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장의 애환과 사랑을 담은 영화 "푸른 노을"
한 가장의 애환과 사랑을 담은 영화 "푸른 노을"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5.18 11:0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규식 감독의 영화 '푸른 노을'은 제작진이 밝힌 것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적재적소에 풀어낸 작품이다. 자신의 삶을 정리해야 하는 나이든 한 남자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노년층들로부터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일본 못지않게 급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푸른 노을'은 수많은 노인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고충에 작은 위로를 건네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40년 동안 사진가로 일했던 남우(박인환 분)의 노년은 겉보기엔 평온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아들과의 갈등,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 파킨슨병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은 남우의 삶을 더 지치게 한다. 자신이 운영하는 작은 동네 사진관에 사진을 맡겨 놓고 찾아가지 않는 몇몇 손님들. 그들에게 사진을 전해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길을 떠나며 '푸른 노을'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심각한 소재를 위트 있게 완급 조절하며 남우의 심리묘사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시사회 당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눈물 흘리는 남우를 보며 다들 마음 아파했고, 그의 길동무가 되어주는 약장사의 흥겨운 노래에 박장대소하며 관객들은 부담없이 90분을 만끽했다. 무난한 이야기를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로 이끌어간 뚝심은 충무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극적인 설정 없이 깔끔하게 플롯을 완성한 구성의 묘도 '푸른 노을'의 완성도에 한몫했다. 이처럼 '푸른 노을'은 감독, 배우, 스텝 등 여러 제작진들이 합심해 일궈낸 요즘 보기 드문 작품이다. 폭력성과 말초적인 구성으로 관객몰이에 주력하는 한국 영화계에서 불치병에 걸린 한 노인의 흔적을 끝까지 담아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푸른 노을'을 보면서 김용림 배우의 열연이 돋보였던 MBC드라마 '쑥부쟁이'나 김수현 작가의 '부모님 전상서'와 같은 여러 가족 드라마가 오버랩 되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항상 자식들을 생각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던 부모의 마음. 하지만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더 큰 것을 요구하며 얼굴을 붉히는 자식들의 상반된 모습. 극중 남우와 그의 다 큰 아들을 담은 장면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그런 자식을 위해 자신에게 남겨진 마지막까지 헌신하는 남우의 모습은 젊은이들에게 더 와 닿지 않을까. 아무리 헤아려 봐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부모의 은혜는 어깨에 사진 가방을 맨 채 혼자 길을 떠나는 남우의 뒷모습만 봐도 충분히 전달된다. 박인환, 오미희, 남경읍. 이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선보이는 연기 조합은 다시 봐도 황홀하고 아름답다.

<사진제공.네이버영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17-08-10 17:34:38
2017년10 말입니다

수지 2017-06-01 09:32:16
아름다운 이야기인데..우리의 미래를 보는 거 같군요. 개봉은 언제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