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까지 치는 감정의 파장, 영화 "여교사"의 배우 김하늘
바닥까지 치는 감정의 파장, 영화 "여교사"의 배우 김하늘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2.0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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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 0001 <사진제공=필라멘트픽쳐스>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희망 없이 살아가는 '효주'라는 인물에 안쓰러운 연민을 느꼈다는 김하늘. 효주에 대한 그녀의 감정이입이 영화 '여교사' 완성도를 높였다. 어둡고 서늘했던 효주가 변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생겨난 균열 속에서 그들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15년 전 MBC드라마 '로망스'를 잊게 만든 김하늘표 선생님 캐릭터가 또 한 번 탄생했다.

영화 '여교사'가 개봉했다. 주변 반응이 궁금하다.

친구들이 다른 때 같으면 잘 봤는지, 어땠는지 피드백을 해주는 편인데 이번엔 내 영화 속 모습을 많이 낯설어 하더라. "너 무서웠어"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 나조차 그랬는데 지인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효주'라는 캐릭터를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여교사'를 촬영하던 시기에 굉장히 사랑을 받고 있었다. 정말 고맙게도 많은 도움이 됐다.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여교사'가 감정적으로 힘이 들고, 모멸감이 들어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전에는 항상 사랑받는 역할을 했기에 더욱 그랬다. 대본을 읽으면서는 못하겠단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대본을 다 보고 나니 배우로서의 욕심이 생겼다. 효주라는 인물을 내가 연기해서 캐릭터를 잡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했다.

충무로의 천재라 불리는 김태용 감독님과 함께 한 소감이 궁금한데.

되게 편했다. 처음엔 김 감독님이 오히려 저를 불편해하셨던 것 같다. 김 감독님 얼굴이 약간 아기같이 생겨서 순해 보인다. 김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같이 영화를 만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원하는 것들을 편하게 어필할 수 있고 의견을 조율하는데 있어서 많이 대화를 했다. 현장에서는 김 감독님이 저보단 원근 씨를 신경 쓰느라 저한테 신경을 덜 써주는 것 같아서 서운했다(웃음).

처음 김태용 감독님이 구상한 효주와 김하늘 씨가 해석한 효주가 좀 달랐던 것 같다.

그렇다. 김 감독님이 남자의 입장에서 효주를 바라보다 보니 김 감독님과 내가 바라본 효주가 조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편집이 다 끝나고 김 감독님이 다음날 갑자기 내게 고맙다는 얘길 하시더라. 김 감독님이 생각했던 효주가 있었는데 편집을 다 끝내고 보니 효주가 안쓰러워 연민이 들었다고 했다. 내가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효주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는 감정을 김 감독님도 느끼신 것 같다.

효주의 캐릭터가 달라져서 없어진 장면도 있다고 들었다.

재하가 무용 연습을 할 때 교복을 벗은 채 연습을 하는데 효주가 벗어져 있는 교복의 냄새를 맡는 장면이 있었다. 효주의 캐릭터에 있어서 스타트가 달랐기에 빠진 부분이다. 효주는 정말 선생님으로서 재하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그러다 재하와 혜영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용돌이다. 나는 그렇게 해석을 했기에 재하에 대한 효주의 감정에 집중하려 했다.

이번 '여교사' 촬영에서 가장 최고참이었는데.

가장 연장자라는 점이 참 어려운 것 같다. 후배 때는 정말 편했다. 어려우면 물어보고 선배들에게 기댈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책임감이라는 게 더 생긴 것 같다. 영화 '블라인드'와 KBS2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서도 그랬다. 나는 두 가지 일을 같이 하는 걸 못하는 편이라 캐릭터에 집중할 때면 그 역할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커서 주변을 잘 둘러보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후배들에게 미안하다. 선배로서 편하게 하고 좀 더 그들을 이끌어 줄 수도 있는데 최소한의 노력만 한 것 같다. 그렇기에 항상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아쉽다. 더 신경 써주면 좋았을 거란 후회가 든다.

유난히 영화에서 효주가 혼자 밥을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촬영하면서 표현하기에 힘들진 않았는지.

