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2" 잔망미 그 자체, "B급 감성" 히어로
"데드풀2" 잔망미 그 자체, "B급 감성" 히어로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5.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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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일단 멋있고, 정의롭다. 말수도 적고, 카리스마가 넘친다. 늘 무게감이 있고, 언제나 선을 행한다. 매사 행위에는 이유가 있고, 정당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정당한 방법을 택한다. 그리고 언제나 승리한다. 슈퍼맨부터 시작한 전 세계의 히어로는 대략 이런 이미지를 갖는다.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히어로가 갖고 있는 모든 이미지를 뒤엎어버린 캐릭터다. 박찬호에 대항할만한 '투머치 토커'에 두 문장에 한 단어 정도는 욕설이다. 남을 비방하는 디스는 물론, 섹드립도 난무한다. 싸울 때는 극도로 잔인하고, 때로는 무자비한 학살을 한다. 외형 역시 화상을 입은 상태라 보기 흉하다. 불우한 태생을 갖고 있는 그의 내재된 화가 그대로 표출된다. 아이언맨 이상의 감각적인 유머를 보여주지만, 워낙 욕이 많은 탓에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살이 찢기고 내장이 파열 되도 새 살이 솔솔 돋아나는 특성 덕에 죽지 않는다. 자신의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액션이 흥미진진하다. 정당한 목적을 위해 정당한 방법만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관계를 맺는 것도 취약하다. 제멋대로며 잔망미가 넘치는, 빌런이라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히어로가 데드풀이다.

그런 데드풀이 지난 1편에 이어 새로운 이야기로 관객들과 만난다. 워낙 큰 인기를 얻은 히어로라는 점에서 관심이 뜨겁다. 1편 보다 더 뛰어난 속편이라는 평가가 많다.

줄거리_연인을 잃은 슬픔, 성장하는 데드풀

1편이 데드풀의 불우한 탄생 배경과 함께 사랑하는 연인과 다시 만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핵심이었다면, 2편은 사랑스러운 아내 바네사(모레나 바카린)가 죽음으로서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회생하는 데드풀의 모습이 그려진다.

돈을 받고 전 세계의 폭력집단을 처단하던 데드풀은 자신의 뒤를 밟은 조폭들로부터 바네사를 잃는다. 아기를 갖기로 약속까지 한 바네사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잃은 데드풀은 실연에 잠기고 죽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죽을 수도 없는 특성 탓에 계속해서 살아난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엑스맨의 콜로서스(스테판 카피식, 앙드레 트로코테우스)가 데드풀을 갱생시키려, 엑스맨의 수습요원으로 받아들이고 데드풀은 엑스맨과 함께 사회 문제를 해결하러 나선다.

그 과정에서 데드풀과 비슷한 태생적 환경을 갖고 태어난 돌연변이 소년 러셀(줄리안 데니슨)을 만나고 두 사람은 유사 부자관계를 맺고 감옥으로 함께 들어가게 된다. 감옥에 있던 중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터미네이터처럼 과거에 당도한 히어로 케이블(조쉬 브롤린)을 알게 된다. 케이블은 러셀을 죽이기 위해 미래에서 온 히어로다. 감옥에서 탈출한 데드풀은 소년을 구출하기 위해 성적 불평등을 없앤 네이밍의 엑스포스를 결성한다. 데드풀은 과연 무사히 소년 러셀을 구할 수 있을까. 케이블은 미래에서 과거로 온 목적을 무사히 달성할 수 있을까.

각본_진짜 빌런이 지어낸 찰진 대사들, 아는 만큼 보이고 재밌다

영화 시작과 함께 주인공부터 주요 스태프들을 풍자하는 크레딧이 올라간다. 제작진은 각본을 쓴 렛 리즈, 폴 워닉, 라이언 레이놀즈를 두고 'The Real Villein'이라고 밝힌다. 진짜 악당은 이들이라는 뜻인데, 악당이라고 하기에 무방할 정도로 예상을 뛰어넘는 대사와 스토리로 엄청난 웃음을 안긴다.

