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독전" 이해영 감독 "류준열은 이병헌이 될 겁니다"
[인터뷰] "독전" 이해영 감독 "류준열은 이병헌이 될 겁니다"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5.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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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W

이해영 감독의 이력은 좀 특이하다. <천하장사 마돈나>로 입봉한 그이지만 영화보다는 방송인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말 잘하고, 역사 잘 아는 그 감독"의 이미지가 있다. <페스티벌>, <경성학교>와 같은 영화의 색감은 이해영만의 느낌이다. 매우 대중적이냐고 하면 그렇다고만 하기는 어려운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그런 그가 스케일이 큰, 필모그래피와는 결이 다른 작품을 꺼내들었다. 제목을 풀이하면 '마약전쟁'이라는 의미의 <독전>이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다. 거세고 진한 이미지들이 4~50분을 쉼 없이 내달리고, 잠깐 쉬고 또 미친 듯이 달려가다 마지막에 큰 숨을 들이키는 호흡을 가진 영화다. 마약을 소재로 하다보니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이 지속되고, 대사도 눈빛도 표정도, 설원에서 마무리 되는 열린 결말의 엔딩도 강렬하다. 조진웅부터 류준열까지의 주연 배우들은 물론 이주영, 강승현, 김동영과 같은 작은 역할의 배우들까지도 모두 진한 빛깔이 있었다. 오랜만에 극장가를 집어 삼킨 한국 영화가 <독전>이다.

이전 작품과 비교했을 때 전혀 예상하기 힘든 <독전>을 내놓은 이해영 감독을 28일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배우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장르영화 신인 감독"의 자세로 임하겠다는 이해영 감독.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특화된 재능을 보인 이 감독으로부터 <독전>의 모든 것을 들어봤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다분히 담겨 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독전> 누가 누구를 응징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 영화를 본 사람들의 엔딩에 대한 논란이 많다. 누가 죽였네, 안 죽였네 하는 이야기가 온라인을 집어삼키고 있다. 그 이전에 원호(조진웅)가 이선생 에게 "넌 행복했던 적이 있냐"라는 대사를 한다. 그 대사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참 뜬금없는 대사죠. 왠지 원호가 마지막에 그런 뜬금없는 그런 말, 그런 진심의 한 마디를 던질 것 같았어요. 영화 내내 진심을 거의 표현하지 않다가 마지막에 그런 말을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계획된 대사가 아니었어요. 내부적인 반응도 안 좋았어요. 원호를 연기하는 조진웅 배우의 감정과 당시 공기의 느낌이 뜬금없더라도 그런 질문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진웅 배우도 꼭 하겠다고 답하지 않았지만, 연기가 정말 너무 좋았어요.

사실 그 질문이 어떤 명확하고 명징한 느낌은 아니에요. 뉘앙스에요. 관객에게 던지는 말일 수도 있어요. 그 질문 때문에 사람들은 원호의 자살을 예상하더라고요. 어떤 엔딩을 예상하고 설정한 건 아니에요. 이 이야기는 태생적으로 응징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집착적으로 매달려서 왔을 때 신념의 실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 신념의 실체가 없다라는 말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 선생을 잡겠다고 엄청 채찍질해서 왔는데, 이 선생이 한다는 말이 "이제 어떻게 하시려고요?"라는 말이죠. 그 때 참 껍데기 같은 표정일 짓고요. 그 전에 원호가 그런 말을 하죠. "막 누군가를 집착해서 쫓다보면 뭘 쫓나, 왜 쫓나? 이런 생각이 든다"라고요. 원호의 이야기인데, 결국에는 껍데기만 남고 아무것도 없는 거였구나라는 허망함을 깨닫는 이야기라 생각해요.

◇"류준열은 천재 같아요"

- 영화를 보면 배우에 대한 배려가 굉장히 느껴진다. 주연급 배우들은 물론 작은 역할을 맡은 배우들, 예를 들어 이주영, 강승현, 김동영, 박성연 같은 배우들도 힘이 확 살아있다. 배우와 협업을 하는 감독으로서 이런 부분에 철칙이나 신념이 있나.

