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호정"이 말하는 자신만의 연기 집념
배우 "김호정"이 말하는 자신만의 연기 집념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2.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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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H0180 Photographer. 최순열(정글스튜디오)

확신을 갖고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만이 품을 수 있는 행복한 미소.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호정의 첫 인상이 그랬다. 화이트 원피스를 입은 김호정은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싱그럽고 기품 있는 모습이었다. 연기에 열정과 진심을 담아 몰두하면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음을 그녀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젠 그 무엇에도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을 담아낼 수 있다는 김호정. 무엇이 이토록 그녀를 설레게 하는 걸까.

작년 연말에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김윤석 선생님과 호흡을 맞췄다. 영화 '즐거운 인생'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반가웠다. 김윤석 선생님은 연극할 때부터 알고 있던 사이여서 편안했다. 워낙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이니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촬영차 함께 치앙마이에 갈 수 있어서 즐거웠다.

태국에서 촬영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오프닝씬이 인상적이었다. 홍지영 감독님이 무척 공들여 찍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수현(김윤석 분)과 노인의 대화를 통해서 전반적인 주제를 암시하고 있으니까. 당시 헬기 바람이 너무 세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덕분에 좋은 장면이 나왔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수현의 동료 의사인 혜원을 맡았다. 여전히 짧은 커트머리다.

머리가 짧은 건 영화 '화장'때문이었다. 그때 병에 걸린 아내 역할을 맡아서 머리를 삭발했다. 하고 보니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더라. 요즘 이렇게 하는 사람들 많지 않나(웃음).

2015년에 '화장'에서 암투병 중인 아내로 열연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는데.

원래 아픈 환자 역할은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항상 연기자가 예뻐 보이는 역할만 할 순 없다. 어느 정도 연륜이 생겨서 연기를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시기였다. 내가 어떤 길로 가야하나 고민이 많았다. 이젠 무슨 역할이든 할 수 있고, 하려고 한다.

항상 이지적이면서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2001년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영화 '나비'의 안나는 실험적이기까지 했는데. 당시 안나를 선택한 계기가 있다면.

예전에 영화 데뷔작을 다 촬영하고 편집본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어색해하고 당황해하는 내 모습이 고스란히 보여서 속상했다. 그전까지는 무대에서 연기를 해야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카메라 앞에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다고 결심했다. 그때 '나비'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문승욱 감독님과 말씀을 나누고 나니 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촬영을 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 일을 계기로 카메라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2015년 한 해에만 영화 '마돈나'에서는 포주를, SBS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능청스러운 재벌녀를 소화했다.

'나비' 이후로 우울한 역할만 들어왔다. 그래서 '마돈나' 촬영 소식을 듣고 자처해서 출연하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내가 할만한 역할이 뭐가 있나 싶었는데 포주 역할밖에 없었다. 누가 나한테 포주 역할을 주겠나. 그런데 신수원 감독님 덕분에 포주를 연기할 수 있었다. 이미지가 하나로 굳어지는 것이 우려되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연기를 시작한지 25년이 넘었다. 예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젠 혼자서 영화를 이끌어가기보다는 편안하고 다양하게 연기하려고 한다. 연기가 아니었다면 달리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었을까(웃음). 20대에는 열심히 연기만 했는데 3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방황하는 시간도 있었다. 그러면서 좀 지쳤는데 이젠 달라졌다. 어렸을 때에는 행복감을 느끼면서 고통스럽게 했다면, 지금은 고통스러운 역할을 하더라도 즐겁게 할 수 있다. 그게 달라진 거 같다.

어떤 배우로 활동하고 싶은지.

틸다 스윈튼처럼 나이가 들어도 개성 있게, 여성성을 가지고 나만의 내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다. 그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나이 드는 게 목표다. 어떤 역할을 맡든 깊이와 아우라를 발산할 수 있는 배우! 이렇게 말하고 나니 좀 창피하다(웃음).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 만날 수 있나.

박광현 감독님의 영화 '조작된 도시'와 김백준 감독님의 영화 '괴물들'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단편에도 출연할 마음이 있다. 재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단편영화들을 심사하면서 깜짝 놀랐다. 메시지도 훨씬 분명하고 멋진 단편영화들이 많았다.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다면 항상 참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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