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봄을 입다. 배우 ‘지수’
푸른 봄을 입다. 배우 ‘지수’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09.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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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글로리데이로 청춘배우 계보를 잇는 새로운 얼굴

지금 우리 시대의 청춘은 찬란하지만 위태롭기도 하다. 그 단상들을 필모그래피에 겹겹이 담아내는 배우가 있다. 푸른 봄을 입은 배우 지수다.

Photographer. 이명수 Photographer. 이명수

영화 글로리데이를 통해 첫 주연을 맡았다. 그리고 나이는 막내인데 리더 역할이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야했는데 어땠나.

이 작품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 기쁨과 동시에 혼자 감당하기엔 큰 역할이라 부담이 컸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많은 덕을 봤다. 상대배우들(류준열, 김준면, 김희찬)은 전부터 알고 지낸 지인에서 각별해진 계기가 됐고 형들이지만 친구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같이 출연한 배우들에게 묻어가려고 했다(웃음). 내가 끌고 가야하는 신에선 감독님께 많이 의지하며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마지막 장면에서 눈빛 연기가 인상 깊었다. 영화가 끝나면 지수 생각만 나더라.

아니다. 그렇지 않다(웃음). 마지막 장면은 연기하기도 정말 아팠고 표현해내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그래서 상상력으로 용비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용비의 마음은 복잡하고 미묘했을 거다. 전날 상우(김준면)가 보고 싶다고 말하는 꿈을 꾼 거다. 결국 어렵게 상우의 장례식장에 찾아갔고 결정적으로 영정 사진을 보고 환청을 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상우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 나라도 그랬을 거야”라고 위로받았을 것 같다.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하면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

하룻밤에 일어난 에피소드라 소소하게 나누기 힘든 작업이었다. 흐름상 엔딩이고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이기도 해서 정말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시간 순으로 촬영하는 게 아니라 복잡하기도 했지만 최정열 감독님께서 전체적인 틀과 흐름을 많이 조언해주셨다.

용비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글로리할까.

현실적으로만 생각하면 사회에 부적응할 수밖에 없는 사건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친구도 못 사귀고 집에만 처박혀 힘들게 살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여기서부턴 나의 이상적인 바람을 이야기해보겠다. 용비는 상우가 용서해주면서 꿈도 찾고 더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던 중 지공(류준열), 두만(김희찬)에게 연락이 온다(웃음). 그간 오해들도 풀고 상우의 묘에서 시간도 같이 보낸다. 그들이 예전만큼 돈독해지는 게 내가 바라는 모습이다.

너무 이상적인 바람 아닌가.

영화 속에선 ‘언글로리’했지만 나중에라도 ‘글로리’했으면 좋겠다. 그 당시엔 어른들의 압박 속에서 선택권이 하나 밖에 없었다. 죄책감을 회피하고 싶겠지만 그걸 시간이 지난다고 어떻게 잊겠나. 결국 친구들이 용비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을 것 같다.

용비와의 실제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 실제로는 정의로운가, 거친 청년인가.

용비처럼 거칠진 않지만 아무리 강자라도 정말 아닌 것은 이야기하는 편이다. 조심스럽고 예의 있게 생각과 의견을 이야기하는 거다. 하지만 대부분 빨리 납득하고 잘 따르는 편이다. 생각보다 유한 편이다(웃음).

Photographer. 이명수 Photographer. 이명수

글로리데이촬영 현장에선 어땠나.

촬영장이 우리 세상이었고 순간순간이 즐거운 놀이터였다. 해맑고 소소한 애들을 연기하다보니 우리도 모르게 점점 그렇게 되고 있었다. 장난꾸러기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추격신 촬영 중에 우리끼리 몰래 차에서 야식으로 치킨을 시켜 먹었는데 소스를 묻히고 먹어서 들키고 말았다. 캐릭터가 정서에 영향을 미치더라. 별거 아닌 것도 그렇게 재밌었다.