▲주연급 배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은 캐릭터의 배우들은 주눅들기가 쉬워요. 오히려 그런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그들이 잘 받쳐줘야만 주연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도 더 많이 얘기하고 더 편하게 해주려고 해요. 그러다보면 좋은 장면이 얻어걸리기도 해요.

농아 중에 여자인 이주영은 정말 현장에서 총을 너무 못 쏘는 거예요. 그루트보다 더 나무 같은 느낌이에요. 리허설을 1시간을 했는데, 정말 너무 이상하기만 한 거예요. 연습한 것도 아깝고 해서, 슛을 가긴 했죠. 그런데 재밌는게 갑자기 총이 불발탄이 되면서 몇 번 더 쏘는 액션을 했고, 그러다가 원래 가기로 한 동선이 어긋났는데 햇살이 싹 주영이 얼굴을 비추면서 표정이 확 사는 거예요. 수 개월동안 원했던 그 장면이 리허설 때는 한 번도 안 나오다가 정작 제일 중요한 순간에 나온거죠. 주영이가 그러더라고요. "될 놈은 되더라고요."

- 김주혁 캐스팅이 사실 의외다. 어떤 과정이 있었는가.

▲진하림은 시나리오 때부터 뜨거운 캐릭터 였어요. 뜨거운 배우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다른 온도의 배우가 폭발하는 느낌을 원했죠. <비밀은 없다>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사무실도 오고가고 질문도 참 많이 하셨는데, 제가 "어떻게 연기하실 거예요?"라고 하면 "모르겠어"라고만 말하셨어요.

진웅 배우가 조급해서 워크샵 가자는 얘기도 많이 했는데, 주혁 선배는 "나 가서도 연기 안 할거야"라고만 했어요. 전체리딩 할 때도 읍조리듯이 연기했어요.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다가 현장에서 진하림으로 분해서 걸어오면서 처음으로 보여줬죠. 당시 스태프, 배우들은 그 장면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고 자주 얘기해요. 진웅 배우는 그러더라고요. "지렸다"고요. 선배님이 너무 대단한 게 발산 하는 연기 다 하면서 서연 배우가 혹시라도 부담되거나 불편하고 위축될까봐 엄청 배려하시더라고요. 보령이 잘 연기할 수 있도록 많이 열어주시고요. 정말 그리운 분이죠.

- 류준열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이토록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 기라성 같은 배우들의 강렬한 에너지 속에서 묵묵히 제 길을 간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그 무게를 견뎌내는 것만으로 정말 대단했다. 어줍잖은 배우가 했으면 이정도 퀄리티는 힘들었을 것 같다.

▲류준열이 락을 안 했다면 큰일났을 거예요. 정말 그가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게 그런 캐릭터를 보통 배우병 혹은 예술병 걸린 이런 친구들이 연기하면 혼자 음악듣고 있고, 캐릭터 감정에서 못 벗어나서 하늘보고 그럴 거 같은데 준열이 전혀 그러지 않았어요. 속으로 부담은 됐겠지만, 선배한테 애교떨거 다 하고 스태프 다 챙기고 슛 들어가면 연기도 다 해줬어요.

저는 이 친구가 부단하게 노력하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천재 같아요. 준열이 장면은 참 부담없이 쉽게 갔거든요. 주파수 맞추는데 한 두회차 빼고는 쭉 어려움없이 갔죠. 근데 브라이언 리(차승원) 응징하는 신은 감정신이기도 하다보니 정말 많이 얘기를 나눴어요. 그 촬영 직전까지 얘가 대사를 못 외우더라고요. 여러번 하는데 계속 틀리고 그러더라고요.

