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레기’ 보고 있는가? 영화 "더 포스트"
대한민국 ‘기레기’ 보고 있는가? 영화 "더 포스트"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4.2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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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2018년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진실을 정확히 보도하기보다는 흥미와 선정적인 내용의 보도로서 ‘팩트’보단 ‘임팩트’에 더욱 집중하는 언론에 국민들의 불신은 커져만 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을 맡은 영화 <더 포스트>가 지난 2월 28일 개봉했다. 철지났다고 볼 수 있는 ‘펜타곤 페이퍼’에 스필버그가 주목한 이유는 언론인의 자세를 보여주고자 함이다. 비록 40여년 전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에는 일침으로 날아온다. 

Photo CGV아트하우스

영화 <더 포스트>는 1970년대 일명 ‘펜타곤 페이퍼’로 불리는 문서가 뉴욕타임즈를 통해 기사화된 후 당시 정부와 대립했던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보도 과정을 다룬다. ‘펜타곤 페이퍼’에는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등 4명의 대통령이 30년간 베트남 전쟁에 개입한 사실을 어떤 식으로 숨겨왔고 전쟁을 확대했는지가 담겼다. 미국 대통령들은 베트남 전쟁 패배를 인정할 때 돌아올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전쟁에 패배할 줄 알면서도 전쟁이 승전을 이어간다고 조작하며 미국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 뉴욕타임즈의 소식을 접한 미국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닉슨 정부는 권력으로 언론사를 탄압하지만, 워싱턴포스트를 위시한 다양한 매체들이 폭로전에 가담하면서 미국 내 반전운동이 거세진다.

영화는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려는 벤 브래들리(톰행크스) 뒤에서 혼란에 빠진 캐서린(메릴 스트립)의 성장에 주목한다. 주체적인 발행인이라기보다는 사교계의 큰 손에 더 가까웠던 캐서린은 펜타곤 페이퍼 보도 과정을 거치면서 “기사를 내는 것이 미국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기사를 내자”라는 원칙을 내세우는 훌륭한 발행인으로 성장한다. 서슬 퍼런 정부를 상대로 원칙으로 맞선 그의 자세는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큰 울림을 준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1970년대 워싱턴포스트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을 높이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출력으로 거장임을 증명한다. 마치 첩보전쟁을 보는 듯 숨 막히는 보도전쟁은 이 영화만의 미덕이다.

 

미디어가 갈구하는 언론의 얼굴

기자는 영화나 브라운관에서 자주 등장하는 직업이다. 어떤 영화에서는 누구보다도 정의롭게, 때로는 악의 화신으로 나올 정도로 온도차가 큰 직종이다.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싸운 기자들이 있었던가 하면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부귀영화를 누린 기자들도 적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가 갈구하는 언론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봤다.

영화 <1987> “보도지침이 대수야 들이박아!!”

최근 가장 ‘핫’한 작품이 장준환 감독의 <1987>이다. 1987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를 주축으로 그렸다. 특히 배우 이희준이 연기한 윤상삼 기자는 박종철 열사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인내와 능력을 발휘한다.

전두환을 위시한 군사정권의 공포정치 안에서 언론 환경은 보도지침으로 인해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자신의 자리를 걸고 “그깟 보도지침이 대수야! 들이박아”라며 일선에서 뛰는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사회부장 역의 고창석의 일갈은 통쾌함을 준다.

 

영화 <제보자> 진실로 국민들의 광기를 누르다

지난 2014년 10월 개봉한 작품이다. 줄기세포로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으로 떠오른 황우석 박사를 모티브로 했다. 마치 모든 병을 치유할 것 같은 기세로 의학계의 신으로 떠올랐던 그를 국민 대다수가 응원하고 지지했다. 하지만 그의 희망 뒤에는 거짓말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가 말한 줄기세포는 실제 하나도 성공한 것이 없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윤민철 PD(박해일)는 보도 한번으로 전 국민을 적으로 돌렸다. 줄기세포에 커다란 희망을 걸었던 국민들은 방송국 앞에 저주를 뿌려대는 광기를 보였다. 누구나 충분히 눈앞의 현실에 타협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당시 PD들은 굳건한 심지를 잃지 않고 이장환(이경영) 박사의 잘못을 파헤쳤다.

 

영화 <뉴스룸> 사망 선고는 뉴스가 하는 게 아니다

미국 HBO 드라마 <뉴스룸>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타 회사의 기사를 베껴 쓰는 일명 ‘우라까이’가 대수롭지 않게 사용되는 것은 전 세계를 막론하는 듯하다. 시즌1 4화에서 보면 미국 여성 하원 의원이 총격 사건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타 언론사를 통해 알려진다. 극중 방송국 ACN은 총격 사고에 대해서만 보도하고, 사망 사실은 알리지 않는다.

방송사 대표는 1초에도 1000명이 채널을 변경한다며 빠르게 사망 소식을 전하라고 다그치지만, ACN은 의원이 죽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 긴박한 상황에서 돈 키퍼(토마스 사도스키)는 명언을 남긴다. “사망 선고는 의사가 하는 것이지 뉴스가 하는 게 아닙니다.”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권력을 감시하려는 의지

1976년 제작된 이 영화(All The president’s Men)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상을 폭로한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의 취재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한지 불과 2년 만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생명까지도 위협받은 두 기자는 닉슨 대통령이 재선됐을 때 좌절할 수도 있었지만, 강력한 희망을 품고 묵묵히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갔다. 이들이 포기하지 않았던 이 의지야말로 권력의 감시자로서 언론인이 갖춰야 할 태도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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