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스트" 이 시대 언론을 향한 날카로운 일침
"더 포스트" 이 시대 언론을 향한 날카로운 일침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2.2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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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GV아트하우스

‘기레기’ . 기자의 ‘기’와 쓰레기의 ‘레기’를 합친 합성어.

2018년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팩트를 왜곡한 기사를 쓰는 기자에 대한 통칭으로 쓰인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진실을 정확히 보도하기보다는 흥미와 선정적인 내용의 보도로서 ‘팩트’보단 ‘임팩트’에 더욱 집중하는 언론에 국민들의 불신은 커져만 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을 맡은 영화 <더 포스트>가 지난 2월 28일 개봉했다. 철지났다고 볼 수 있는 ‘펜타곤 페이퍼’에 스필버그가 주목한 이유는 언론인의 자세를 보여주고자 함이다. 비록 40여년 전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에는 일침으로 날아온다. 

줄거리_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몬 대통령들의 음모 

<더 포스트>는 1970년대 일명 ‘펜타곤 페이퍼’로 불리는 문서가 뉴욕타임즈를 통해 기사화된 후 당시 정부와 대립했던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보도 과정을 다룬다. ‘펜타곤 페이퍼’에는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등 4명의 대통령이 30년간 베트남 전쟁에 개입한 사실과 전쟁이 패배하고 있는 상황임을 분명히 인지한 미국 정부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확대한 파렴치한 행위 등이 담겼다. 미국 대통령들은 베트남 전쟁 패배를 인정할 때 돌아올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전쟁에 패배할 줄 알면서도 전쟁이 승전을 이어간다고 조작하며 미국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

이후 1971년 6월 13일 뉴욕타임즈를 받아든 미국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미국이 베트남전 군사 개입의 구실로 삼았던 ‘통킹 만 사건’과 이후 과정이 모두 조작됐다는 내용이 실렸기 때문이다. 당시 닉슨 정부는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고 후속 보도를 금지하는 소송을 걸었고, 그 사이에 베트남 전쟁 보고서를 입수한 워싱턴 포스트가 이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추가 폭로한다. 이에 자극받은 다른 언론사들까지 폭로에 가담하면서 미국 내 반전 운동이 거세진다.

주제의식_추악한 진실을 파헤치며 얻어낸 언론의 자유

워싱턴 포스트는 행정 권력의 억압 속에서 언론의 자유를 지키려 한다. 편집장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는 정부의 각종 제지에 기사로서 대항하고자 한다.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고, 국민이 지는 겁니다"고 말하는 그는 펜타곤 페이퍼 관련 기사를 쓰는데 온 세포를 집중한다. 그를 호위하는 부장 급 기자들은 브래들리보다도 더 적극적인 자세로 미국 청년들이 죽을 줄 알면서도 베트남의 전쟁터로 내 몬 전 대통령들의 그릇된 결정을 폭로하려 한다.

반대로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은 다소 망설인다. 자칫 이 보도가 그간 오랫동안 지켜온 아버지의 회사 워싱턴 포스트를 폐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캐서린 주위의 이사진은 기사를 내면 "회사가 망할 것"이라고 속삭인다. 캐서린은 직원들 뿐 아니라 자신 역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게 될까 걱정한다. 언론의 자유 역시 눈 감을 수는 없다. 개인과 대의 두 가지의 커다란 가치 앞에서 캐서린은 장고 끝에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라는 대의를 선택한다.

영화는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려는 흐름 속에서 최고의 언론인으로 손꼽히는 캐서린의 성장에 주목한다. 주체적인 발행인이라기보다는 사교계의 큰 손에 더 가까웠던 캐서린은 펜타곤 페이퍼 보도 과정을 거치면서 "기사를 내는 것이 미국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기사를 내자"라는 언론인의 원칙을 준수하는 훌륭한 발행인으로 성장한다. 서슬 퍼런 정부를 상대로 원칙으로 맞선 그의 자세는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큰 울림을 준다. 또 '기레기'라는 부끄러운 단어로 비아냥 당하고 있는 현 대한민국 대다수 언론에 폐부를 찌른다.

비평_내용을 알고도 숨 막히는 보도전쟁 

스티븐 스필버그가 또 한 번 거장임을 증명하는 영화다. 단순히 스쳐지나갈 대화 장면도 몰입하게 하는 재주는 탁월하다. 1970년대 워싱턴포스트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을 높이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보도가 돼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떠오르며 가슴을 졸인다. 언론의 자유 수호와 여성을 무시했던 당시 미국 사회 내에서 여성 발행인으로 성장한 캐서린이라는 두 축을 자연스럽게 배치한 대목도 눈에 띈다. 마치 첩보전쟁을 보는 듯한 숨 막히는 보도전쟁은 이 영화만의 미덕이다.

스필버그의 페르조나가 된 톰 행크스와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높은 가치를 지닌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무장해 고집스럽고 히스테릭하면서 다소 독선적이기도 하나 언론의 자유에서 만큼은 강단 있는 벤 브래들리 역의 톰 행크스, 남성 중심적 세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여린 발행인 캐서린의 불안과 결국 힘 있게 성장하는 얼굴을 표현한 메릴 스트립은 어떤 수식으로도 표현하기 힘들다.

마치 1970년대 편집국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과 같은 미술과 디테일이 살아있는 자판기, 윤정기 등의 소품을 비롯한 미장센에서도 거장의 손길이 느껴진다.

한줄평: 스티븐 스필버그의 진가

별점:★★★★★★★★(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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