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길을 갈 뿐, 신하균
나는 내 길을 갈 뿐, 신하균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5.2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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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들뜨고 동요하거나 목소리 톤을 높이는 법이 없다. 내제된 느긋함과 잔잔한 미소, 조금 무심한 말투는 이제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흘러가는 대로 현실에 충실하며 오늘을 살자는 그의 삶의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벌써 연기 외길 20년. 신하균은 고요하지만 꾸준히,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한결같음’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 올해도 어김없이 스크린에 출석 도장을 찍은 성실한 신하균이 관객들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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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다 

지난 해 영화 <악녀> <7호실>에 이어 <바람 바람 바람>까지 배우 신하균은 쉴 틈 없이 바쁘다. 이번엔 늦바람에 든 남편 봉수 역을 맡아 일상적인 캐릭터로 돌아왔다. 불륜이라는 담대한 짓을 하면서도 매사 허술한 봉수를 표현하기 위해 신하균은 꼭꼭 씹어 뱉는 속사포 말투와 과장된 몸놀림, 유연한 얼굴

근육을 구사했다. 매사 느긋한 실제 신하균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었다. 결혼이나 불륜 등 영화 속에 처한 상황도 신하균의 사정과는 달랐다. 어쩌면 그에게는 또 다른 미지로의 도전이었을 터다.

 

 

 

 

이번엔 바람난 유부남? 신하균의 파격

신하균은 지금까지 독특하지만 무언가 결여돼 있는 캐릭터들을 연기해왔다. 갑(甲)인 줄 알았으나 을(乙)이었던 <7호실>, 혀 짧은 킬러가 된 <예의없는 것들>, 외계인에 집착하던 <지구를 지켜라>, 기괴하고 숨 막히는 남편으로 출연한 <박쥐> 등 신하균표 캐릭터들은 절박하고 짠해질수록 그 매력을 더해왔다. <바람 바람 바람>의 봉수 또한 신하균을 만나 더 입체적인 생명력을 부여받았다. 그는 어딘가 모르게 허술한 캐릭터들에게 매번 매력을 느껴왔다고 한다.

“<바람 바람 바람> 속 봉수가 바람을 피운다고 해서 능수능란하거나 능동적인 캐릭터는 아니잖아요. 오히려 조금은 귀여운 모습도 있고요.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까, 코믹적인 인물로 부담 없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여러 상황에서 오는 위기들을 봉수가 서툴게 모면해가는 과정이 재미있으니까요.”

사춘기 소년처럼 우왕좌왕하는 태도, 견줄 수 없는 특유의  ‘찌질함’까지 갖춘 봉수지만 누구나 마음 한쪽에 간직한 철부지 본능을 제대로 건드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평소 프라모델과 피규어를 좋아하고 혼자만의 공상을 즐긴다는 신하균의 소년다움과도 묘하게 닮아 있다. 하지만 이런 봉수라도, 신하균이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었다고. <바람 바람 바람>의 핵심 소재이기도 한 바람(불륜)에 대한 것이다.

“심정적으로 이해하자고 노력은 했어요. 실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하고, 우리 영화가 코믹하긴 하지만 마냥 웃어넘기자는 내용도 아니라서 ‘바람은 절대 안 되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기도 해야 했고요. 제가 결혼 생활을 해 본 적이 없으니 가능성이나 이해의 폭은 열어놓고 연기했어요. 무엇보다 서로 매력이 떨어져 일상이 돼 버린 부부를 연기해야하니 신혼도 못 겪어본 저로서는 힘들더라고요.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참고하긴 했는데 정말 결혼하면 저렇게 되는 건가? 하는 궁금증도 생겼어요. 아 실제 결혼이요? 하게 되면 하는 거고요.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거죠, 뭐. 저는 오늘에 충실한 사람이라서요.”(웃음)

