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속에서 용기가 싹트는 순간 영화 "원더"
사랑 속에서 용기가 싹트는 순간 영화 "원더"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1.2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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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다른 게 나쁜 건 아닌데 이를 약점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거나 조금 부족한 면으로 그 사람 전체를 규정짓는 경우도 있다. 스티븐 크보스키의 영화 <원더>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채 쉽게 단정하고 정죄하는 사람들을 향한 작품이다. 선천성 안면 기형을 앓고 있는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는 자신의 얼굴 때문에 집에서만 생활한다. 아빠 네이트(오웬 윌슨)와 엄마 이사벨(줄리아 로버츠)은 10살이 된 아들을 학교에 보낸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운 어기는 헬멧을 쓴 채 학교생활을 시작하지만 순탄치 않은 시간들의 연속이다. 그런 어기에게 다가온 잭(노아 주프)과 친구가 되면서 어기는 생에 최초로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스티븐 크로스키 감독이 R. J. 팔라시오의 소설 <아름다운 아이> 를 각색했을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인간관계다. 그는 엠마 왓슨과 함께 작업한 영화 <월플라워>에서 자신만의 상처를 가진 샘(엠마 왓슨)이 찰리(로건 레먼)를 만나 어떻게 트라우마를 이겨내는지 보여준 바 있다. 올 초에는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벨(엠마 왓슨)의 캐릭터를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진취적인 여성으로 다듬어 오리지널 못지않은 호응을 받았다.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은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묘사하는데 탁월한 공력을 발휘한다. 당사자들은 외부적인 요소로 인해 상처받지만 이들이 더 고통에 빠지는 것은 모든 원인을 자기의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영화는 나약한 자존감, 이유모를 자책감에 빠진 주인공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극복하는 서사구조를 취함으로써 감동을 완성한다.

그의 신작 <원더>도 유사한 이야기 구조를 갖는다. <원더>에서 어기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스무 번이 넘는 수술의 고통이 아니라 주변인들의 날 선 말들이다. 그를 겪어보지도 않고 생김새만으로 괴물로 판단하는 모습에 어린 어기는 스스로 설 용기마저 잃는다. 이사벨이 아무리 긍정적인 말을 하고 껴안아줘도 어기는 온기를 느끼지 못한다. 어기의 비타민이자 활력소는 유일한 친구인 잭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함께 관심사를 공유하고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 놓으면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 지점에는 아이와 어른의 경계가 없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우정이 더 절실한 어른들에게 더욱 큰 울림을 준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어기의 몸짓은 메아리처럼 큰 외침으로 와닿는다.

실화 자체가 가지는 묵직한 힘에 대체 불가한 배우들의 연기는 완성도를 높인다. 영화 <룸>에서 잭으로 나와 그해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전작 <썸니아>의 오싹한 연기에 이어 <원더>에서는 훨씬 안정감 있는 내공을 보여준다. 연기 천재라 불렸던 다코타 패닝이 오버랩 된다. 엄마 역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 역시 관록 있는 연기로 영화에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영화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에서 그토록 자신이 싫어하던 엄마(메릴 스트립)와 가장 닮은 딸 바바라로 나와 애증을 보여줬다면 <원더>에서는 평범한 가족의 깊은 우애를 표현했다.

<원더>는 어기의 닫힌 마음에 진심이 녹아들어 용기로 발아하는 장면으로 희망을 말한다. 각박하고 답답한 현실에서 숨 쉬기 힘든 우리들에게 작은 미소를 건넨다.

Photo CGV아트하우스·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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