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모든 것을 "진짜"로 만드는 기적 같은 일, 영화 "노트북"
사랑은 모든 것을 "진짜"로 만드는 기적 같은 일, 영화 "노트북"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07.0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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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키스신 <사진제공=(주)퍼스트런>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영화 '어바웃 타임'이나 마크 웹 감독의 영화 '500일의 썸머' 이전에 이 영화가 있었다. 닉 카사베츠 감독의 영화 '노트북'은 2004년 개봉 당시 1억만 불이 넘는 흥행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남자의 순정은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주연을 맡았던 라이언 고슬링과 레이첼 맥아담스는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노트북'을 보면 첫 장면만 보고서도 설마하며 미리 모든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설마가 맞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목재현장에서 일하는 노아(라이언 고슬링 분)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지적이고 아름다운 앨리(레이첼 맥아담스 분)를 보고 한 눈에 반한다. 끈질긴 노력 끝에 노아는 앨리와 데이트를 하며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앨리의 어머니는 노아가 미래 없는 청년이라며 단정 짓고 두 사람의 만남을 반대한다. 어느 여름날, 풋사랑 같은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헤어진 뒤에 각자의 연인을 만나도 서로를 잊지 못한다. 그러다 결혼식을 앞둔 앨리가 신문을 보다가 우연히 노아의 소식을 알게 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노트북 포스터영화에는 여성 관객들을 위한 판타지가 가득하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내를 병원에 가서 끝까지 돌보는 남편. 예쁘고 부유하며 똑똑한 아가씨를 사랑하는 가난하지만 순정적인 청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서로를 잊지 못해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옛사랑의 흔적을 찾는 연인들. 특히 앨리 어머니의 반대로 그녀와 헤어진 뒤에 노아가 1년 동안 편지 365통을 보낸 장면은 압권이다.

이런 설정들은 때로는 신파로, 때로는 로맨스로 다양하게 변주되었다. 전쟁이라는 시대적 상황까지 개입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더 웅장하게 다가오지만 '노트북'은 영화 외연보다는 내면을 확장하는데 주력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초로의 노아가 한 여성에게 '노트북'에 쓴 내용을 읽어주는 방식이 그렇다. 노아의 내레이션으로 영화의 시간은 바뀌고 거기에 적혀 있는 내용이 그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노아가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읽어주려 하는 여성이 누구인지도 관객은 금방 알게 된다.

이 작품은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에서 개봉 당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때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로맨스 소설의 대가로 한참 급부상할 때였다. 애덤 쉥크만 감독의 영화 '워크 투 리멤버'로 맨디 무어가 부른 'only hope'가 크게 히트를 하며 원작자의 명성도 높아졌다. 이미 그 전부터 '병 속에 담긴 편지'라는 소설이 영화로 제작되면서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이름이 알려졌다. '워크 투 리멤버'는 그 정점을 찍은 작품이었고, '노트북'으로 그는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났다.

노트북 남자주연 <사진제공=(주)퍼스트런>

극 중 노아의 말처럼 사랑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노아는 앨리를 진심으로 아끼면서 생각이 많고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그녀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주었다. 그 과정에서 가난하다는 이유 때문에 그녀의 부모로부터 멸시받았지만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굳건해졌다. '노트북'의 디테일은 여성들을 위한 장치들로 가득하지만 결과적으로 남성들이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하는지 우회적으로 알려준다.

'노트북'은 지고지순한 어느 남자의 순애보를 통해서 사랑의 본질을 은유한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저런 남자가 어디 있느냐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가 실화여서 더 와 닿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있다는 것을 닉 카사베츠 감독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원래 사랑은 너무 많은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서 확신을 하면서도 부주의하게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반면 노아와 앨리처럼 어느 한 계절을 뜨겁게 보낸 것만으로 사랑이 온전하게 완성되기도 한다. 사랑은 그렇게 갑작스럽고도 신비로운 감정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년의 부부를 더 깊이 있게 알고 싶다면 사라 폴리 감독의 ‘어웨이 프롬 허’와 함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라이언 고슬링과 레이첼 맥아담스의 풋풋했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였다.

고경태 kkt13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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