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 “악인이라 규정짓기보단 그 시대의 시스템으로 봐달라.”
장혁, “악인이라 규정짓기보단 그 시대의 시스템으로 봐달라.”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3.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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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싸이더스HQ

영화 ‘보통사람’에 나오는 인물 최규남(장혁 분)은 최연소 안기부 실장으로 국가의 사명을 다한다는 미명 아래 냉혹한 악역으로 등장한다. 극중 강성진(손현주 분)과 반대되는 안티고니스트로서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최규남이라는 인물을 연기한 장혁은 그를 표현함에 있어 “기존의 안기부 캐릭터는 기본적인 성향이 있더라. 사람을 밑으로 꾹꾹 누르는 거친 말투와 강한 느낌. 이런 비슷한 연기를 벗어나 반대로 연기해보고 싶었다. 실제로 권력을 지닌 사람들은 굳이 강압적으로 상대에게 명령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오히려 권유의 형식으로 말투를 변형시켰다. 마치 아이를 대하듯 천천히 그리고, 힘을 빼고 연기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시사회에서 밝힌 바처럼 배역은 미워하되 배우는 미워하지 않기를 당부했다. “나조차 캐릭터 자체가 불편했다.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로서 최선을 다해서 연기를 했지만 규남이라는 인물에 공감하기보단 규남이가 그렇게 변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하고자 노력했다. 사실 나조차 관객이 되어 규남을 봤을 땐 싫었다.”

장혁은 그렇게 악인으로 등장한 규남조차 누군가의 아버지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왜 성진이 집으로 찾아왔을 때 그가 센베 과자를 들고 있었겠는가. 성진이 자신의 아들을 위해 선택을 했던 것처럼 규남이도 가족이 있고 그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그 시스템에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성진뿐만이 아닌 규남 또한 사회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영화의 물음처럼 ‘과연 보통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의 물음에는 “도덕적인 욕구도 있고, 사심도 있고, 뭔가를 해보고자 하는 욕구도 있고, 어떤 것 안에서 안 되는 것보단 되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통 사람이 아닐까. 그러나 현재는 과연 보편적으로 살아가는 게 무엇일까. 그렇다면 특별하다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이 된다”라고 밝혔다.

장혁이 최고로 뽑은 악인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살인마 안톤 시거 역(하비에르 바르뎀 분)이다. “살인마 안톤 시거는 진짜 그 표정이 다르다. 배트맨의 히스 레저나 아메리칸 사이코의 패트릭 베이트만 역(크리스찬 베일 분) 또한 악행을 저지를 때 표정이 있다. 그러나 안톤 시거는 무슨 감정으로 악행을 저지르는지 표현하지 않는다. 그저 무표정으로 묵직함을 선사한다. 그 예상할 수 없는 행동이 공포스럽다”

남다른 해석을 통해 또 다른 이미지의 악인을 만들어낸 장혁은 앞으로도 세밀하게 역할을 구사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인터뷰 내내 ‘보통사람’의 최규남 대사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그가 얼마나 수많은 연구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다작을 하는 배우는 분명 이유가 있다. 앞으로도 그가 어떤 인물로 돌아올지 기대한다. ‘보통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열정에 돋보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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