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버닝" 전종서, 미완성의 아름다움
[인터뷰] "버닝" 전종서, 미완성의 아름다움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5.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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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신선함이 전종서를 감싸고 있었다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신예 전종서는 아직 대중들에게 낯설기만 하다하지만 그 낯섦이 주는 모호함이 매력적이라 자꾸만 시선이 간다우리네 청춘을 대변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이질적인 <버닝속 해미 캐릭터처럼 말이다그가 어떤 사람이고 또 어떤 배우인지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아직은 베일에 싸인 전종서를 알고 싶어졌다

 

Editor 박주연   Photo CGV아트하우스

 

 

 

 

 

 

 

 

 

 

 

 

 

 

 

 

 

 

 

 

 

 

 

 

 

 

 

 

 

 

 

 

 

 

 

 

 

 

 

 

 

 

“<버닝> 이후의 행보요? 아~무런 생각도 없어요!” 전종서는 솔직했고 해맑았다. 취재진 앞에서 숙련되고 정돈된 기성 배우들과는 다른 에너지였다.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털어놓으면서도 종종 상념에 잠긴 듯 보였다. 첫 영화 촬영, 첫 프로모션 등 모든 게 처음이니 그럴 법도 했다. 전종서는 <버닝>의 첫 공식행사였던 제작보고회 현장을 떠올리며 “정말 죽을 뻔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직 경험이 없고 이런 자리를 계속 가져봐야 익숙해질 것 같다. 그래야지 그 상황 속에서 스스로 존재하는 방법을 깨달을 것 같다.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그가 맡은 <버닝>의 해미도 전종서와 비슷한 부분이 많은 듯 보였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여성이라는 점, 쉽게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는 점이 그러했다. 해미는 유통회사 알바생이자 친구인 종수(유아인)와 비밀스러운 남자 벤(스티븐 연)을 이어주는 인물. 그는 하루 한 번 운좋게 만날 수 있는 방안의 햇살을 사랑하고 노을이 저무는 게 슬퍼서 눈물짓는, 겉으로는 당당하지만 실은 외로운 존재다.

 

전종서 또한 해미에 대해 “외롭다”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또 “희망적이고 자유롭다. 희망이 그녀를 자유롭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버닝>에 대해서는 “강타하는 부분이 많았다. 현실에서 느껴지는 미스터리가 있었다. 커피 한 잔에 디저트로 몇 만원이 나가는데 최저임금은 말도 안 되고 세상은 세련돼지고 예뻐지고 그걸 쫓아가지 못하는 우리들에 대한 괴리에 공감을 많이 했다. 이런 좌절감이나 억울함, 분노는 일상에서도 항상 느끼는 것 같다. 굳이 내 일이 아니더라도 친구, 가족 등 주변 사람들 보면 매일 하나씩은 겪고 있다”고 말했다. 

 

 

 

 

 

 

 

 

 

 

 

 

 

 

 

 

 

 

 

 

 

 

 

 

 

 

 

 

 

 

 

 

 

 

 

 

 

 

 

 

<버닝>은 이창동 감독이 <시> 이후에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이 이유만으로도 <버닝>은 수많은 신예들이 노리는 꿈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전종서는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버닝>으로 영화 첫 진출을 이뤘다. 전종서는 이창동 감독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감독님이 내가 어떤 애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셨다. 인생에 어떤 굴곡이 있었고, 지금의 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물으셨고 그것에 답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창동 감독은 전종서를 선택했고, 전종서는 그 신뢰에 화답했다. 이창동 감독은 “전종서는 연기 경력이 많은 여배우들도 소화 못할 몇몇 장면을 만들어냈다”고 극찬한 바 있다. 해미가 마약을 취해 노을빛을 바라보며 '그레이트 헝거' 춤을 추는 장면도 그 중 하나였다. 극중 ‘사라지고 싶다’고 말하던 해미는 저무는 노을을 배경 삼아 바람에 이리저리 쓸리는 피동(被動)의 춤을 춘다. 전종서는 “이 장면을 위해 마임을 배웠다고도 할 수 있다. 해미가 춤을 출 수 있도록 무대 감독님이 세팅을 해주셨고, 촬영 전부터 자꾸 슬픔이 밀려오더라. 감독님이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주셔서 슬픔을 안고 춤을 췄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이 이토록 거장인지 몰랐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전종서는 <오아시스> <밀양> 등 작품을 찾아봤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비디오를 빌려보는 것이 취미였다던 전종서는 자연스럽게 영화와 배우의 꿈을 키웠다고. 부모님의 열린 교육 방식 때문에 어릴 적부터 캐나다, 호주 등 다양한 해외 경험을 했던 전종서는 그덕에 ‘틀림과 다름의 차이’, ‘다양성’에 대한 관점을 넓혀가게 됐다고 말했다. 

 

“환경이 어디든 상관없이 구애 받지 않고 날 키워주신 부모님의 방식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틀렸다고 지적하는 게 없으셨다. ‘이건 조금 다른 거야’ ‘이건 평범한 거야’ 라고 말씀해주셨다. 다양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게 해주셨다. 그래서 나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기준에서 남을 볼 땐 다 다르지 않나. 나 외에 사람들은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시각과 그 자체를 존중해줄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삶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 이외에도, <버닝>으로 데뷔를 한 순간부터, 전종서는 배우로서의 유연성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난 연기를 사랑한다. 연기하는 순간이 즐겁고 그 현장에 있을 수 있다는 게 좋다. 하지만 한 영화를 만들고 관객에게 선보이게 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소화해야하는 것들이 많았다. 정해져있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경험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 유연성을 기르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구애받지 않고 대중에게 익숙한 신인의 틀 밖에 머물러 있는 전종서. 그의 차기작이 어떤지, 어떤 모습으로 다시 대중들 앞에 나설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앞날을 예상할 수 없는 건 전종서 스스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는 <버닝>을 통해 ‘메시지’가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기를 계속 한다면 역할을 선택할 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연기를 통해 말을 할 수 있는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신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한 사람을 상대로 하더라도, 얘깃거리가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앞으로 자기 검열의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든 연기적인 행보든. 그걸 스스로 받아들일 준비는 돼 있다. 늘 배우는 자세로 있고 싶다. 앞날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뭐가 됐든 감당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고 싶다” 

 

전종서는 이제 막 꿈틀거리며 피어나는 새싹이다. <버닝> 한 작품을 겪으면서도 인간 전종서와 배우 전종서 안에서 발생하는 변화가 많았다. 앞으로 다양한 작품을 할수록 그 변화는 더 많은 갈래를 뻗치게 될 터다. 그러면서 더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배우로 성장할 것이다.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그가 완성해나갈 배우로서의 길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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