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텐바이, 웬디" 자폐아 웬디의 꿈 "나 혼자 LA"
[리뷰] "스텐바이, 웬디" 자폐아 웬디의 꿈 "나 혼자 LA"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5.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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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판씨네마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영화 <아이엠 샘>을 통해 6세에 데뷔해 전 세계를 눈물로 적신 다코타 패닝아직까지도 맑은 미소가 선명한데 16년이란 세월과 함께 깊은 연기력을 갖춘 배우로 성장 중이다새 영화이자 타이틀롤 <스탠바이웬디>를 통해 그 16년 간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다

  

다코타 패닝은 <아이엠 샘>에서 아버지가 장애를 겪고 있었다면이번에는 본인이 자폐 연기를 펼친다맑은 미소를 짓던 아이에서 두려움과 불안함순수한 기쁨을 표현하는 숙녀로 변모했다는 평이다

  

일반적인 영역에서는 지적으로 후퇴한 모습을 보이지만어떤 특별한 영역에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다는 자폐아의 특수한 설정을 딴 이 영화에서 다코타 패닝은 자폐아이면서 <스타 트렉시리즈의 모든 것을 외운 능력자 웬디로 나온다웬디는 <스타 트렉>에서 개최한 시나리오 공모전에 꼭 입상해 금전적인 여유도 갖고꿈을 이루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

  

실제로 소아마비를 겪은 벤 르윈 감독이 연출을 맡아 러닝타임 내내 인간적인 향기를 풍기는 감각을 드러내며토니 콜렛앨리스 이브와 같은 명배우들이 출연해장애아를 향한 세상의 편견을 바꾸고자 하는 이야기에 동참한다

줄거리_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도전하다

웬디(다코타 패닝)의 세상은 지나치게 규칙적이고 비좁다. 일어남과 동시에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오전 공부 후 시간이 지나 오후가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고 반려견 산책을 시키고 좋아하는 <스타 트렉>을 보고 저녁 8시가 돼 잡일을 처리하고 나서야 자신이 원하는 시나리오를 쓴다. 이게 기본 포맷이다. 월화수목금토일 입어야 하는 옷도 정해져 있으며, 마켓 거리의 신호등을 건너면 안 된다는 철칙은 꼭 지켜야 한다. 장애인들을 치료하는 센터의 선생님 스코티(토니 콜렛)는 웬디의 스케줄을 빡빡하게 짰다. 이런 웬디의 삶이 의무론을 주장한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칸트의 삶과 닮아 있다고 여겨지는 건 기분 탓일까. 

비록 삶이 딱딱하다 하지만, 웬디에게는 안전한 세상일 수 있다. 하지만 웬디는 이러한 삶이 답답하다. 웬디의 친언니 오드리(앨리스 이브)는 토요일마다 주기적으로 센터를 찾아 웬디와 만난다. 굉장히 심각한 자해를 보였던 웬디가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지만 아직 웬디를 자신의 집에 데려와 살기는 버겁다. 자식도 생겨났고, 남편에게도 미안함이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언니를 만난 웬디는 조카도 만나고 싶고, 센터 생활이 답답해 자신을 집으로 보내달라 떼를 쓰지만, 언니는 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급격히 충격을 받은 웬디는 토요일 하루를 날린다. 

비록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웬디에게는 꿈이 있다. <스타 트렉>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것이다. 이 영화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기억하고 있는 웬디는 인간과 외계인이 혼합돼 공감에 어려움을 느끼는 스팍에 이입한다. 그리고 스팍을 중심으로 427P 분량의 시나리오를 써왔다. <스타 트렉>의 제작사인 파라마운트픽쳐스에서 시나리오 공모전을 열었기 때문이다. 5월 20일 화요일까지 제작사에 시나리오를 보내야 하는데, 언니와 싸운 뒤 토요일을 놓쳐버렸다. 화요일 오후 5시까지 LA의 파라마운트픽쳐스 제작사까지 시나리오를 보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웬디는 LA로 갈 마음을 먹는다. 

웬디는 아무도 모르게 새벽 첫 차를 타고 LA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누군가에게는 일도 아닌 미션이겠지만, 센터 인근 마켓 거리를 넘어본 적 없는 웬디에게 있어 LA는 우주와도 다를 바 없다. 과연 웬디는 무사히 LA에 도착해 고생스럽게 써낸 시나리오를 제작사에 보낼 수 있을까?

