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수꾼"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스토리 기법
영화 "파수꾼"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스토리 기법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09.27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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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_image-1“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이미 우리는 수없이 많은 것들을 접하며 살아왔고 더 이상은 쉽게 놀라지 않는다. 영화 또한 그렇다. 문자 시대에서 영상 시대로 변화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스토리에 노출되었고 이제 새로운 소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스토리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가 탄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 해결법을 알려주는 독립영화가 탄생했다. 영화 '파수꾼'은 윤성현 감독의 작품으로 젊은 감독의 감각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쫓아가는 이 영화는 연기자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를 잘 표현했다고 극찬 받았으나 정말 칭찬받아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기존의 익숙한 스토리에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여 재창작해냈다는 점이다. 윤성현 감독의 과감한 생략과 첨가를 통해 이야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파수꾼'에서 찾아보자.

사람들에게 이야기꾼으로 알려져 있는 김영하 작가의 '아랑은 왜'를 읽어보면 누구나 다 아는 아랑 전설의 설화 하나만으로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익숙한’ 이야기를 ‘다르게’ 쓴다는 것이 얼마나 만만히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기존의 스토리를 세련되게 변형시킬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방식은 ‘플래시백’을 통한 기법이다. 윤성현 감독 또한 '파수꾼'의 스토리를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플래시백’으로 표현해냈다. 이 방식이 영화 속에서 가장 핵심이 되었던 것은 바로 장르다. 시작부터 누가 죽었는지,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어느 하나 실마리를 주지 않은 채 미스터리한 상황으로 설정된 '파수꾼'은 시작부터 관객의 집중도를 높여 놓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현재와 과거를 과감히 교차시켜 베일에 가려진 상황을 추리해나가며 감을 잡아나가는 방식을 통해 '파수꾼'을 보는 관객의 참여도를 높인다. 사실 영화의 스토리만 보자면 지극히 단순하다. 기태가 친구들과 어떠한 갈등을 겪었는가. 그를 죽음까지 몰고 간 사연은 무엇일까. 이 두 궁금증을 풀어내면 스토리에서는 딱히 남는 것이 없다. ‘플래시백’을 통하지 않고 그저 스토리만 풀어나갔다면 이 영화가 특별하게 다가오진 않았을 것이다.

윤성현 감독이 영화 속에서 과감하게 생략한 이야기들이 돋보인다. ‘플래시백’을 통해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과감히 편집했다. 어찌 보면 대단한 도전이다. 이미 수많은 스토리에 익숙한 관객의 ‘눈’을 믿었을지도 모른다. '파수꾼'은 주인공들의 사연을 설명하기보다는 그들의 감정선에 집중했다. 기태(이제훈 분)가 희준(박정민 분)과 마찰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점차 동윤(서준영 분)까지도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는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심리 변화만은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심리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여건들을 적절하게 배치했기에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아도 그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기태와 희준이 서로의 갈등에 대한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점 또한 지극히 현실적이다. 무조건 갈등이 생기면 주인공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개연성을 구구절절 장면에 집어넣는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영화의 도입부에 피해자의 아버지(조성하 분)가 누구의 아버지인지 먼저 밝히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대부분 기태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희준이 당연히 피해자일거라 예상한다. 그러다 점차 시간이 지나서 의외의 인물인 기태가 자살을 했다는 사실에 놀란다. 보이는 단면만 보고 피의자, 피해자를 판단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어리석다고 비웃는 듯 반전을 선사하는 '파수꾼'은 단순히 청소년들의 불안정한 성장기를 그려내기만을 원하진 않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든지 충분히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오히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누구보다 잔인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윤성현 감독은 자신의 의도를 '파수꾼'을 통해 강요하진 않는다. 동윤은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이 표현되지만 희준은 그렇지 않다. 자신이 전학 간 후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 생각하지만 자세한 상황을 알려 하진 않는다. 동윤과 다르게 오히려 회피하는 희준을 모습을 보며 영화의 결과에 무게감을 실지 않으려는 감독의 노력이 보인다. 기태가 죽음을 선택한 현실도 아파트 난관에 서 있는 기태의 위태로운 등만으로 표현한다. 직접적인 표현 방법보단 몽환적인 장면을 통해 안갯 속에 묻어버리 듯 처리한다. 어두운 현실에 대한 결말을 특별한 사건으로 만들기보다는 어디선가 벌어질 수 있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었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스토리에 생략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한 부분도 있다. 그저 우정이 파괴되는 상황만을 놓고도 충분히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었음에도 윤성현 감독은 그들의 감정이 어긋나는 또 하나의 이유로 사랑을 집어넣고자 했다. 그러한 이유로 동윤과 세정(이초희 분)의 만나는 장면을 생각보다 중요하게 처리했다. 그들의 관계를 단순히 보여주고 동윤과 기태의 대사만으로 끝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감정을 중요시하는 동윤의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우정과도 맞먹을 정도로 10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랑을 영화상에 표현하고자 한 감독의 욕심이 돋보인다.

어떤 이는 이 영화를 퀴어 영화로 구분 짓기도 한다. 그만큼 남학생들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 넣었기에 가능한 해석이다. 그러나 퀴어 영화로 단정 지어버리면 그들의 감정이 다양하지 않고 단순하게 느껴진다. 기태가 자신의 친구들에게 남다른 감정을 갖는 것을 사랑으로 표현해버리면 너무 편견을 가진 해석이 되지 않을까. 10대들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어른의 시선으로 받아들이진 말자. 또한 영화는 충분히 기태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결핍된 주변상황을 장면 속에 충분히 녹여냈다. 마치 윤 감독이 실제 인물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나 싶을 정도로 '파수꾼' 속에 남학생들의 심리를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또한 그들의 일상을 정교하게 담아낸 영화였다.

김서해 free70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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