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래시계" 90년대 최고의 걸작, 무대서 다시 태어나다
뮤지컬 "모래시계" 90년대 최고의 걸작, 무대서 다시 태어나다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2.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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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부터는 길거리에 개미 한 마리 지나다니지 않았다는 1995년 1~2월, 대한민국 국민 64.5%가 TV 앞에 모여 <모래시계>를 시청했다. 최민수, 고현정, 이정재, 박상원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배출한 것은 물론 격동의 시절을 지나온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역사를 가감 없이 담아냈을 뿐 아니라 콘텐츠 내적인 재미와 감동도 잡는데도 성공한 작품이다. 어떤 수식어도 아우라를 품기 어려울 정도로 절대적인 사랑을 받은 이 드라마가 최근 뮤지컬<모래시계>로 재탄생 했다. “과연 뮤지컬이 드라마를 넘어설 수 있을까”라는 부담과 함께 출발했지만 주위 우려를 비웃듯 매 공연 수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호연을 이어가고 있다.

Photo 계명아트센터

STORY l 격동의 한국, 부끄러운 역사의 아픔

법정 앞 “태수야, 우리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라는 우석의 대사부터 이야기는 플래시백 되면서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격동의 대한민국 대서사시가 2시30분 안에 녹아든다. 드라마가 24부작이라는 어마어마한 서사를 10분1 안으로 압축시킬 수 있었던 것은 태수와 우석, 혜린의 이야기에 집중한 영리함 덕분이다. 얼굴도 못 본 빨치산 아버지로 인해 육사생도를 거부당했던 태수, 카지노 대부의 딸이지만 사회의 부조리에 목소리를 높이는 혜린, 가난하지만 시비 앞에서 늘 정의롭고자 한 우석을 중심으로 드라마가 무대에서 재현된다. 그러면서도 여성 노동자를 탄압했던 ‘YH 사건’과 1980년 5.18 민주화 항쟁을 비롯해 삼청교육대, 불법 슬롯머신과 조직폭력배 사건 등 굵직한 실화들이 배치돼 극의 진실성과 생동감이 강하다. 다만 시간적 제한으로 인해 극의 전개가 너무 빠르게 이어진 탓에 태수와 혜린의 사랑은 긴밀하지 못하며, 사회의 부조리를 외치다 카지노 사장이 된 혜린의 정체성은 모호해진다. 드라마 <모래시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나이 어린 관객에게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STAGE l 역동적인 앙상블이 만든 강렬함

뮤지컬 <모래시계>의 키워드는 역동성이다. 커튼이 걷혀질 때마다 변신하는 남녀 앙상블은 시대의 흐름과 배경의 변화에 따라 유기적이고 화려한 군무와 선 굵은 화음으로 작품에 끊임없는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앙상블의 힘이 배우에게도 전달돼 강렬한 시너지를 뿜어낸다. 원작이 갖고 있는 비장함에 취하지 않고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균형을 잡아가며, 스크린을 활용한 당시의 신문 배경으로 시대를 설명하며 관객을 단숨에 묵직한 역사의 현장 속으로 이동시킨 점은 제작진이 고민 끝에 얻어낸 노력의 산물이다. 굴곡진 대한민국의 역사를 그려내기 위해 선택한 다소 거친 질감의 디자인에서도 제작진의 재능을 엿볼 수 있다. 20년을 담아내야 하는 만큼 모던하면서도 복고적인 이미지의 의상은 창작물인 <모래시계>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MUSIC l  드라마와 다른 감동, 창작물이 주는 참신함

원작에서의 보석 같은 대사들은 뮤지컬 속 대사와 노래 가사를 통해 생생히 전달된다. 19인조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로 전하는 뮤지컬 넘버는 현대적인 록부터, 고전적인 클래식까지 아우른다. 전 국민적인 인기를 통해 독립된 앨범으로 발매된‘백학’의 다양한 변주는 뮤지컬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다.

감정의 동요 없이 언제나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우석은 발라드로, 언제나 강렬한 태수는 힘 있는 록으로, 강단이 느껴지는 혜린은 현악으로 구성해 캐릭터마다 뚜렷한 색깔을 부여한다. 또한 대사가 적은 재희는 검도안무와 함께 털어놓는‘그만큼의 거리’로 색깔을 부여하며, 비열한 종도와 도식은 개성있는 빠른 노래로 또 다른 축을 세우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CASTING

태수 : 김우형 신성록 한지상

혜린 : 조정은 김지현 장은아

우석 : 박건형 강필석 최재웅

종도 : 박성환 강홍석

장소 : 충무아트센터

기간 : 2017.12.15 ~ 201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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