내 생애 최고 일탈은? 신하균이 낸 의외의 답변

봉수가 <바람 바람 바람>을 통해 불륜의 일탈을 즐겼다면, 신하균이 경험한 최고의 일탈은 무엇일까? 좀 더 사적인 답변이 나올 거라 기대했지만 의외의 반응이었다. 그의 일생일대의 일탈은 배우가 된 것이었다고. 신하균은 데뷔 당시를 생각하며 “연기를 하면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내 성향이나 성격과는 완전히 벗어난 것이에요. 당시만 해도 잘생기고 키 큰 분들만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런 분위기가 있었죠. 우리 시대만 해도 보수적이었기 때문에 4년제 대학교 들어가서 취직하고 공무원이 되는 게 가장 큰 성공이었는데 저처럼 조용한 애가 연기를 한다고 하니 다들 충격에 빠지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연기가 좋아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 20년 동안이나 연기해온 배우에겐 다소 식상할 수도 있는 질문이었지만 신하균은 오히려 생기를 띄었다. 인터뷰 중 가장 긴 답변이 나온 순간이었다. 데뷔 시절, 순간순간을 회상하는 신하균에겐 여전히 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흘러넘쳐 보였다.

“진로를 선택해야 할 시기가 왔을 때 대학교 입시 성적에 맞춰 과를 정하고 싶진 않았어요. 뭐가 됐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취미 생활도 없었고요. 한 가지, 영화관 가는 건 너무 좋아했어요. 그래서 막연히 ‘저걸 한 번 해보자! 해보고 싶어! 그래야 내가 후회 안 할 것 같아’라는 생각이 있었죠. 과감하게 용기를 내서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영화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글쎄요. 돌이켜보면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내가 왜 이 일을 한다고 했는지. 그땐 절실했지만 뭘 믿고 연기를 하겠다고 덤볐는지도요.”(웃음)

열정 하나로 시작했지만 신하균은 자신의 경쟁력이나 무기가 뭔지도 잘 몰랐다고 했다. “그냥 열심히만 했던 것 같아요. 열정과 패기가 넘쳤고요. 다듬어지지 않은 에너지로 밀어붙인 셈이죠.” 그렇다면 2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신하균은 데뷔 초와 비교해 나이가 들면서 여유가 생겼고 유연해지는 걸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 받는 자극만큼은 늘 새롭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연기를 잘 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아요. 나를 자극시켜주는 작품들이 좋아요. 내가 모르는 것들,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주는 작품을 계속 만나고 싶네요.”

데뷔 20주년 다시 시작, 신하균이 꿈꾸는 내일은 신하균은 지난 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데뷔작 <기막힌 사내들> 이후 햇수로는 벌써 21년이 흐른 셈이다. 그가 앞서 말한 것처럼 과거엔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패기가 신하균 이름 앞에 따라 붙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의 경력만큼이나 쌓인 내공과 관록이 신하균을 수식한다. 그는 언제나 큰 흐름을 타기 보다는 자기 소신에 맞는, 본인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입어왔고 연기해왔다.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소신, ‘마이웨이(My way)’에 가장 적절한 배우기도 하다.

신하균은 작품 선정 기준에 대해 “사실 캐릭터 위주라기보다는 이야기의 방향성을 보는 편이에요”라고 운을 뗐다. “<바람 바람 바람>을 기준으로 보자면, 장르 영화로서 독창적인 스토리를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방향성이 될 수 있겠고 그 다음으로는 내가 캐릭터로서 얼마만큼 보여줄 수 있는가를 따지죠. 캐릭터가 작품에서 홀로 돌출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보는 동안엔 나라는 사람은 잊고 그 인물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20대 중반에 데뷔해 신하균은 올해 벌써 45세가 됐다. 배우로서 나이를 먹는다는 부담감은 없을까. 신하균은 “전혀요”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 나이에 맞는 얼굴과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금이 가장 좋고요. 굳이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달라질 거 없을 것 같거든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이렇게 꾸준히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소중하다는 걸 느끼죠. 감사하며 연기해야겠구나 생각해요. 끊임없이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계속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일까. 공백기를 오래 가진 적 없는 신하균은 앞으로도 길게 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재충전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앞으로도 최대한 많은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 이다. 신하균은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을 통해 이병헌 감독과 맺은 인연으로 5월 이 감독의 차기작 <극한직업>에 카메오로 출연할 예정이다. 이후엔 차기작을 향해 또 내달릴 계획이라고. 이처럼 20년 동안 한결 같음을 유지할 수 있는 신하균의 비결은 결코 녹슬지 않는 배우로서의 열정과 영화에 대한 정직한 사랑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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