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함과 뜨거움을 오가는 "엄기준"의 카리스마
냉철함과 뜨거움을 오가는 "엄기준"의 카리스마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3.0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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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에게 안경은 극중 캐릭터를 표현하는 소도구일 수 있다. 엄기준처럼 안경에 적합한 비주얼을 지닌 배우도 드물다. 안경을 착용했을 때와 벗었을 때, 엄기준의 이미지는 확실히 다르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2008년에 방송된 KBS2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극중 능력은 있지만 인간미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냉혈한 손규호 PD를 맡아 팬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동그란 안경 너머로 '미친 양언니'라 불리는 조연출을 노려보던 살벌한 레이저 눈빛! 온화한 얼굴로 동료들을 챙겨주던 지오(현빈 분)와는 더욱 대조적이었기에 시청자들에게 기억되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이 했더라면 그저 평범했을 인물을 엄기준은 능청맞고 유들유들하게 소화했다. 엄기준은 영화 '더 웹툰: 예고살인'에서 이기철을 맡아 남성미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까칠한 수염이 거뭇한 얼굴로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인식된 동그란 안경 없이 살인 사건 현장을 추적하던 강력반 형사. 특이한 건 마초적인 캐릭터에도 지적인 아우라를 덧입히는 그의 1%다.

특히 뮤지컬에서는 그 매력이 무한대를 찍을 정도. 지난 2015년에는 뮤지컬 '베르테르'에서 실연에 빠진 젊은 베르테르를 보여줬다.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모습은 무대에 서 있는 것만으로 베르테르의 상실감을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작년 한 해에만 '잭 더 리퍼'의 다니엘과 '몬테크리스토'의 에드몬드 단테스를 맡아 쉴 틈 없이 공연했던 엄기준. 모두 한 가지 목표를 두고 내달리는 단호한 인물들이다.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살인에 동참하는 다니엘과 복수의 화신 단테스는 극과 극을 오간다. 캐릭터 하나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려면 수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데, 무대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야말로 열정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오죽하면 직장 여성들이 월차까지 쓰고 공연을 보러간다는 말이 나올까.

요즘 엄기준은 무대 이외의 시간을 촬영장에서 보낸다. SBS드라마 '피고인'에서 차민호와 차선호라는 쌍둥이 역할을 맡아 1인 2역에 도전했다. 똑같은 재벌가 남자들이지만 이성적인 민호와 감정적인 선호를 오가며 방영 1회 만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형에 대한 열등감으로 인해 선호가 민호를 죽이고 두 사람이 하나가 되었을 때. 엄기준은 형의 그늘에 갇혀 완벽한 척해야 하는 '차선호'를 재창조했다. 이렇게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 현기증이 날 법도 한데 엄기준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이 아닌 감탄사를 유발한다. 베란다 난관에 매달린 채 몸부림치는 형을 바라보는 동생의 복잡 미묘한 표정부터 자신이 살아남자 뒷일을 도모하는 본능적인 움직임까지. '악역'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엄기준은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 '피고인'에서 지성(박정우 역)과 본격적인 대립을 보여주며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굴 그가 어떤 변신을 꾀할지 벌써부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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