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잔재를 남긴 "핏빛 전쟁터", 영화 "아수라"
수많은 잔재를 남긴 "핏빛 전쟁터", 영화 "아수라"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10.1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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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95%84%ec%88%98%eb%9d%bc_%ec%95%84%ed%8a%b8%ed%8f%ac%ec%8a%a4%ed%84%b0한 남자의 지친 그림자

영화 '아수라'를 연상해보자면 다들 존재감 넘치는 다양한 악인들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머릿속에 남은 잔상은 어두운 조명조차 받지 못한 채 어깨를 구부려 전봇대에 기대 있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다. 그것이 사람인지 그림자인지조차 희미해 보일 정도로 존재감 없는 상태. 정우성이 연기한 한도경의 이미지다. 처음부터 악인은 아니었을 것이라 예상되는 그의 앞모습은 이미 그들과 다를 바 없어졌지만 그 뒷모습은 여전히 예전과 똑같다. 그저 남들과 똑같이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어 노력했던 일들이 악행으로 그의 발목을 잡았을 뿐, 그의 뒷모습은 예전처럼 똑같이 지쳐있을 뿐이다. 정우성의 독백으로 대사가 처리되는 부분이 지독히도 고독하게 느껴지기에 이러한 잔상을 만들어 냈을지도 모른다.

웃는 모습조차 달라지는 악인의 모습들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 분)나 영화 '다크 나이트'의 조커(히스 레저 분)를 상상해보자. 그들이 우리를 오싹하게 만들었던 장면을 기억해보자면 절대 화내고 윽박지르는 모습이 아니다. 살기 넘치게 웃는 순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오금이 저린다. '아수라'의 악인들도 마찬가지다.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 분)가 무서운 이유를 알고 싶다면 그가 씩 웃는 순간을 기억해보자. 그의 미소는 우리 주변의 악인들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웃는 모습이 닮아가는 그들이 그 어떤 잔인한 장면보다 무섭게 다가온다.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이 한도경을 윽박지르면서 피를 말리는 것이 아니다. 웃으면서 서서히 목을 조여오는 김차인의 악독한 면이 돋보였다. 처음에는 한도경을 따랐던 문선모(주지훈) 또한 악에 물들어갈수록 그의 미소가 다른 악인들과 비슷해지기 시작한다. 순수함에서 악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단순히 해석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장면들이다. 그들의 연기에 대한 수많은 고찰 덕분에 깊이 있는 장면들이 탄생했다.

완성도 높은 빗속의 카 체이스

빗속의 위험천만한 카 체이스는 어느 해외 영화에서도 보기 쉬운 장면이 아니다. 한도경의 스트레스가 폭발하는 장면이기도 한 카 체이스를 김성수 감독은 가장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로 잡아 놓고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우리가 기억하는 영화 '비트'의 명장면이 정우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을 느끼는 장면이었다면 '아수라'에서는 카 체이스다, 차 안과 밖을 넘나드는 카메라, 붉은 조명과 푸른 조명의 반복된 교차, 빗소리와 한도경의 욕설로 정신없는 현장이 주는 분위기가 '아수라'가 원하는 지옥문 바로 앞 지점의 모습이 아닐까.

still_01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김성수 감독의 세계관이 해외에서도 통했다

선과 악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한도경의 캐릭터와 '안남시'라는 세계관을 보여준 '아수라'만의 독특한 해석이 해외 영화팬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잇달아 북미와 유럽의 영화제에서 '아수라'를 찾는다고 한다. 악인들의 정교한 인물 분석과 세밀하게 설계된 지옥도가 충분한 매력으로 어필하지 않았을까. 지금껏 한국에서 보지 못 했던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점과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로 승부했다는 점에서 김성수 감독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다소 자극적인 장면과 불편하게 느껴지는 장면으로 인해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도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강렬한 존재감이 이 영화를 빛내게 만든 요인이었다.

김서해 free70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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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2016-11-28 23:27:25
아수라 됐네요...불쌍한 아저씨 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