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화계를 관통하는 이름, 김혜수! "여배우"가 아닌 "배우"로 사는 삶
우리나라 영화계를 관통하는 이름, 김혜수! "여배우"가 아닌 "배우"로 사는 삶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1.0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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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다시, 김혜수다. 30여 년 전에 박중훈과 함께 영화 '깜보'로 데뷔한 이래 그녀는 언제나 각광받는 위치에 있었다. 그것이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결과적으로 김혜수를 대한민국 대표 스타 가운데 한 명으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면서 김혜수는 건강한 에너지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항상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다. 그 시너지 효과로 스스로 하나의 장르가 된 몇 안 되는 배우군에 안착하며 관객과 단단한 신뢰를 쌓았다. 시간마저 빗겨간 것처럼, 오히려 시간을 역주행하는 김혜수를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제공_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엣지있게." SBS드라마 '스타일'에서 잡지사 편집장 박기자를 맡은 김혜수가 이서정(이지아 분)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언제나 트렌드를 주도하는 그녀의 매력과 당당함 덕분에 이 말은 곧바로 유행어가 되었고 지금은 일상어로 자리 잡았다. 혹은 이 대사를 기억하시는지. "그건 제 업무가 아닙니다만." KBS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만능 계약직 사원 미스 김으로 맹활약한 그녀가 상사 무정한(이희준 분)에게 내뱉는 대사다. 계속되는 경제 불황 속에서 자발적으로 계약직을 자처하는 미스 김. 오직 점심시간과 수당을 위해 일한다는 자신의 근무 마인드처럼 똑 부러지게 일처리를 하며 시간 외 수당으로 웬만한 정규직들보다 높은 수입을 올린다. 방영 당시 김혜수는 미스 김으로 여러 을들의 비애감을 통쾌하게 날려버렸다. 그녀의 사이다 같은 매력에 힘입어 그해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처럼 세대를 초월해 김혜수는 이름 석 자 만으로 대한민국 대중문화를 관통한다.

누군가는 책받침 여신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녀를 기억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초콜릿 광고의 풋풋했던 모습으로 그녀를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을 터. 영화 '도둑들'에서 전지현(애니콜 역)과 함께 걸크러시 매력을 뽐내던 팹시, 영화 '타짜'에서 걸쭉한 욕설을 내뱉으며 화투패를 돌리던 정 마담 등등 김혜수를 대표하는 캐릭터들은 너무 많다. 이 배우의 단정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만화경처럼 수많은 여성들이 교차한다. 그녀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현실 속 인물들이다. 혹은 있을 법하지 않아도 김혜수의 연기에 의해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사진제공_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실제로 느와르 장르를 좋아하나

무척 좋아한다. 느와르는 배신과 복수의 감정을 담고 있다. 동시에 무언가가 어긋나고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다.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까지는 아니고 씁쓸한 여운이 있다. 그런 점에 느와르의 매력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통쾌한 액션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미옥'의 시나리오에 읽었을 때 이런 느낌이 들더라.

현정의 어떤 점에 끌렸나

'미옥'을 보면 개개인의 욕망이 충돌하고, 현정을 비롯한 상훈(이선균 분), 김회장(최무성 분)이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방식이 제각각 다르다. 그로인해 그들은 어긋난다. 현정의 욕망은 기업의 일인자가 되는 것보다 거기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그 설정이 와 닿았다. 배우라는 직업적인 부분과 맞닿은 점도 있다. 내 경우에는 끊임없이 연기를 하면서도 자신의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된다. 잘 하고 있을 때조차 그런 회의감을 느낄 때가 있다. 내 역량에 대해 생각할 때도 있고. 그러다 좋은 작품을 만나면 용기를 내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아마 나중에 지금보다 훨씬 더 연기를 잘해도 이런 고민을 할 것이다.

현정은 영화 속 모든 인물들과 적당히 거리를 둔다

김회장은 조직의 보스고, 현재 현정이 존재할 수 있게 해준 발판을 마련해준 사람이다. 그 점이 그녀의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보니 당연히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어려운 대상이다. 상훈의 경우에는 그가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내기 때문에 안다. 실제 조직에서의 위치가 상훈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안 되게 만드는 것도 있지만, 그의 감정을 수용하는 순간 그녀의 욕망은 끝나는 거다.

극중 현정이 상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여러 가지다. 연민도 있고. 결핍으로 가득한 비뚤어진, 오갈 데 없는 아이니까. 그런데 현정도 결핍에서 이 일을 시작한 인물이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상훈을 보호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일을 지시하는 입장에서 보면 괴물을 키운다는 생각도 들었을 거다.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 동질감, 동생 혹은 남자를 보는 기분 등등.