주제의식_장애아를 향한 편견·배려 없는 세상을 향해 

영화는 먼저 장애아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는다. 장애아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스코티(토니 콜렛)은 웬디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웬디의 안전한 삶을 유지시키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자폐아는 크레이티브한 일을 할 수 없다는 편견이 기저에 깔려 있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어 글을 쓰는 시간이 늘었으면 하는 웬디의 욕망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언니 오드리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딸을 잘 돌볼 수 있다는 웬디를 향해 "넌 할 수 없어"라고 일갈한다. 누구보다도 웬디를 사랑하지만 자폐아는 특별한 일을 할 수 없다라는 시선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웬디가 사라지자 두 사람은 웬디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가족이 편견을 갖고 있다면 세상은 장애아를 배려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말이 어눌하고 이상한 웬디를 향해 따뜻한 시선 혹은 말 한마디 건네는 이가 없다.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로 버스에서 내쫓는 버스기사, 마치 친구가 되어줄 것처럼 다가온 뒤 웬디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도둑커플, 웬디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마켓 점원, LA로 가야한다는 웬디에게 "다른 병동으로 가야한다"고만 말하는 간호사, 돈이 부족한 웬디에게 버스 티켓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 버스터미널 캐셔까지 웬디에게 편이 돼주는 이는 많지 않다. 

감독은 "장애아는 안돼"라는 편견을 가진 이들의 모습과 장애아에게 더욱 차가운 말투를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영화 내내 따뜻한 시선이 존재하지만, 웬디에게 불친절한 사람들의 행태는 다소 거리를 둬 관찰하는 형태로 연출한다. 그래서 꼭 허황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 않다. 감독은 장애아도 우리와 다르지 않게 사랑받을 존재라는 것을 암시하며 영화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연출_여운이 남는 감동로드무비·성장드라마

카메라는 주로 웬디의 뒷모습을 따라간다. 길 잃은 양과 같은 웬디는 현재의 위치는 모른 채 목적지로만 직진하는데, 카메라는 일정 거리를 두고 웬디를 담는다. 마치 관객을 관찰자로 두고 웬디를 바라보게 하는 효과를 준다. 웬디의 감정 대신 현상을 보게 하며 그녀에게 발생하는 일들을 이성적으로 되새기게 만든다.

극중 인물의 성장은 따뜻하게 그린다. 그렇게 한 발 한 발을 떼며 목적지 앞에 있는 웬디와 이를 바라보는 가족은 모두 영화 말미에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웬디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뚫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숙녀로 발전하며, 그녀를 보살피는 스코티와 오드리는 장애아라고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사고를 갖게 된다. 두 사람의 좀 더 유연해진 사고는 웬디의 만족스러운 삶에 기여한다. 감동으로 마무리되는 영화 말미에는 많지는 않은 양의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꽤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기_다코타 패닝의 눈부신 재능

말을 할 때 상대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늘 들리지 않는 정도의 목소리로 한 두 번 문장을 내뱉는 소녀가 웬디다. 자폐아라는 설정 아래서 표현되는 웬디에게 보편적인 인간이 느껴지는 건 다코타 패닝의 눈부신 재능 덕으로 여겨진다. 자폐아라고 해서 억지로 오버하지도 않고, 절제된 얼굴과 말투, 다소간 흔들리는 눈빛 등 그의 행동 하나 하나 모두 안정감이 있다. 자폐아가 보더라도 기분 나쁘지 않을 선을 철저히 지키며 웬디의 감정을 오롯이 표현해내는 능력을 보는 것은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다. 토니 콜렛, 앨리스 이브 등의 조연 배우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무난한 연기를 펼친다. 연기로서는 불편한 지점이 없다. 

영화는 따뜻한 감성과 이성적인 시선을 번갈아가며 장애아를 둘러싼 세상을 현실감 있게 드러낸다. 후반부에 밀려오는 작은 감동도 훌륭하다. 이 영화의 흐름에 빠져든다면 좋은 영화 한 편 봤다는 느낌이 있겠으나, 많은 대중이 좋아할만한 스케일과 화려함은 없다. 다코타 패닝의 연기를 기다리고, 장애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볼 만한 영화가 되겠다.

한줄평:진정 배려할 줄 아는 자가 챔피언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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