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로스의 날개를 단 배우 "김희진"
이카로스의 날개를 단 배우 "김희진"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7.02.10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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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테스피스 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 테스피스 엔터테인먼트

 

그 남자의 손놀림은 예사롭지 않았다.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2분 남짓한 영상으로 마술을 보여주는 동안 민첩하게 카드를 뒤섞는 그는 마술사 이상이었다. 길고 매끈한 손가락. 카드 모서리를 살짝 문 입술. 자신이 숨긴 트럼프 카드를 뒤집을 때 빛나던 장난기 가득한 눈빛. 놀라지 마시라. 그가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악독한 림계진(이범수 분)의 오른팔인 류장춘을 연기했던 배우 김희진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로프로 온 몸이 묶인 채 수송기에 매달려 날아가던 장면으로 작년에 핫한 데뷔를 한 신인배우다. 이제 감을 좀 잡은 것 같다면 섣부른 판단! 김희진은 그야말로 반전의 연속인 남자다.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김희진은 딱 보면 그냥 ‘남신’이다. 이번에 '인천상륙작전'으로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김희진은 류장춘 역할 오디션을 볼 때 영화 속에 출연한 복장 그대로 제작진 앞에 섰다. 옷은 구할 수 있지만 멘탈은 손쉽게 갖출 수 없는 법. 김희진은 주어진 대사를 북한 사투리로 읽으며 연기한 것은 물론 재래시장에서 낡은 안경까지 미리 준비하는 성실함과 치밀함으로 당당히 류장춘이 되었다.

 

배우가 되기 전, 김희진은 13년 차 전직 마술사였다. 그런 그가 연기에 뛰어든 계기는 우연히 본 연극 한 편 때문이었다. 무대 위에서 수많은 대사를 말하는 배우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동경이 ‘마술사 김희진’을 ‘배우 김희진’으로 만들었다. 김희진의 진짜 매직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었을까. 카메라 앞에서는 대선배인 이정재(장학수 역)와 맞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전투씬 많은 고된 촬영장에서는 웃음 바이러스였다니 김희진의 반전매력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듯.

 

김희진은 포로 수송기에 묶여 한반도 상공을 질주하는 장면이 자신에게 터닝 포인트가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이래서 삶은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하나보다. 작년에 제53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뉴라이징상’을 수상한 김희진은 이카로스의 날개를 등에 단 듯하다. 단순히 도약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비상에는 ‘겸손’이라는 인성의 무게까지 실려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배우. 이렇게 김희진은 스스로 신화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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