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물감들이 가득한 팔레트 같은 영화 "럭키"
형형색색의 물감들이 가득한 팔레트 같은 영화 "럭키"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11.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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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_imageoa7kn0vj <사진제공=쇼박스>

tvN예능 '삼시세끼'로 전 국민의 스타가 된 유해진의 첫 원톱영화 '럭키'가 10월 13일에 개봉하며 반전코미디의 진가를 보여줬다. 유독 올해에는 원톱영화들이 많이 개봉했다. 김용윤 감독의 영화 '멜리스', 허진호 감독의 영화 '덕혜옹주', 김성훈 감독의 영화 '터널'까지. 모두 홍수아, 손예진, 하정우 등 쟁쟁한 배우들이 주연이었다. 이번에는 유해진이 그 바통을 받았다.

유명한 킬러 형욱(유해진 분)은 여느 때처럼 사람을 죽인 뒤 몸을 씻으러 목욕탕에 간다. 누군가 흘린 비누를 밟고 큰 대자로 뻗고 나니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의 이름조차 모른다. 그때 같은 곳에서 목욕을 하던 무명 배우 재성(이준 분)은 형욱의 라커 열쇠를 몰래 가지고 나와 자신의 열쇠와 바꿔치기 한다. 목욕하기 전에 우연히 본 형욱의 명품 시계며 지갑이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것이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지금껏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인생을 산다.

'럭키'는 코미디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들이 총망라해있다. 오프닝을 장식하는 비 오는 장면에서는 누와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형욱이 기억을 잃고 분식집에서 일하며 곤경에 처한 자신을 도와주었던 리나(조윤희 분)와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은 멜로다. 투 잡으로 병행하는 엑스트라에서 형욱이 하는 연기는 액션이다. 그렇지만 어느 요소도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다.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 극적 효과를 배가시킨다. 이계벽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빛나는 장면들도 많다. 단조롭게 흘러갈 수 있는 분식집 장면에서 형욱이 칼로 단무지나 은박지를 꽃으로 만드는 모습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영화에는 흥미로운 설정이 가득하다. 생활고로 인해 죽으려고 목을 매는 재성이 비빔국수를 먹으라는 집주인 여자(이용녀 분)의 말을 듣고 "그래, 먹고 죽자"라며 다시 목을 내빼는 장면은 웃프다. 알고 보니 밀린 월세를 받기 위해 거짓말로 재성을 유인해서 현관문을 열게 하려는 주인아주머니의 작전이었던 셈. '밥 대신 꿈'을 먹으며 원하는 일을 하느라 생활고에 시달리는 재성의 비애감은 코미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럭키'의 원작은 우치다 겐지 감독의 영화 '열쇠도둑의 방법'이지만 이계벽 감독은 이것을 한국식으로 영리하게 리메이크했다. 이 모든 것은 유해진이 열일하는 열정으로 극을 이끌어갔기에 가능했겠으나 그와 합을 맞춰 가슴 설레는 로맨스를 보여주는 조윤희(리사 역)나 영화 속에서 형욱과 함께 촬영하며 물오른 막장 연기를 보여주는 전혜빈 등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었기에 몰입도를 더 높일 수 있었다. 영화 제목에 얽힌 일화도 흥미롭다. Luck과 Key라는 두 영어 단어의 조합으로 탄생한 제목은 단순히 ‘행운’이라는 뜻보다 인생 반전을 겪으면서 평소에는 미처 몰랐던 생의 묘미를 맛본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는 의도에서 지어졌다고 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삶이지만 그래도 살아가다보면 언젠가는 극중 형욱처럼 행운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고경태 기자 kkt13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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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9 00:32:13
유해진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