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사랑이 아니어도, 설레는 마음을 안기는 영화 "어느날"
꼭 사랑이 아니어도, 설레는 마음을 안기는 영화 "어느날"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4.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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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인벤트스톤/오퍼스픽쳐스/CGV아트하우스

‘사랑’이라는 요소가 가미되지 않았음에도, 관객들의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무언가가 이 영화에는 존재한다. 영화 '어느날'은 사랑하는 아내(임화영 분)를 잃고 실의에 빠진 채 살아가던 보험회사 과장 강수(김남길 분)가 단미소(천우희 분)라는 영혼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의아했다. 왜 하필 미소가 아무런 연고도 없던 강수의 눈에만 보이게 된 건지. 이야기의 끝자락에서 해답을 찾았다. 강수와 미소는 평범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그들의 내면에는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상처’는 그들을 만나게 해준 매개체로 작용했다. 그렇게 그들이 서로를 만나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특별한 로맨스가 아니었음에도, ‘영혼’이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남녀가 주인공인 작품인지라 개봉 전엔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흔한 영화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상당수였다. 심지어 '남과 여', '멋진 하루', '여자, 정혜' 등을 연출한 감성 멜로의 대가 이윤기 감독의 작품이라 더욱 그랬을 터.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이윤기 감독은 신작 '어느날'을 통해 첫 판타지 감성 드라마에 도전했다. 매 작품 인물의 심리를 섬세한 시선으로 표현해 관객들의 감정을 어루만진 이윤기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은 이번 영화에서도 빛을 발했다. 사람과 영혼으로 만난 두 남녀가 서로 교감하며 상처를 치유하기까지의 과정을 이 감독은 로맨스가 아닌 경계, 죄책감, 아픔, 신뢰 등 다양한 감정들로 채워나가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더불어 내면의 아픔은 있지만, 티 없이 맑고 밝은 단미소 역의 천우희와 아내를 잃은 죄책감에 사로잡히며, 삶의 끝자락에 서 있는 강수 역을 연기한 김남길의 시너지 효과도 대단했다. 시각장애인이었던 미소가 세상을 보게 되면서 가게 된 첫 외출 장면은 두 배우 모두 심혈을 기울인 장면이라고 한다. 두 남녀의 관계가 사랑이 아닌 정서적 교감으로 다가가기 위해 더욱 노력했던 두 배우. 그들은 미소와 강수의 첫 외출이 단순히 예쁘게 담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 연기했다. 이렇게 세심한 두 배우의 연기덕분에 '어느날'은 사소한 장면이라도 로맨스로 치부될 수 있는 부분을 절제시키며, 삶에 대해 본질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

영화의 후반부는 갑작스러운 빠른 전개로 아쉬움이 남는다. 강수와 미소가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면서 자신을 치유해가는 그 과정들이 갑자기 ‘존엄사’로 마무리 지어지는 듯하다. 그렇지만 ‘사랑’이란 감정이 없이도 사랑하는 이들이 느끼는 만남의 설렘부터 이별의 아픔까지 세세하게 그려내 관객들의 마음 한쪽을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또한 사랑은 아니지만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미소와 강수의 모습이 담긴 영상에 잔잔한 음악까지 더해지며 영화는 관객들의 마음에 먹먹한 무언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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