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것이 바로 정치, 영화 "특별시민"
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것이 바로 정치, 영화 "특별시민"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4.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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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과정을 보여주는 '특별시민'의 시작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무대에서 선보이는 다이나믹 듀오와 최민식의 콜라보라니. 벌써부터 흥미진진하고 신선한 조합이 아닌가. 기존의 한국 정치 영화와는 다른 분위기를 선택한 박인제 감독은 관객의 폭을 젊은 관객들로 잡았다. 만약 '특별시민'을 보기 전에 영화에 대한 부담을 가지신다면 그 걱정 잠시 내려놓길 바란다. 이 영화는 그리 무겁지 않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로 관객을 사로잡을 테니.

馬不停蹄(마부정제) :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인 이 사자성어가 더욱 발전하고 정진하자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닌 이제 돌이킬 수 없음을, 변종주(최민식 분)가 말에서 내려올 수 없음을 뜻하게 된다. 청와대를 향한 자신의 목표 때문에 가족을 버려도, 자신의 인생이 외로워질 것임을 알면서도 그는 정치에 대한 야욕을 내려놓지 못한다. '특별시민'에서 변종구가 만약 악역으로 등장했다면 오히려 그를 더 이해하기 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민식이 연기한 변종구는 한때 배고픈 줄도 알았고, 진심을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면모도 보였다. 그런 그가 높은 곳에 오를수록 변하고 잘못된 과정임에도 결과만을 향해 달려간다. 달리는 말이 피를 철철 흘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박인제 감독은 우리의 시점을 변종구가 아닌 선거판에 젊은 패기로 똘똘 뭉친 박경(심은경 분)에게 맞춘다. 변종구 시장을 응원하던 그녀가 점차 권력의 피 냄새를 맡게 되고 혼란에 휩싸이게 되는데 우리 또한 그렇다. 영화인지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인지 끊임없이 의심하며 대선의 과정을 디테일하게 지켜본다. 그러면서 느끼는 무력감이 시국에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기에 더욱 '특별시민'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판의 개떼들. 변종구, 심혁수(곽도원 분), 양진주(라미란 분), 정제이(문소리 분) 등 그들의 캐릭터는 사실 우리에게 새로운 존재들이 아니다. 분명 그들의 얼굴은 현실에서 수없이 마주한 인물들이라는 점이 이 <특별시민>의 디테일이 아닐까.

"원래 한국 선거 이딴 식이에요?"라고 양진주 캠퍼스 전문가 민선(류혜영 분)이 말했던 것처럼 매 선거 시즌마다 우리의 눈을 속이고 똥물에서 진주를 꺼내는 그들을 적나라하게 '특별시민'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특별시민'을 보고 관객들이 이 개판 같은 선거 상황에 한탄과 허탈감을 느끼지 않게 그래도 영화는 풍자도 있고, 유쾌한 분위기다. 영화는 그들의 실태를 보고하기 위해서가 아닌, 이미 우리가 현실에서 눈치챈 그들의 눈속임 속에서도 우리가 지켜야 할 권리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국민들은 정치 꼼수에 단호히 거부하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나 여론에 좌지우지되지 않기를 바라는 박인제 감독의 의도가 엿보였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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