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나위 없이 지금이 전성기, 배우 이병헌
더할 나위 없이 지금이 전성기, 배우 이병헌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3.03 11: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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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2016년 무려 10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배우 이병헌. 영화 '마스터', '매그니피센트 7', '내부자들'의 화려한 범죄 액션 영화 캐릭터를 벗어던지고 영화 '싱글라이더'에서 모든 것을 잃은 기러기 아빠 강재훈을 연기했다. 낯설고 의심스러운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병헌의 절절한 눈빛을 잊지 못하게 된다. '싱글라이더'의 충격적인 비밀보다는 이병헌이 쓸쓸하게 걸어가던 그 뒷모습이 잔상에 남는다.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배우, 그리고 변화해가는 배우. 그를 만났다.

#1. 기러기 아빠 재훈의 쓸쓸한 감성 영화 '싱글라이더'

최근 다양한 영화들로 관객을 찾아뵀어요. 인터뷰도 자주 하실 것 같은데요.

그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네요. 제가 출연한 영화들의 여운이 관객에게는 몇 개월이 갈 때도 있고, 몇 년이 갈 때도 있는 건데 바로 다음 영화로, 다른 캐릭터로, 다른 장르의 영화로 만나 뵙는 것이 흐름을 깰 수도 있거든요. 예전에 어떤 팬에게 편지를 받았는데 배신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을 하더군요.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고나 할까요.

이번 '싱글라이더'는 최근 출연하신 작품들과는 다른 장르예요. 특히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 하던데.

기다리고 기다렸던 시나리오였어요. '싱글라이더'가 하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죠. 다들 미래에 대한 목표만을 가지고 앞만 보며 살아가고 있잖아요. 눈에 보이는 행복들은 아주 가까이 있는데 나중으로 미뤄놓고 그저 달려가기만 하는 것 같아요. 재훈도 마찬가지죠. 그런 행복들을 놓치고 살고 있다는 생각에 선택하게 됐어요.

재훈의 과거처럼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시는데요.

정말 저 또한 쉼 없이 일을 하고 있죠. '매그니피센트 7'이 끝나고 '마스터'를 촬영하기 한두 달 사이에 '싱글라이더'를 촬영했어요. 사실은 이 영화를 촬영하고자 했던 이유가 최근 바쁜 일정으로 인해 힘들기도 하고 호주 날씨도 좋을 것 같아 쉬어가면서 일을 하자고 마음먹고 선택하기도 했어요. 근데 웬걸. 그 어떤 액션 영화보다 힘들었어요. 마치 드라마 촬영하듯이 빠듯하게 일정이 돌아갔거든요. 정말 재훈처럼 아이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뭔가 아이러니한 상황이라 생각했죠.

바로 다음 촬영으로 인해 작품에 빠져나오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그런 편은 아니에요. 작품에 영향을 받아 감정이 오래가거나 그러진 않아요. 다만 영화 '내부자들'이 끝나고 가끔 사투리가 튀어나오긴 하더라고요(웃음). '마스터' 촬영 때도 감독님이 사투리 억양을 사용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싱글라이더' 제목이 심상치 않은데요.

작품에 임한 영화 중 가장 이상한 제목이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였어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번 영화 제목도 만만치 않죠. 오토바이 영화인 줄 알았다니까요(웃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엔 제목 때문에 시나리오에 손이 가지 않았어요. 그러다 시나리오를 살펴보고 진정한 제목의 의미를 알 수 있었어요.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으론 좋은 것 같아요.

영화 초반에 이병헌 씨가 분위기를 잘 잡아 줬어요.

제가 언제는 자연스럽지 않았나요(웃음). '싱글라이더'는 대사가 많지 않은 편이에요. 그렇기에 대사보다 더 많은 것들을 관객에게 전달하려면 감정이 중요했어요. 만약 제 의지와 상관없이 왜곡되거나 다른 감정으로 보일 수 있겠단 생각에 특히 모니터를 많이 확인했어요. 너무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컷이 생길 수 있기에 조심했습니다.

