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사랑한 사람의 빈 자리
"지금 만나러 갑니다" 사랑한 사람의 빈 자리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3.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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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랑의 아이콘 손예진이 다시 한 번 사랑을 표현한다. 상대는 매섭고도 슬픈 눈을 가진 소지섭이다. 국내에서 100만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 이치카와 타쿠지 작가의 일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손예진의 사랑을 만끽할 수 있다. 멜로 영화의 흥행부진으로 인해 국내에서 멜로가 사라진 탓에 그간 남녀의 사랑을 스크린에서 볼 수 없어 갈증이 심했다. 손예진과 소지섭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오랜 갈증 끝에서 마시는 단물 같은 작품이다.

줄거리_기억을 잃은 아내와 다시 사랑에 빠지다

아내가 죽은 7년이 됐다. 수아(손예진)의 남편 우진(소지섭)은 아직도 아이를 키우는데 미숙하다. 주방 앞에선 계속 작아진다. 태워먹지 않으면 계란 후라이가 아니다. 심장이 약한 탓에 제대로 달리지도 못한다. 아내의 빈 자리를 메우려고 고군분투 하는 아빠의 마음도 모르고 아들 지호(김지환)는 비만 오면 기차가 다니지도 않는 기찻길을 가자고 조른다. 비가 오면 엄마도 같이 올 줄 아는 순수함이 마냥 좋지 만은 않다. 아들의 비위를 맞춰주려 기찻길에서 죽은 아내를 한 참 기다리다 돌아오던 길, 기억을 잃은 아내 수아를 만났다. 가족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딜 봐도 수아가 맞다. 한 번만 다시 보길 바랐던 간절한 소원이 이뤄졌다. 이 기적같은 일이 믿겨지지 않는다. 우진과 지호는 기억을 못하는 엄마가 돌아와 기뻐한다. 예정된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모른채, 우진과 수아는 다시 사랑에 빠진다. 집안일도 부담이 적어졌고, 계란 후라이도 태워 먹지 않아도 된다. 하루 하루가 설렘으로 가득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수아는 장마가 끝나면 다시 하늘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사랑에 빠진 두 남녀와 그리고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 이들은 예정된 이별을 맞이한다.

주제의식_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사람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는 영화가 아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담담히 질문하는 영화다. 그리고 이장훈 감독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사람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마음 속에 존재하는 것도 하나의 사랑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위해 특별한 것을 하지 않고, 그저 같이 얘기하고 웃고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야말로 진짜 사랑이라고 설득한다. 수아가 떠나기 전 남아있을 지호와 우진을 위해 자신의 흔적을 장면으로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머리를 감을 때, 계란 후라이를 먹을 때, 청소를 할 때도 우진과 지호는 수아를 연상시킨다.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 아내 혹은 엄마를 통해 이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참 뜻을 전한다.

연출_꽤 괜찮은 멜로 영화 감독의 탄생

미장센이 특히 아름다운 영화다. 예쁜 원을 그리는 능선과 그림같이 아기자기한 집,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기찻길, 버스정류장, 경향식 돈까스 집 등 이 영화가 카메라를 담은 곳 전부다 예쁘다. 그 안에 여전히 최고의 미모를 간직한 손예진의 얼굴과 수줍음으로 무장한 소지섭, 극강의 귀여움을 가진 김지환까지 하모니를 이룬다.

영화 초반부터 후반까지 우진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수아의 시선으로 바뀌는 지점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이 감독은 신인임에도 시선이 바뀌는 지점을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만들었다. 비밀상자를 꺼내놓는 듯한 수아의 고백은 차곡차곡 쌓인 감정을 터뜨리며 커다란 감동을 안긴다. 이 영화의 미덕이자 하이라이트이며, 꽤 괜찮은 멜로 영화 감독의 탄생을 알리는 대목이다.

예정된 이별을 감지한 수아와 우진이 대사가 아닌 표정만으로 슬픈 감정을 드러낸 대목은 영리하다. 노골적이지 않는다. 비밀을 숨기려는 듯 절제하는 감정이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배우들은 울지 않지만 관객들은 눈물을 쏟아낸다.

 

연기_환상의 하모니

손예진은 여전히 아름답다. 풋풋한 청순미, 20대의 싱그러움, 30대의 여성미까지, 손예진은 자신이 갖고 있는 미를 모두 뽐낸다. 어느 한 부분 어색함이 없다.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스무살의 대학생이 잘 어울린다. 원작과 달리 초중반부에서 즐겁고 활달한 부분에서 손예진은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를 펼친다. 후반부에는 감동을 제대로 터뜨리며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멜로 퀸' 그 자체다.

소지섭은 묵묵하다. 조심스럽게 사랑하는 수아를 바라보는 우진의 눈은 신뢰감을 높인다. 짐승같은 몸을 감추고 수줍고 소심한 남자를 매우 안정적이게 표현했다. 중간 중간 코미디 연기부터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 아버지로서 보이는 부성애까지 소지섭의 활약도 100점에 가깝다.

연기가 처음이라는 김지환은 실제 아이의 감성을 전한다. 꾸며지지 않은 그의 얼굴이 스크린을 채울 때 관객들은 귀여움에 어쩔 줄 모를 것이다. 정제되지 않은 연기가 작품을 생기있게 만든다. 연기를 해보지 않은 김지환의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매 영화마다 감초 역할을 하는 고창석 역시 작품에 잘 녹아있으며, 반전을 주는 공효진과 박서준의 카메오 연기는 웃음을 안긴다.

아쉬운 점_ 몇 몇 장면에서의 억지스러움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은 아쉬움을 남긴다. 만취한 홍구(고창석)가 밤 늦게 우진의 집을 찾았을 때 꼭 펭귄 옷을 입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웃음을 유발하긴 하나 영화의 톤과 맞지 않는다. 우진을 시기하는 최 강사(이준혁) 롤 역시도 억지스럽고 유치한 면이 있다.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 우진을 뒤에서 좋아하는 현정(손여은)은 장치적으로만 사용됐다. 분량을 늘리기도 그렇다고 아예 없애기도 애매한 캐릭터이긴 하나 그럼에도 너무 어색하게만 활용됐다.

한줄평:여전히 아름다운 손예진의 사랑

별점:★★★★★★(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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