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 "튤립 피버"의 평행이론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 "튤립 피버"의 평행이론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1.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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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개봉 15주년을 맞아 2월 재개봉한다. 이미 이 작품을 봤다면

이 영화가 지난 연말에 관객과 만난 영화 <튤립 피버>와 닮은 점이 많은 걸작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겠다. 두 남녀의 로맨스와 배경이 된 그림 같은 장면들로 우리나라에서도 적지 않은 관객을 극장에 불러 모았다. 그래서 영화들을 관통하는 다섯 가지 포인트를 정리했다.

Photo (주)더쿱·영화사 진진

1 배경과 소재

두 작품 모두 17세기 네덜란드가 배경이다. 네덜란드 경제가 최고 전성기를 맞이한 시점에 군중이 튤립을 투기대상으로 삼은 시기의 이야기다. 튤립의 희귀함과 인간의 욕구가 맞물리며 일으킨 버블 현상은 4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유사하게 발생하고 있다.

피터 웨버 감독의 신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주공간은 델프트로, 실존 인물인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콜린 퍼스)와 하녀 그리트(스칼렛 요한슨)의 이야기를 다뤘다. 실제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을 결합한 팩션으로 베르메르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저스틴 채드윅 감독의 영화 <튤립 피버>의 공간적 배경은 암스테르담이다. 빌럼(잭 오코넬)은 흰색 튤립을 사서 일확천금을 꿈꾸지만 처참하게 몰락한다. 당시에는 빌럼과 같은 사람들을 비일비재하게 낳은 튤립 파동은 최초의 거품 현상이자 투기 과열 현상으로 불린다.

2 치명적인 옴므파탈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마크 다시로 전 세계 여성 팬들을 사로잡은 콜린 퍼스가‘빛의 화가’라 불리는 베르메르를 맡아 긴 머리로 붓을 든 채 스칼렛 요한슨을 바라보는 스틸컷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최소한의 노출 없이 강렬한 눈빛과 목소리의 울림, 미묘한 뉘앙스만으로 두 사람은 폭발 직전의 섹슈얼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반면 <튤립 피버>에서는 ‘퇴폐미의 대명사’ 데인 드한이 베르메르로 계보를 잇는다. 데인 드한도 화가를 맡았지만 콜린 퍼스에 비하면 훨씬 젊다. 특출한 능력을 지닌 것은 맞으나 베르메르에 비하면 더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셈. 부양할 가족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그림보다는 사랑을 더 중시했던 얀. 병적인

이미지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거상 코르넬리스(크리스토프 왈츠)의 아내 소피아(알리시아 비칸데르)를 욕망하던 그의 매력은 시대극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3 환상적인 뮤즈

두 편 모두 남자 주인공들만 엄청난 게 아니다. 여자 주인공들도 만만찮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BAFTA(영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스칼렛 요한슨은 현재 마릴린 먼로 못지않은 섹시스타다.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눈부신 금발, 육감적인 입술은 영화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베르메르가 그리트를 모델로 해서 그림을 그릴 때 그녀에게 아랫입술을 깨물어보라고 하는 장면과 귓불에 구멍을 뚫고 진주 귀걸이를 하는 씬은 숨 막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가의 마음을 사로잡은 뮤즈는 <튤립 피버>에도 있다. 부유한 거상의 아내 소피아를 맡은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영화 <대니쉬 걸>에서 게르다로 나와 에디 레드메인과 폭발적인 케미스트리를 보여줬다. 이후 <제이슨 본>의 맷데이먼, <파도가 지나간 자리>의 마이클 패스벤더, <서브머전스>의 제임스

맥어보이 등과 호흡을 맞추며 최적의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4 회화 못지않은 미장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튤립 피버>는 주인공이 화가인 만큼 매 장면 장면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경우 골드베이지 컬러를 바탕으로 빛의 양감을 풍부하게 조절해 압도적인 비주얼을 선사했다. <튤립 피버>는 이보다 좀 더 어둡게 명암을 넣어 의상의 주름이나 배우들의 표정을 부각시켰다. 튤립 파동으로 인해 부의 성패가 좌우되고 신분마저 뒤바뀌는 상황을 격동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선택이었다. 특히 시그니처 컬러를 적극 활용한 점이 관람 포인트다. 튤립의 붉은색은 차별화된 아름다움을, 소피아의 울트라마린 컬러의 드레스는 그녀의 순결함을, 하녀 마리아의 노란색 상의는 질투를 상징한다.

 

 

 

 

 

 

5 귀까지 즐거운 작품

이토록 두 영화는 무수한 공통점을 지녔지만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하는 영화음악 감독들의 스코어도 놓치면 안 된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튤립 피버>는 대니 엘프만 감독의 솜씨가 녹아든 걸작이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는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더 퀸>, <페인티드베일>, <색, 계>, <뉴 문>, <킹스 스피치>, <제로 다크 서티> 등 예술성 높은 영화부터 블록버스터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수많은 영화들을 담당했다.

데스플라의 음악이 서정적인 반면 대니 엘프만은 심리적 긴장감을 자극하는데 탁월하다. 최근작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시리즈. 그 전에는 팀 버튼 감독의 여러 작품들을 비롯해 미국 ABC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영화 <아메리칸 허슬>의 OST를 만들었다.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리드미컬한 긴박감이 전매특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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