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킹’을 잡는 자가 승자다! 한 판의 완벽한 체스 게임 같은 영화 "더 킹"
먼저 ‘킹’을 잡는 자가 승자다! 한 판의 완벽한 체스 게임 같은 영화 "더 킹"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2.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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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백 년이 지나도 체스 게임의 룰은 똑같다. 이 게임은 왕이 핵심이며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소위 체스 말을 잘 사용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체스 게임처럼 영화 '더 킹'은 박태수(조인성 분)의 일대기를 통해 막강한 권력을 쥐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권력자들과 그들의 핵심 설계자 한강식(정우성 분)이 마치 ‘대한민국이라는 체스판’에서 먼저 ‘킹’을 잡으려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스토리가 닉(토비 맥과이어 분)의 서사와 내레이션으로 흘러가듯 '더 킹' 또한 박태수의 시점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최근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tvN드라마 '도깨비'에서도 도깨비 김신의 일대기를 보여주며 내레이션으로 진행하는데 이러한 전개 방식이 작품들을 더욱 진정성 있고 주인공의 감정에 빠져들 수 있게 한다. '더 킹'도 태수의 내레이션을 통해 그가 왜 권력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필연적 상황을 공감시킨다. 태수의 어린 시절부터 검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검사가 된 후 한 고등학생의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권력에 관해 갈등하는 심리를 1인칭 시점에서 흘러가도록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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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색채감에 익숙해져 '더 킹'의 클래식한 영상을 보고 처음엔 다소 어색하단 느낌이 든다. 마치 오래된 아날로그 TV를 다시 시청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5분이 지나면 색감 자체가 영화에 녹아나기 시작한다. 80년대 스타일의 영상만 봐도 '더 킹'이 떠오를 수 있게끔 색깔을 이용해 '더 킹'만의 화려한 스타일을 만들었다. '더 킹'을 제작한 한재림 감독의 강점이라면 바로 이 부분이다. 영화적 기법들을 모방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영화의 톤을 독특하게 물들인다. 시대를 아우르는 서사 또한 그 시절을 완벽하게 재현하려 노력했다기보다는 현대의 시선으로 봐도 촌스럽지 않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기에 마치 그 시대 권력자들이 이 시대 또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자각할 수 있다.

사실 현 시국 때문에 자꾸 정치적인 부분으로 '더 킹'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정치가들에 국한돼 영화를 논해버리는 것은 곤란하다. 권력자들을 따라가다 보니 정치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이지 정치가들이 주인공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정치가들의 목줄을 쥐어 잡고 있는 핵심 인물들에 대한 얘기다. '더 킹'에서 가장 자주 보여줬던 공간에 집중해보자. 모든 권력의 핵심 사건을 관장하고 있는 전략부의 자료실이 포인트다. 김치처럼 맛있게 묵힌 사건들이 가득한 곳. 그 전략부의 실세가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인물 한강식이다. 체스 게임의 프로 플레이어 한강식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가 막히게 ‘킹’을 교체시킨다. 누가 왕이 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수단이 지극히 과학적이지 않은 방법이지만 그의 선택이 옳을 때마다 상위 1% 권력을 소유한 사람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펜트하우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축배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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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식은 체스 말처럼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을 잘 길들여 써먹을 수 있는 개로 표현한다. 그리고 태수는 자신이 그 개였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영화의 엔딩은 새드엔딩이 아니다. 체스 게임의 플레이어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슬픈 영화가 아니었음에도 다큐처럼 흘러가는 지난 대통령들의 영상이 지나갈 때마다 눈물이 났던 것은 필자도 이 지독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서가 아닐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였다. 참고로 에필로그를 놓치지 마시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쁜 놈들의 결말은 다 똑같다. 지금 문제를 일으키는 자들은 한강식의 같은 길을 걸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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