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데자뷰" 길 잃은 미스터리
[리뷰] "데자뷰" 길 잃은 미스터리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5.27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데자뷰>는 아이돌 가수에서 배우로 변신한 후 영화계에 진입한 남규리의 4년 만의 복귀작이다. 환각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공포와 스릴러가 혼합된 장르다. 드라마와 예능에서 재능을 뽐낸 이규한과 이천희, 특별출연으로 조한선과 정경호 등 이름값 있는 배우들이 나오고, 남규리의 변신이 예상돼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감돈 작품이다.

막상 뚜껑을 연 이 영화는 기대 이하의 결과물로 여겨진다. 옛날 공포 영화의 특성이라 할 만한 소리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장치는 영화 초반부터 끝까지 지속되며, 이야기의 짜임새는 헐렁하고 개연성의 점프가 느껴진다. 배우들의 연기 전반에 감정이 과잉돼 있다. 그러다보니 캐릭터의 감정선도 안정적으로 흘러가지 못한다. 결국 엔딩에서 감동 혹은 울림보다는 허무함이 몰려온다.

4년 동안 이런 시나리오를 기다려왔다는 남규리는 "시나리오와 함께 살았다"고 했다. 그 노력과 열망이 스크린에 전달된다. 다만 홀로 제 갈 길을 갔고, 영화는 길을 잃어버린 듯 헤매는 모양새다. 남규리의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지점이다.

줄거리_정상적인 삶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한 여인의 괴로움

지민(남규리)은 악몽을 꾼다. 며칠 전 교통사고가 난 뒤로 계속 악몽을 꾼다. 한 여고생이 피를 흘린 채 계속 나타난다. 자신을 집어삼킬 것 같은 공포가 몰려온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 먹을 수록 환각 증세가 짙어진다. 괴로움이 이어진다. 당시 운전을 하던 남자친구 우진(이규한)은 태연하다. 무슨 교통사고가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다. 우진은 고라니를 쳤다고 말한다. 지민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 여고생을 친 것 같은데 우진은 고라니를 쳤다고 한다. 꺼림칙한 마음이 지속되던 차에 지민은 경찰서를 찾는다.

경찰서에서는 형사 차인태(이천희)를 만난다. 경찰은 우진을 만난다. 우진은 여전히 태연하다. 고라니를 꺼내온다. 뭔가 의심스러움이 있지만, 일단 해결은 된 것 같다. 모든 것을 잊고 회사 생활을 하고 싶은데, 환각 증세가 더욱 심해진다. 회사 대표인 주도식(조한선)은 천박하게 자신을 괴롭힌다. 지민이 빚을 졌다는 것만으로는 이유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치근댄다. 지민의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된다. 그런 중에 이상한 일이 지민의 주변에서 계속 발생한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여고생은 끊임없이 자신을 찾아오고, 형태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지민의 주위를 맴돈다.

도식의 질척거림이 도를 넘자 지민은 우진에게 SOS를 청한다. 우진은 고민 끝에 약 2억원에 가까운 돈을 지민에게 빚을 갚으라며 내놓는다. 지민은 빚을 갚고 회사에 사직서를 쓴다. 그리고 우진과 함께 산다. 이제야 안정을 찾으려고 느낄 때쯤 주도식이 집으로 찾아와 깽판을 놓는다. 집도 안전하지 못한 공간이 된다. 지민은 극도의 불안 증세에 시달린다. 우진과 도식 사이에서 정상적인 삶조차 유지하기 버거워 보이는 지민, 이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연출_클리셰는 '쾅쾅', 치밀함은 '허전'

'쾅' 하는 소리 영화관에 울린다. <데자뷰>에서 귀신 장면이 나올 때 어김없이 '쾅' 소리가 들린다. 크게 무섭지 않은 장면인데 소리 때문에 놀란다. 한 두 번이면 모르겠는데, 10번은 족히 넘는 것 같다. 후반부에는 짜증도 난다. 너무 뻔 한 장치를 지속적으로 사용한 제작진이 판단이 지나치게 나이브하다고 여겨진다.

색다름 보다는 이전의 것을 답습한 작품에 불과하다. 특히 우진과 우진의 모친이 스테이크를 먹는 장면에서 빨간 핏물과 함께 무서움 자극하는 장면은 특히 예전 느낌이다. 또 갑자기 불이 꺼지고 전기가 ‘지지직’ 하거나, 예측하기 힘든 심한 발소리가 천장에서 들리는 것 등 뻔 한 장치가 나오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왜?'라는 의문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영화는 불친절함을 넘어서 아예 설명조차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면 우진과 도식이 지극히 가까운 관계임에도 전화상이나 오프라인 상에서 극존칭을 쓰는 것, 도식이 우진에게 전달한 돈의 의미, 태인이 우진과 도식, 지민과 관련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 등 설명이 되지 않은 채 흘러가는 장면이 대다수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영화의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주제의식이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난제 중에 난제다.

이번 작품으로 입봉한 고경민 감독은 첫 작품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지, 공포와 스릴러의 경계에서 관객과의 ‘밀당’에 완전히 실패한 느낌이다. 적어도 스토리가 큰 부분으로는 이해가 되고, 반전을 통해 공감이 돼야 하는데,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꼬아놓기만 했다. 불친절한 영화의 표본인 나홍진 감독의 <황해>나 <곡성>처럼 일정한 흐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완전히 익힌 음식을 내놓으려다 태워버렸다고 하면 적절한 비유일까. 무엇이든 너무 과한 것은 분명하다.

연기_한 단계 성장한 남규리, 하지만 그 뿐

남규리가 영화에 출연하는 건 영화 <신촌좀비만화>의 <너를 봤어>에서 나온 이후 약 4년 만이다. 타이틀롤에 해당하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남규리는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불안 증세로 떠는 모습이 시종일관 등장하는데 그 고난의 무게를 견뎌낸 점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놀라거나 무서워하는 장면이 지속적으로 나옴에도 크게 어색한 장면이 없었다. 안정적인 연기를 보였다. 다만 발성에서는 아직 그 가녀린 목소리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너무 얇아 소리를 지르는 장면에서 특히 부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이외의 장면에서는 안정감이 있다. 남규리는 연기자로서 충분히 성장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쉬운 건 다른 배우들이다. 특히 이천희의 연기는 보고 있기 괴로울 정도다. 시종일관 과잉된 감정이다. 영화에서 잘 보기 힘든 과잉된 표정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이천희가 연기를 못한 건지, 감독이 그런 연기를 요구했고, 그런 연기만 선택했는지 속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결과물은 최악에 가깝다. 몸 전체에 힘이 너무 들어가 오글거린다.

다른 배우들 역시 늘 감정이 '업' 돼있다. 주도식은 너무 설정이 과한 탓에 현실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고, 차인태의 동료 형사 역할의 동현배 역시 신이 적음에도 감정의 점핑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조연 배우들 대부분이 연기의 폼이 크다. 이규한이 그나마 절제된 연기를 펼치나, 영화의 떠 있는 감정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다.

최근 개봉한 <사라진 밤>이나 <숨바꼭질> 등 스릴러와 공포가 혼합된 장르는 상당수의 마니아가 있는 시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류의 영화를 즐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관객이 즐기려면 최소한 작품의 완성도가 보장돼야만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데자뷰>는 영화의 ABC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무리 스릴러나 공포 장르를 즐기는 관객이더라도 이 영화를 즐기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규리를 캐스팅 하고 싶은 영화 관계자라면 한 번쯤 볼만하다 생각된다.

 

한줄평:고군분투한 남규리가 안타깝다

별점:★★(2/1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