연기를 하는 스위치를 안 킨거죠. 뭔가 불명확한 상태로 슛을 가기로 했어요. 끊어찍으면 되니까요. 첫 테이크를 쭉 가는데 '액션' 하는 순간 스위치를 킨 거예요. 한 방에 그 많은 대사와 동선을 한 호흡에 완벽하게 처리하더라고요. 제가 그 신을 위해 천 마디의 말들을 했는데, 그 말들이 그 안에 다 들어가있어요. 류준열은 이병헌이 될 거예요. 문제는 내일 되느냐 내일 모레 되느냐의 지점이죠.

- 차승원은 배우 본연의 캐릭터가 강한 인물이다. 그를 정말 잘 활용한 것 같다. 어쩌면 너무 전형적인 악당인데, 완전히 탈피했다.

▲브라이언 리는 캐릭터가 거의 백지에서 출발했어요. 저랑 승원 선배랑 같이 아이디어를 내면서 만들어냈죠. 정색하고 있는 전형적인 악당은 서로 너무 싫어했어요. 전형적인 인물인데 그렇게 표현하면 안됐죠. 미끄덩 미끄덩하고 느물느물한 구렁이 같은 불쾌한 질감을 원했고, 그걸 표현하셨죠.

누가봐도 감독의 통제를 가장 덜 받은 자유로운 캐릭터에요. 주혁 선배가 영화의 격을 높였다면 승원 선배는 폭을 넓혔죠.

- '아멘'이라는 대사가 적재적소에 재밌게 나왔다. 원래 계획된 대사인가, 아니면 애드리브인가.

▲승원 선배는 밤 11시에 전화해서 연기를 정말 많이 보여주셨어요. 종교적인 추임새를 많이 쓰면 쓸 수록 더 사이비 같고 이상할 것 같았어요. 아멘은 66번을 하셨다면 제가 65번을 편집했어요. 하하.

◇"저도 양심이 있죠. 이런 반전으로 엄청난 쾌감을 얻길 바라진 않아요."

- 좋은 평가도 많지만, 이 선생이 생각보다 뻔한 인물이라는 거에 실망했다는 의견도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영화가 반전이 있는 영화긴 하지만 반전을 위해 관객들을 속이거나 더 깜짝 뒤통수를 치기 위해 부비트랩을 막 까는 그런 작품은 아니다. 폭발력 있게 보여주려고 했다면, 인물이 첫 등장할 때 하얀티 입고 무게잡고 그러지는 않았을 거예요. 더 똘마니 같고 더 푼수에다가 모자라고 그렇게 갔겠죠. <유주얼 서스펙트> 그런 걸 만들려고 했겠죠. 그게 이 영화에 도움이 안 될 거라 생각했어요. 원호가 행동하는 이야기이고 락이 원호를 관찰하는 이야기에요.

저도 양심이 있어요. 오래 전에 나온 방식 그대로로 사람들이 반전의 쾌감을 느끼길 바라지는 않았어요. 이걸로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었어?라는 반응을 원하지 않았다는 거죠. 반전은 이야기를 위한 하나의 장치인 거죠.

- 필모그래피와 결이 전혀 다른 이 영화를 찍으면서 어떤 걸 얻었나.

▲<독전>을 하면서 재밌었고, 안 해본 거 하는게 흥미로웠어요. 진짜 영화적인 영화를 찍는 것 같았고, 비로소 감독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죠. 똑같은 장르 영화를 하더라도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유도 생긴 것 같고요. 중압감이 컸는데, 다음에 비슷한 영화를 찍을 때는 좀 더 슬리퍼 신고 산책하는 느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연출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말하는 건가?

▲저 스스로는 장르 데뷔 감독이라고 하는데, 스스로 생각할 때도 그렇고 완벽히 달성되지 못한 것도 있고, 아직은 모자란 부분이 있겠지만 어떤 것들은 확실히 나아지겠다 싶은 게 명확히 보여요. 그런 점에서 연출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무슨 영화를 찍을지 모르겠지만, 이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개인적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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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2018-06-14 07:27:24
류준열 칭찬하고 싶고 차기작이 기대됩니다
독전 정말 주연 조연 연출 각본 미술 촬영 조명 음향 음악 전부 멋진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