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무서운 데에는 이유가 없다
"곤지암" 무서운 데에는 이유가 없다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3.2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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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한국 공포 장르 영화의 기본 맥은 이다귀신에게 이유가 주어진다. 그간 한국 공포영화는 누군가에게 복수할 수밖에 없는 처절한 고통을 안고 죽었기에그 한을 풀어달라는 영혼의 염원에서 출발했다불쌍한 귀신이 한국 공포 영화의 정서였다. <전설의 고향>이 그 대표적인 예고나머지 공포 영화들도 줄줄이 답습했다

  

한국 공포 영화의 기본 정서를 탈피한 공포 영화가 등장했다정범식 감독의 <곤지암>이다미국 CNN도 인정한 을씨년스러운 공간 곤지암 정신병원에 공포현장을 즐기는 7명의 젊은 청년들이 찾아 공포를 체험한다는 내용을 담는다그저 유쾌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가 실제 공포를 마주하는 사람들이 담긴 <곤지암>에는 과거에 대한 설움이 남은 귀신 따위는 없다

  

서사 구조 뿐 아니라 배우들이 직접 촬영과 연기를 감당하는 방식 역시도 이 영화의 새로운 형태이며무서운 장면이 나올 것을 암시하는 공포음악도 없다결과와 과정 모두 이 영화에는 기존의 레퍼런스가 없다모든 것이 새로운 공포 영화 <곤지암>은 그 도전만으로도 일단 점수를 먹고 시작한다

줄거리_공포체험재밌잖아요!

괴기스러운 흉가나 공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인 공포 동아리 ‘호러타임즈’(Horror Times)에 7명이 모였다. 대장 위하준을 중심으로 카메라 영상을 맡은 박성훈, 겁 많은 맏형 유제윤, 나이는 어리지만 대담한 이승욱, 깡다구 있는 행동파 박지현, 공포체험 경험이 있는 해외파 샬롯(문예원), 의외로 대담한 막내 오아연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모인데 이유는 그저 공포를 체험하며 즐거움을 느끼기 위함이다. 다른 서사는 없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유튜브 생방송을 위한 장비를 착용하고, 환자와 원장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10월 26일 밤 12시 곤지암 정신병원을 찾는다. 

곤지암 정신병원은 이미 숱한 BJ들이 찾았고, 특히 미지의 공간 402호를 열려다가 실종된 BJ들도 있다. 호러타임즈는 원장실, 실험실, 집단치료실, 샤워실에 이어 402호를 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생방송 100만 뷰를 기록하면 5억원 이상의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이 프로젝트는 초반부에는 수월하게 진행된다. 그러다 90만 뷰에 가까워지면서 갑자기 상상 못할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진다. 그리고 무언가에 씌인 듯 충격적인 상황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연출_배우들의 이중과제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방식 

이 영화는 먼저 영화 같지가 않다. 유튜브 방송을 보는 느낌이다.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영상이 러닝타임 시작부터 끝까지 지배한다. 흔들리고 깨지고, 버퍼링도 있다. 모두 의도된 것이다. 철저한 계산 속에 새로운 느낌이 강하다. 그런 중에 만듦새, 완성도가 높다. 정범식 감독은 <곤지암>을 통해 한국 공포 영화를 대표하는 최고의 감독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이 직접 카메라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감당하는 역할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됐다. 배우들은 자신을 찍는 카메라와 주위를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장착했다. 조명도 들고 있다. 대사도 쳐야 한다. 큰 골격 사이에서 핵심 대사는 촬영 당일 주로 받게 된다. ‘혼돈의 카오스’라는 숙제가 배우들에게 주어졌다. 배우들이 촬영을 했음에도, 장면 장면이 깔끔하게 이어진다. 배우들이 굉장히 어려운 숙제를 꽤나 완벽히 수행해냈다. 엄청난 계산이 있지 않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영상이다. 이 덕에 관객들은 영화관에서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미장센도 훌륭하다. 당장이라도 이상한 게 튀어나올 것만 같은 무서운 현장을 재현했다. 기존에 없던 장소 추가로 공간에 스토리를 가미하고 공포심을 높이기 위해 장치를 만든 점은 영리한 선택이다. 상황과 공간이 주는 날 것 그대로의 장면이 연속되면서 공포심은 극대화된다. 후반부 공포스러운 상황이 연달이 이어질 때는 도저히 눈과 귀를 막고서는 그 자리에 견딜 수 없다.

주제의식_귀신만큼 무서운 인간의 탐욕 

사실 명확한 주제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공포체험을 즐기기 위해 떠난 호러타임즈 멤버들이 갑작스럽게 위기에 처한 상황을 주로 그린다. 핵심이 되는 주제의식은 이 영화에 보이지 않는다.

사이드로 보면 인간의 탐욕을 비판한다. 분명 이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돈을 더 벌기 위해 멤버들을 위기의 상황으로 더 몰아넣는 대장 하준의 모습이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짚는 메시지다. 모두가 안전해질 수 있는 상황을 더욱 위기로 몰아넣은 건 돈 앞에 눈이 먼 인간의 탐욕이라고 말한다.

사진=쇼박스, 위하준 문예원 박성훈 오아연 박지현 유제윤(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음악_그런 거 없다

공포영화의 핵심은 음악이다. <죠스>에서 ‘따~단 따~단’하며 등장하는 음악은 죠스를 상상시키면서 공포심을 안긴다. 어떤 공포영화든 음악과 BGM은 가장 연구와 고민을 많이 하게 하는 선택지다. <곤지암>은 음악을 거세했다. 음향만 있다. 움직이면서 들리는 소리가 전부다. 

음악이 없으니 “이제 무서운 장면이 나오겠군”이라는 예상을 할 수 없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무서운 것이 튀어나온다. 그 공포심은 후반부로 갈수록 최고치를 찍는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안도할 수 없다. 

연기_연출과 연기를 모두 잘 감당한 배우들에게 찬사를

배우들 대부분이 신예다. 영화를 처음 찍는 배우들도 있고, 영화 관련 홍보 행사 자체를 처음 해보는 배우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카메라와 연기를 동시에 감당했다고 보기엔 연기들이 뛰어나다. 

신인인 덕에 몰입도는 더 높다. 이들 캐릭터에는 전사가 거의 없음에도, 캐릭터의 색깔이 온전히 드러난다. 이 배우들 모두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겁 많은 맏형 유제윤은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로서 분위기를 살렸고, 위하준은 외로운 공간에서도 배우들과 적절한 호흡을 해내는데 성공했다. 오아연은 연기같지 않은 날 것의 모습이 그대로 표현했다. 마치 이나영의 정제되지 않은 연기를 보는 듯 했다. 문예원은 다소 오버스러운 해외 출신 여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했고, 특히 후반부 겁에 질린 얼굴을 훌륭했다. 박지현은 한 성깔 하는 여자의 느낌을 제법 잘 살렸다. SBS <질투의 화신> 등에서 업계에서는 연기력으로 꽤나 인정을 받고 있는 박성훈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이승욱은 방송멘트에 아주 자연스럽지는 않은 다소 어색한 BJ의 지점을 정확하게 찾아내 연기했다. 

배우들 대부분 다소 과잉 감정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조금씩 있기는 하나, 영화의 대세에 지장을 끼칠 정도는 아니다.

한줄평정범식과 아이들의 아름다운 도전

별점:★★★★★★★★(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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