그러한 먹는 장면들은 오히려 사건이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아니기에 효주의 감정선을 이끌어가기만 하면 되는 장면이다. 그래서 크게 연기하는데 어렵진 않았다. 촬영 당시 효주의 감정이 차있었기 때문에 그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 삭막하고 무의미한 표정으로 밥을 먹게 되더라. 또한 재하와 혜영이 함께 만나는 장면을 효주가 커피를 마시면서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얼굴 표정들 또한 효주에 이입해 연기를 하다 보니 오히려 표현하기가 편했다.

과연 효주는 재하를 사랑한 걸까?

효주가 재하에게 느낀 감정을 사랑이라 착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효주는 의지할 곳도 없고 정말 건조한 인생을 살아가는 친구다. 그나마 의지했던 남자친구조차 떠나버리고 희망 없이 사는 사람이지 않나. 다들 인생을 살아가면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사소한 즐거움이라도 찾으면서 살아가고자 한다. 어떤 사람은 게임에 빠져 있기도 하고, 먹는 것, 여행 등 많은 요소들이 있다. 효주 같은 경우는 그 대상이 재하였다. 그렇기에 집착하게 되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착각한 것이 아닐까.

김하늘 - 0002 <사진제공=필라멘트픽쳐스>

이번 '여교사'에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만족스러운 장면이 있다면.

재하가 체육관에서 효주에게 모멸감을 주는 장면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모습이 정말 내 얼굴이 아니었다. 눈에 핏발이 선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더라. 그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혜영의 얼굴에 물을 붓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촬영하기에 쉽지 않았다던데.

그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다리로 누르면서 저항하는 혜영을 압박하는 연기도 있었다. 처음엔 얼굴 표정보단 액션에 더 집중했다. 김 감독님이 감정은 오히려 장면으로 보여주지 않길 원했다. 사람 얼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고 과연 죽을 수 있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성대가 부풀어 올라서 죽는다더라. 그 장면을 찍기 위한 여러 가지 생각 때문에 표현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여러 방향으로 찍으려고 노력해봤다.

'여교사'의 마지막 장면이 충격적이다. 다양한 해석이 나오던데.

영화의 결말 상 나는 당연히 효주가 경찰에게 잡혀갔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결말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더라. 특히 영화제에서 외국 분들이 '여교사'에 대해 받아들이는 감성도 달랐다. 우리 영화를 미스터리라고 생각하고 보시더라. 결말도 그렇다. 효주가 재하에게 뒤집어 씌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렇게 다양하게 결말이 해석되니 오히려 획기적이고 좋다.

메이크업도 그렇고 효주의 무미건조함에 여배우로서 화면에 예쁘게 나오지 않는 부분이 서운하진 않았는지.

김 감독님이 자꾸 괜찮다, 예쁘다고 하셨다. 김 감독님이 보기엔 그런 느낌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전혀 안 예쁘더라. 정말 초라해 보였다. 오히려 김 감독님은 나에게서 그런 모습을 더 찾아내고 싶어 했다. 전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벗겨내고 싶었나 보다. 만약 이 영화가 멜로 영화였다면 김 감독님께 엄청 항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이 정말 효주 같아서 좋았다.

이번 '효주'라는 역할에 도전하고자 했던 이유가 있다면.

오랫동안 로맨틱 코미디나 영화로서 사랑을 받아 감사하고 경력이 쌓이다 보니 연기적인 욕심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나이에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 겁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어릴 때야 실수를 해도 아직 어리고 신인이니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하고자 했다. [공항 가는 길]도 그렇고 '여교사'도 용기를 필요로 했던 작품이고 지금 반응을 봤을 때 많은 분들이 박수를 쳐주니까 감사하다. 앞으로 더 용기를 내서 배우로서 펼치고 싶은 캐릭터를 맡았을 때 겁내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여교사'를 궁금해하는 관객에게 한마디.

우선은 '여교사'가 입소문이 났으면 좋겠다. '여교사'의 제목에 대한 선입견이 있더라. 그런 선입견을 지우고 다른 매력들을 충분히 느끼셨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나면 되게 많은 얘기를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작품이라 생각되실 것이다. 함께 얘기하며 '여교사'를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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