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페인의 풍미 짙은 레시피, 영화 "다운사이징"
알렉산더 페인의 풍미 짙은 레시피, 영화 "다운사이징"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4.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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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신작 <다운사이징>은 혁신적인 소재를 다룬다. 인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식량부족, 환경오염 등등 각종 문제들이 심각해지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다운사이징’이다. 이 시술은 주인공 폴(맷 데이먼)을 예로 들면 177.2cm인 그의 키를 12.7cm로 줄였을 때, 1억이 120억의 가치를 지니는 레저랜드에서 살 수 있게 만드는 신기술이다. 수술비용만 있다면 그는 최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끽할 수 있다. 소인국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쓰레기나 자원 소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지구는 더 살기 좋은 곳이 된다. 십 년 동안 같은 동네에서 변화 없는 생활을 하는데 지친 폴과 그의 아내 오드리(크리스틴 위그)는 고민 끝에 다운사이징 시술을 받는다. 새 집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대출조차 받을 수 없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폴의 친구들은 이 시술을 받아 행복을 찾았다며, 선택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라고 장담한다. 돈 걱정 없는 곳에서 아내와 즐겁게 살기 위해 폴은 시술을 받지만, 오드리는 막판에 마음을 바꾼다.

영화를 보면 폴은 12cm 남짓한 남자가 되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기상천외한 일들을 겪는다. 하지만 이런 모험담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선택들이다. 사실 다운사이징 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지금도 이와 비슷한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국력을 이용해 다른 나라의 국민들을 죽이고, 상대방의 활동 반경을 점점 좁혀가는 일은 지도상의 영토를 바꾸지 않아도 충분히 약한 나라들을 다운사이징하고 있다. 현실에서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부의 차이가 분명한 것처럼 레저랜드도 마찬가지다. 레저랜드 음지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고, 각종 질병과 범죄가 가득하다. 그곳에서도 돈이 없으면 고난이 싹튼다. 레저랜드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겪으면서 폴은 새로운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시작은 다운사이징이라는 독특한 설정이었지만 이 특수성은 보편적인 삶의 흐름으로 변한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주인공들을 예외적인 상황에 몰아넣고 그동안 자신을 가둔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여행을 하게 만드는 독특한 서사구조를 갖고 있다. 정년퇴직에 이어 아내의 죽음까지 겪은 슈미트(잭 니콜슨)가 행복을 찾은 종착점은 그동안 자신이 후원했던 탄자니아 소년의 편지에서였던 <어바웃 슈미트>, 코마상태에 빠진 아내로 인해 비로소 삶을 되돌아보는 변호사 맷(조지 클루니)의 표정이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 <디센던트>도 비슷한 구조다. 삶의 안정권에 있는 남자들의 행복 찾기를 주제로 삼아온 감독은 <다운사이징>은 조금 더 젊은 감각으로 미래 신기술을 통해 어느 중년 남성의 딜레마를 담는다.

<다운사이징>은 누구나 행복하길 원하고, 그 바람이 커질수록 한 면에만 치중하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폴이 오드리와 결혼한 것도, 넉넉하지 않지만 서로 의지하며 오랜 시간 함께 한 것도, 시술을 받기로 한 것도 행복을 찾기 위해서였다. 여기까지는 폴과 오드리의 생각이 같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차이가 있었다. 다운사이징 이후, 폴은 대저택에서의 럭셔리 라이프만 상상했으나 오드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는 미래를 봤다.

<다운사이징>은 인간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사람을 통해 극복하고 비로소 행복을 찾는다는 메시지를 알렉산더 페인 감독만의 색깔로 풍성하게 그렸다. 누구나가 음미하고 싶은 영화다.

Photo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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