초반부 바네사를 죽인 것부터 시작해, 데드풀이 "나는 이번 편에 죽는다"라고 영화 초반부에 스포일러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 어벤져스3에서 타노스를 연기한 조슈 브롤린이 케이블로도 출연하자 데드풀이 "타노스"라고 하는 것처럼 스토리와 현실을 넘나드는 대사들도 차고 넘친다. 틈틈이 작품을 벗어나는 대사로 의외의 웃음을 안긴다. 또 엑스맨은 성평등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엑스포스로 이름을 짓는 데드풀의 풍자 등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시대적 메시지와도 어울리는 풍자도 <데드풀2>만의 묘미다. 미국 히어로 시리즈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면 알수록 풍자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재미도 업 된다.

"대본 진짜 대충 쓰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충대충 흘러가는 대사들도 많을 뿐더러 죽을 듯 죽을 듯 죽지 않는 데드풀이 끊임없이 대사를 쏟아내는 장면은 기존 히어로물의 레퍼런스를 뒤엎는다. 정말 대본을 대충 쓴 것처럼 고도의 하이개그를 선보이는 <데드풀2>를 보고 난 후 대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연출_각종 히어로들이 가진 매력을 살린 화려한 액션

<데드풀2>에는 어벤져스에 못지않은 히어로가 대거 출연한다. 허리가 두 동강이 나도 죽지 않는 데드풀은 물론 강력한 레이저 빔 총을 쓰는 케이블, 강력한 불을 뿜어내는 러셀, 어떤 상황에서도 최고의 행운으로 안전하게 죽음을 벗어나는 도미노(재지 비츠), 폭발적인 에너지 파워를 가진 네가소닉 틴에이지 워헤드(브라아나 힐데브란드) 외에도 몸에서 산성을 토해내거나, 엄청난 괴력을 지닌 히어로 등 대다수의 인물이 등장한다.

영화는 이들 모두의 매력이 톡톡 드러나는 액션을 적절히 배치해, 눈과 귀를 호강시킨다. 정신없이 히어로들의 힘을 보고 있다 보면 어느덧 러닝타임이 막바지로 치다고 있다는 확인할 것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영화는 높은 몰입감을 준다. 특히 엄청난 운을 갖고 태어났다는 도미노가 선보이는 액션은 굉장히 기발하고 신선하다. 딱히 대단한 액션이 없음에도 스케일이 크다. 지루함을 조금도 주지 않게 하기 위해 일렉트로닉 음악을 가미한 액션과 함께 감각적인 미장센, 쉴 틈 없이 빠른 리듬감을 주는 구성 등 액션 천재라는 데이빗 레이치 감독의 재능이 돋보인다.

 

연기_대체 불가능한 라이언 레이놀즈

데드풀이 타이틀인만큼 영화는 데드풀이 이끌어간다. 이를 맡은 라이언 레이놀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잔망스러운 모습으로 관객과 마주한다. 그러면서도 내재된 우울과 화를 표현하는 지점에서는 감성을 건드린다. 마냥 웃기기만 한 히어로가 아닌 아픔과 상처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히어로라는 점에서 감정적으로 이입이 된다. 입체적인 히어로를 만든 라이언 레이놀즈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보인다.

이 외 다수의 배우들 역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낸다. 다만 케이블 역의 죠쉬 브롤린은 너무도 무게를 잡고 있어 조금 어색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영화에 크게 지장을 끼칠 정도는 아니지만 다소 걸리는 지점이다.

영화는 최고의 재미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액션으로 점차 더워지는 여름 열기를 단숨에 식힐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가족영화를 표방하지만 부모와 함께 같이 볼만한 영화는 아니다. 되도록 친구들끼리 보길 추천하며, 40대 후반 이상의 부모세대 대부분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다수 풍자를 쉽게 이해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5월 16일 개봉, 상영시간은 117분.

한줄평: 무엇이든 미쳤다고 할 수밖에..

별점:★★★★★★★★(8/10)

 

Editor 함상범 Photo 20세기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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