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눈빛의 파장 "배우 천우희"
고요한 눈빛의 파장 "배우 천우희"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3.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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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인벤트스톤/오퍼스픽쳐스>

만약 누군가 천우희에게 "뭣이 중헌디?"라고 묻는다면, 그녀 특유의 눈빛이 그 대답이 될 것 같다. 영화 '곡성'에서 소복 차림으로 산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번뜩이던 무명의 눈빛. 천우희는 시선에 담긴 강렬한 힘을 잘 알고 있다. 그녀의 매력은 눈으로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는데 있다. 그 시작을 알린 것은 영화 '써니'에서 '본드걸'로 등장했을 때부터. 심은경, 강소라 등 쟁쟁한 여배우들이 가득했던 이 작품에서 천우희가 자체발광한 데에는 신들린 공력 때문이다. 강소라와 몸싸움을 하기 직전, 매점에서 추억의 크림빵을 흡입하며 흰자위를 드러내던 천우희는 그때부터 충무로의 대체불가 아이콘이 되지 않았을까.

천우희를 자기 세대 여배우들 가운데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은 영화 '한공주'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에서 천우희는 한 단계 도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에게 마지막 안식처와도 같았을 집을 떠날 때 보이던 '공주'의 눈빛. 가해자들의 압박 때문에 피해자인 그녀가 도망가야만 하는 상황에서 눈물로 가득한 천우희의 눈은 예전과 달랐다. 그전에는 살아 숨쉬는,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서린 눈빛으로 캐릭터의 내면을 표현했다면 공주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발산하는 것보다 절제할 때 더 세심하고 큰 힘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아는 배우만이 할 줄 아는 연기로 천우희는 또 다른 스타일을 완성한다. 천우희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겹치는 역할이 거의 없다.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주저함이 없기에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 후 천우희는 감독들의 뮤즈로 자리 잡아 여러 관객들을 현혹시켰다. 그녀는 의미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으면 영화의 규모나 배역의 비중에 연연하지 않는다. 제35회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을 때, "작은 영화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던 소신 발언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비중은 적지만 우진의 변화무쌍한 정체성을 표현하는데 필요했던 '우진64'를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천우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새해 목표를 깨알 같이 적어 올렸다. '폭식 안하기', '운전해서 부산 가기' 등등. 어찌 보면 소소한 것들이지만 마지막 다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열일하기'. 이미 연기를 위해 10년 넘게 자신을 던졌건만 더 노력하겠다는 마인드는 그녀의 현재이자 미래다. 개봉을 앞둔 이윤기 감독의 영화 '어느날'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영혼으로만 존재하는 '미소'를 맡은 천우희. 매번 색다른 인물을 맡아 자신의 것으로 깔끔하게 흡수해버리는 천우희의 새로운 로맨스는 언제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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