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하면 나도 한다" 지겹게 늘어나는 여행 예능들
"너가 하면 나도 한다" 지겹게 늘어나는 여행 예능들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6.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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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우리나라의 특수한 현상 중에 하나가 남을 따라하는 것이 있다. 떡볶이가 잘 되면 너도 나도 떡볶이 시장에 투자를 하고, 커피숍이 돈이 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달려든다. 겨울이 되서 팥빙수 집을 차리는 것도 뒤늦게 인기에 영합하려다 발생하는 웃지 못 할 현상이다. 뭐라 딱 정의하기 힘든 이 현상은 비단 경제시장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방송가에서도 이미 오랫동안 이어져온 풍습이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예능의 꽃으로 불리자 모든 방송사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예능프로그램을 만들었다. M.net <슈퍼스타K>가 사랑을 받자 조금씩 다른 비슷한 형태의 오디션이 불 같이 팔려나갔으며, MBC <아빠, 어디가>를 통해 육아 예능이 관심을 받자, 아이들과 동반 출연하는 유명인들이 조명 받았다. MBC <나 혼자 산다>가 뜨자 스튜디오에서 이를 지켜보는 패널과 자신의 속사정을 사사건건 공개하는 관찰 예능이 방송가를 지배했다. 최근에는 여행을 떠나는 예능 프로그램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한 방송사에서 3개 이상의 여행 예능이 나오기도 하는 등 여행 예능 전성시대라 불릴 만하다.

tvN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꽃보다> 시리즈가 끊임없이 사랑을 받으면서 여행 예능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tvN <신서유기>를 비롯해 MBC <오지의 마법사>, <선을 넘은 녀석들>, KBS2 <배틀트립>, <하룻밤만 재워져>, JTBC <뭉쳐야 뜬다>, tvN <짠내 투어> Olive <원나잇 푸드트립> 등이 있으며, 버스킹 공연과 여행을 결합한 JTBC <비긴 어게인>도 여행 예능의 한 형태다. tvN <윤식당>의 경우 여행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서 음식점을 하는 로망을 대리만족 시키며 차별화를 주기도 했다. SBS <정글의 법칙>은 오지탐험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결을 갖고 있기는 하나 여행 예능의 형태는 띠고 있다.

이외에도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가 지난달 29일 첫 방송을 확정 지었고, 지난 1일에는 아라비아 사막을 가로지르는 여정을 공개하는 KBS2 <거기가 어딘데?>도 방영을 시작했다. 모든 방송사가 여행 예능을 만들어 다수의 출연진의 짐을 싸게 하고 떠나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에 앞서 대세에 따르기만 하는 이 풍토는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오디션이 이제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고, 리얼 버라이어티도 KBS2 <1박2일>과 SBS <런닝맨>을 제외하고 없어진 것처럼, 육아예능도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제외하고는 사라진 것과 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 유명인이 출연하고 장소만 바뀌는 것에 그치며 어디서 본 것 같은 영상만 이어지는 내용의 콘텐츠는 여행 예능 자체를 없애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가 사람들의 사실상 직무유기고 노력 부족이라 볼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하지 않고, 광고 따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속된 문제다. 여행 예능이 지금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언제 또 사라질지는 이런 추세라면 시간 문제"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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