<사진제공_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김혜수를 보면 여배우가 아닌, '배우는 무엇으로 사는가'란 호기심이 든다. 성별이나 역할의 제한조차 가뿐히 뛰어넘어 스크린 안에서 온전히 자신의 자리를 장악하는 존재감. 올해로 24년째 청룡영화제 진행자를 맡을 정도로 신뢰에 있어서 김혜수는 독보적이다. 그녀는 화려한 화장보다 마스크 하나만으로 배우의 존재가치를 입증한다. MBC드라마 '국희'에서 입지전적인 여성 국희로 열연했을 때에도, 영화 '얼굴 없는 미녀'로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했을 때에도 대중은 단발적인 관심보다 깊은 신뢰로 그녀를 응원했다. 오랫동안 대중의 사정권내에 있었기에 더 유리하게 작용한 면도 있겠지만, 역으로 그 시간 동안 그녀가 감내해야 했을 것들의 무게감이 말 한마디 한마디에 녹아있다.

헤어스타일이 파격적이다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논의를 거쳐 정했다. 현정을 조직에서 음험한 일을 하는 여자, 평범함을 가장해서 그 일을 하는 여자 등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다. 그녀가 위장하는 장소가 강남에 있는 대규모 뷰티살롱이다. 뷰티살롱 원장으로도 보일 수 있으며 직업적인 면, 감춰야 하는 면 등을 함께 고려했다. 현정은 자신이 느끼거나 생각하는 것들을 표정에 드러내지 않는다. 표정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의상이나 분장처럼 부수적인 부분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했다. 단순히 멋있어야 되고, 눈에 띄어야 되는 것을 전제로 결정하지 않는다. 헤어스타일은 직접 제안한 것 중에 하나로 결정 났다. 컬러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했다. 스타일 자체도 일반적인 스타일이 아니니까. 이미 도드라지기 때문에 다양한 색깔로 할 수 있었지만 다 같이 정한 것이 은발이었다. 이안규 감독님은 현정이가 움직이는 공간에서 저 컬러가 흡수할 수 있는 다른 색감까지 염두에 두셨던 것 같다.

헤어스타일을 위해 탈색까지 감행했는데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 번씩 탈색을 하다보면 머리가 자라는 게 보인다. 분장으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 워낙 하얗게 해놓다 보니 금방 표시가 난다. 이틀 정도 지나면 경계가 생길 정도로 확실하게 보인다. 실제로 탈색을 해주시는 분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그렇게까지 자주 탈색을 하면 머리가 녹는다. 두피도 생각보다 많이 상하지 않았는데 약품이 흘러서 오히려 두피와 얼굴의 경계선 부분이 얼룩졌다.

의상을 보면 굉장히 패셔너블하다. 버건디 레드 코트에 피가 튀는 느낌이 굉장히 끈적했는데

느와르여서 외형적인 멋을 추구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근거도 없이 멋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사실 트렌치코트를 입으면 움직이기에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여러 남자 조직원들을 상대하는 상황이다. 원래 악어가죽을 사용하면 안 되는데 그 가죽이 가죽 종류 중에서 가장 강하다. 칼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다. 코트를 길게 입은 것도 몸을 보호하기 위한 거고.

업무를 보는 라떼뜨에 대한 첫 인상은

기존의 뷰티살롱과는 다른 곳이다. 천장이 엄청 높아서 웅장한 느낌이었다. 트렌디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 공간만의 정체성이 있다. 현정이 업무를 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곳이니까. 그곳에서 차를 내릴 때에도 현정은 다른 사람을 시키지 않고 직접 내린다. 그녀만의 비즈니스 제스처다. 라떼뜨는 그 행위의 뉘앙스가 깃들어 있는 공간이다. 단순히 뷰티살롱이라는 의미를 넘어 그녀만의 성 같은 곳이다.

본격적인 액션 연기를 선보였는데

tvN드라마 '시그널'에서 차수현 역할을 맡아 잠깐 하긴 했었는데 본격적인 액션 느와르는 처음이다. '시그널'에서는 형사여서 범인을 검거하는 장면이 있었지만 액션 드라마는 아니었다. 이번에 '미옥' 무술팀이 잘 도와줬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걱정이었는데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다. 2년 반 전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미리 준비할 계획이었는데 무술감독님께서 콤팩트하게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셨다. 그래서 촬영 직전에 강도 높게 하려고 했지만 부득이하게 스케줄이 잡혔다. 무술팀이 그 일정에 맞게 많은 준비를 하시면서 도와주셨다.

일대다 액션 촬영 당시 많이 힘들었을 텐데

처음엔 힘들었다. 너무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무술팀이 합을 맞춰주셨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에는 몸이 풀리더라. 나중에는 필요한 부분에만 힘이 들어갈 수 있도록 조절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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