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부탁"을 들어주는 여자, 영화 "죽여주는 여자"
"특별한 부탁"을 들어주는 여자, 영화 "죽여주는 여자"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10.2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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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_imagedt1tt3be <사진제공=KAFA/CGv아트하우스>

상영이 끝난 후 함께 본 사람들과 다음 장소로 카페를 가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 얘기할 거리가 넘친다는 것. 영화 '죽여주는 여자'가 그랬다. 한두 가지 고민거리를 던져놓은 것이 아닌 현시대의 다양한 논쟁거리를 던져주는 영화. 그렇기에 다소 무거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 무게감을 덜어내기 위한 재미요소도 충분히 들어가 있다. '박카스 여인'의 삶을 통해서 이재용 감독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윤여정이라서 가능했던 영화

"나랑 연애하고 갈래요? 잘 해 드릴게." 성을 파는 노인인 소영이 만약 윤여정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자극적인 소재를 부담스럽지 않게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없었을 것이다. 부담스런 대사조차 자기 것으로 소화해내는 윤여정의 연기력 덕택에 '죽여주는 여자'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저예산 영화지만 파격적인 연기를 보여준 윤여정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많다는 평이다. 오랜 연륜을 지닌 그녀이기에 극중 소영의 비극적인 삶도 부정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이해를 하고 싶게 만든다. 그녀는 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가슴 앓이를 했다고 하지만 그 선택의 가치는 그녀가 생각한 것보단 훨씬 크지 않을까.

소영의 주변 인물들이 주는 효과

트랜스 젠더 집주인 티나(안아주 분), 장애를 가진 옆집 남자 지훈(윤계상 분), 코피노 소년 민호(최현준) 등 그녀의 이웃들 또한 평범하진 않다. 그들이 있기에 영화도 더욱 풍성해진다. 자칫 영화가 소영의 인생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다큐멘터리와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티나, 지훈, 민호 이 세 인물 덕분에 웃음과 휴머니즘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이재용 감독이 영화에서 가장 잘한 점이 있다면 캐스팅 부분이다. 칙칙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분위기조차 화기애애하게 보일 수 있게 만들어버리는 윤계상과 실제 트랜스 젠더로 등장하는 안아주의 연기로 이 둘의 케미가 만만치 않다.

이제는 '잘 죽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들이 잘 사는 법에 대해서는 다들 관심을 가지지만 '죽음'에 대한 얘기를 기피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재용 감독은 이제 우리도 '잘 죽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죽여주는 여자'를 세상 밖으로 선보였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만 미리 가지지 않도록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소영처럼 양로원보다는 교도소를 선택할 정도로 비극적인 노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영화다.

언젠가는 이 영화를 통해 '오늘'을 기억하겠지

'현시대의 타임캡슐'이라고 영화에 대해 얘기할 정도로 이재용 감독은 다양한 사회 이슈를 집어넣고자 했다. 누군가는 과하다고 얘기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과한 이슈들이 현재 동시에 뉴스에서 터져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2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벌어지는 이슈들을 모아놨고 그 이슈들에 대한 과장을 섞진 않았다. 그저 현재를 바라보게끔 만드는 장치를 통해 관객들이 통찰하길 바랐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이유는 단지 수면 위로 올라갔으면 하는 문제들을 던져놓은 용기 때문이 아닐까.

김서해 free70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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