의 굴레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6.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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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  영화를 전부 보고 나면 포스터 속 문구가 더욱 섬뜩하게 느껴질 것이다. 가족이라는 유기적 굴레 속에서 끊어낼 수 없는 비극의 파장을 다룬 영화 <유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겉으론 평범한 듯 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한 가족의 이야기는 그간 공포영화에서는 쉬이 느낄 수 없는 생경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관객이 압도당하는 건 순식간이다. 

미니어처 인형 작가인 애니(토니 콜레트)는 모친이 죽은 뒤 찰리(밀리 샤피로) 마저 불의의 사고를 당하자, 극심한 몽유병에 시달린다. 평온했던 일상이 깨진 뒤 불안해하는 애니 앞에 어느 날 의문의 여성 조앤(앤 도우드)이 찾아와 “영혼을 깨우는 주술을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조앤에게 설득 당한 애니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만다. 

<유전>은 전형적인 공포물과는 결이 다르다. 선혈이 낭자하거나, 인물이 날카로운 비명으로 장면을 장악하는 일도 거의 없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밤의 두려움보다는 고요하게 가라앉은 한낮의 불안함이 영화를 감싼다. 주인공이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진실의 중심부로 발을 들여놓는다는 점에서는 공포보다는 스릴러 문법을 따르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극 초반부터 조금씩 몸피를 부풀려가는 <유전>의 불안함은 금세 관객들에게 전이된다. 형체를 알 수 없는 불안함의 정체는 날로 또렷해지고, 비극의 폭풍우는 이 가족을 완전히 점령한다. 결코 저항할 수 없는 막강한 존재에 맞서는 인물들의 ‘무기력함’은 <유전>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단순히 무기를 휘두르거나 저항하는 것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공포의 근간이다. 이 가족의 기이한 초상은 그래서 불편하고 불안하다.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묵직하게 관객을 조여 온다.

선명하고 원색적인 공포를 원했던 관객이라면 <유전>의 흐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공포영화가 주는 시청각적 쇼크와는 거리가 멀다. 보면 볼수록 가슴께가 답답해질 수도 있다. 후반 20분부터 갑자기 급 커버를 도는 장르의 반전에 어리둥절하는 관객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전>은 어디선가 보고 들은 듯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독특한 연출법과 특유의 분위기로 <유전>만의 뚜렷한 특색을 완성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가 완성도를 높인다. 최근에 나온 공포 수작인 <겟 아웃>이나 <콰이어트 플레이스>처럼,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돌아가신 모친의 숨긴 비밀을 파헤치고 진실에 다가가는 애니 역의 토니 콜레트는 얼굴 클로즈업만으로도 관객들에게 압도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일련의 사건들로 광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과정이 가히 놀라울 정도다. <유전> 홍보 노릇을 톡톡히 했던 아역 밀리 샤피로는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줄평 딸국질 소리가 신경쓰이기 시작했다면 게임 셋

평  점 (3/5) ★★★☆☆

Editor 박주연  Photo 찬란 / 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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