'싱글라이더'에서는 애드리브가 힘드셨을 것 같아요.

영화 분위기상 애드리브가 허용되지 않았어요. 최대한 시나리오에 맞춰 흐름을 깨지 않는 것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 방법이지 않았을까요.

영화의 가장 핵심 포인트가 반전이었는데요. 연기하기에 어떠셨는지.

저는 '싱글라이더'가 반전을 위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다가 한 번에 빵하고 터뜨리는 영화라기보단 처음 중간, 과정이 중요하잖아요. 내가 확신이 있어야 연기를 할 수 있으니 저는 마지막 부분에 포인트를 잡고 연기했지만 관객에 따라 반전을 느끼시는 부분은 다를 거예요. 연기하는데 힘들진 않았어요.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을 가지고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싱글라이더' 제작자가 하정우 씨라고 들었습니다. 최근 만나셨다던데.

만났을 때 서로 고맙다고 얘길 했어요. 제가 완전히 재훈으로 결정되기 전에 하정우 씨가 제작자로 참여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살짝 불안했던 기억이 나네요. 혹시나 하정우 씨가 '싱글라이더' 주인공 역할을 한다고 하면 어쩌나 싶었거든요. 다른 영화 같으면 그런 영화가 한두 번 이겠나, 하며 쿨하게 넘어갔겠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뺏기면 너무 상처받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이 영화는 아마 다시 와도 제가 하고 싶어 했을 것 같아요. 그만큼 욕심난 작품이에요.

공효진 씨와 함께 연기에 임하셨는데 어떠셨나요.

리허설하듯 편안하게 연기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여배우고 저와 마주하는 씬은 별로 없었지만 화장실 장면에서 공효진 씨가 오열하는 장면을 보고 저 또한 울컥하더라고요. 역시 공효진이라 생각했죠.

이주영 감독님과의 만남이 첫 연출과 베테랑 배우의 작업이었어요. 함께 하면서 어떠셨는지.

특별하게 다를 건 없어요. 일단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 신인 감독이건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감독이건 크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한가지 색깔로 가려면 선장의 뜻에 따라 선장의 의도에 맞추려고 해요. 각자 바라는 바가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거든요.

재훈이 타스마니아로 떠나려 한 이유가 뭘까요.

극중 아들 진우가 동영상으로 보내온 장소가 타스마니아예요. 지나(안소희 분)한테 하는 대사처럼 어딘지 모르고 가본 적도 없는 그곳을 꼭 한 번 가보고 싶은거죠. 맨 마지막에 나오는 타스마니아의 배경이 비현실적으로 보이잖아요. 그런 장소의 특성을 살려 재훈이 자신의 상황을 인정해 모든 걸 내려놓는 편안한 모습을 그리기 위한 장치로 사용됐어요.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2. 아빠이자, 남편이자, 배우로 살아가는 이병헌.

영화를 계기로 가족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변화된 점이 있다면.

굳이 다른 발견을 했다기보다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처럼 내가 현재에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감들도 소중하게 생각을 해야 되겠다고 느꼈어요.

아빠 이병헌의 모습은 생소한데요. 상상이 안가요.

남은 시간을 항상 아이에게 투자하려 노력해요. 주로 힘쓰는 놀이를 담당하며 잘 놀아주려고 하죠. 저만 보면 아이가 놀이를 같이 하길 기대하는 것 같아요. 한시도 가만히 안 있어요. 요즘은 히어로물에 빠져 있어요. 벌써 22개월이네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아이가 생기니 우리나라 나이 계산하는 방법이 특이하다고 느꼈어요. 바로 한 살을 먹고 시작하는 게 뭔가 불공평한 느낌이랄까요(웃음).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이민정 씨와 상의를 하신다고 들었어요.

가끔 읽어봐 달라고 할 때가 있어요. 저와는 또 다른 견해를 듣고 싶은 경우에요.

극 중 재훈처럼 내 아이가 영어를 잘했으면 좋겠는지. 남다른 교육철학이 있으실 것 같아요.

그게 참 고민스러운 부분인 것 같은데요. 정말 거짓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애는 애답게 뛰어놀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다수가 하는 상황에서 따라가지 못하면 어울리지 못하고 왕따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될까 봐 남들 다하는 것처럼 평범하게 키워야 하는 것인지 고민도 되긴 하지만 애는 애잖아요. 요즘 교육열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요. 교육 부분에 있어서 고수 씨랑 많이 얘기하는 편이에요.

고수 씨랑 친분이 두텁다고 들었어요. 이번에 우연찮게도 부성애를 소재로 비슷한 시기에 고수 씨의 영화 '루시드 드림'이 개봉하는데요.

하필 개봉 기간이 겹치나 싶다가도 어차피 다른 영화로 언제든지 경쟁할 수 있잖아요. 장르가 다르기도 하고 서로 반응이 좋았으면 했어요. 저는 '싱글라이더'가 꼭 상업적으로 성공하길 바라기보단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인생 영화가 됐으면 해요.

이병헌 씨에게 영화의 장르 중 액션물과 감성 드라마, 어떤 장르가 더 마음이 가는지.

보면서 느끼는 다른 사람들의 기쁨처럼 저도 연기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른 기쁨을 찾아요. 굳이 비교를 하자면 작은 감정들로 재미를 준 영화를 좋아합니다. 미묘한 심리 표현을 잘 했던 작품이 영화 '달콤한 인생'이죠.

전에 인터뷰에서 ‘내 안에 꼬마가 산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의미에 관한 구체적인 얘기가 궁금해요.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뭔가가 자꾸 차단되고 포기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나무에 가지를 표현하자면 가지치기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상황이랄까요. 사실은 가지가 뻗어나가고 뻗어나가서 굉장히 새로운 곳에 맞닿을 수도 있고, 특별한 기회를 가질 수도 있는 건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점점 나이를 먹는 것 자체가 차단이 되고 잘리는 것 같아요. 한 번은 해외 SF쪽으로 유명한 감독님과 미팅을 하는데 그분이 자신의 집에 놀이터가 있다고 자랑하시더라고요. 어떤 방 하나가 전부 장난감으로 가득 차있다는 얘기였죠. 그 얘길 하시는데 제가 그 감독님께 아드님 놀이터냐고 물었어요. 그게 아니고 그 감독님의 놀이 공간이라는 얘기에 약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죠. 그때 생각했어요. 마음속에 어린아이가 있으면 절대 없애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꼭 그것이 이상한 게 아니라 누구나 행동에 제약을 가지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죠.

병자호란 당시의 조선을 그린 사극 '남한산성'을 촬영 중이지 않나요. 고수, 박해일, 김윤석, 박희순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하신다던데.

네. 지금도 촬영 중이에요. 남한산성을 찍고 있어서 머리도 못 잘라요. 촬영하는 모든 배우들이 산발을 하고 있죠(웃음). 정말 특이한 영화예요. 굉장히 촬영 속도가 빠르거든요. 과연 감독님이 편집할 때 애를 먹진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랄까요. 제가 보기엔 뭘 원하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 같아요. 군더더기 없는 촬영을 하는 걸 보면 말이죠.

'싱글라이더'의 스포일러 상 영화에 관한 질문을 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네요. '싱글라이더'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요.

관객이 영화에서 오는 반전에 놀라고 충격받기보다는 ‘아 내가 저렇게 똑같이 살아왔구나’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길 원해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요. 어떻게 생각하면 이 영화의 반전보다 더 크게 와 닿는 부분이 생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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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니 2017-05-30 12:20:45
월드스타 이병헌!
연기도 잘하지만 매너도 좋은 착한 배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