사총사로 함께 출연한 김준면, 류준열, 김희찬을 칭찬해 달라.

먼저 김준면은 눈도 선하고 생각 자체도 맑고 선하다. 월드스타 ‘엑소’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정말 열심히 한다. 배우에 대해 진중함을 가진 것이 김준면의 또 다른 매력이다.

류준열은 무엇이든 다 잘하는 면이 있어서 코믹적인 것부터 반대되는 것까지 다 보여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여성분이 볼 때 청량하고 시원하고 섹시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김희찬을 처음 만났을 때 ‘남자가 눈망울이 이렇게 동그랗고 예쁠 수 있나’했다. 정말 인형 같더라. 반대로 목소리는 남성적이고 연기할 때는 섬세함과 진정성이 있다. 이번 작품에도 그런 면이 잘 녹아나왔다.

주변에 형들이 정말 많더라. 배우 변요한을 비롯해 나이 차이가 많은 형들도 잘 따르는 것 같다. 형 콜렉터인가.

살아온 환경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초등학교 땐 유도부를 했고 남중, 남고를 나왔다. 극단생활을 할 때도 형들과 함께였다. 늘 남자들이 가득한 삶을 살아왔다.

변요한 사단에 아직은 대중이 모르는 신인배우들도 많이 있다던데. 2015년에는 류준열과 이동휘가 알려졌다. 올해 주목할 만한 변요한 사단 배우를 추천해 달라.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에 출연했고 현재 SBS드라마 '미세스캅2'에도 나오고 있는 이현욱, SBS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황희 역으로 출연한 권시현, 그리고 영화 ‘무수단’ 서현우도 주목할 만 하다. 그 외에도 정말 많다. 시기만 다를 뿐이지 다들 잘 될 배우들이라 생각한다.

비주얼을 봤을 땐 당연히 모델 출신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극단 생활을 오래 했더라.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단에 처음 들어갔을 땐 고등학생이었다. 사실 의도해서 들어간 것도 아니고 연기학원을 다닐 때 따르던 선생님이 극단을 차리셨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극단에서 뚝심으로 연기를 하고 버티는 것에 지치지는 않았나.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한창 호기심과 열정으로 가득했고 모든 게 신세계였다. 극단엔 직장을 그만두고 온 형들도 있었다. 그에 비해 난 부모의 보살핌 아래 있었고 극단 생활은 그저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지금 말하는 것을 보니 언론시사회 때 긴장을 정말 많이 한 것이 느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입이 풀리고 있다.

낯을 많이 가리고 많은 분 앞에 있으면 긴장한다. 아마 시간이 지나도 긴장은 계속될 것 같다. 나는 소수정예 스타일이다(웃음). 사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입담이 좋은 편이다.

요즘 20대 배우들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 많이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지수는 청춘물 출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나중에 보면 소중한 기록이 될 것 같다.

물론 소중한 기록이고 하고 싶은 것들이었다. 워낙 청춘물, 성장물을 좋아해서 필모그래피로 쌓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까진 어둡고 다크한 연기가 주를 이루는데 앞으로는 다른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 예를 들면 한 분야에 천재성이 있는 4차원 캐릭터나 영화 ‘건축학개론’처럼 순수한 첫사랑의 감정이 담긴 멜로를 하고 싶다. 완전 반대로 최고의 바람둥이도 연기해보고 싶다. 최근 출연한 KBS드라마 ‘페이지터너’에선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배우 지수가 숨겨놨던 유머 27% 정도를 녹여낸 작품이다(웃음).

Photographer. 이명수 Photographer. 이명수

특별히 청춘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있을까.

아무래도 좋아하는 작품들의 영향이 크다. 그 작품들 속엔 반항아 캐릭터가 주를 이룬다. 반항이라는 게 강자에게만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거기에 왠지 모를 매력을 느낀다.

최정열 감독이 지수를 제임스 딘, 이정재의 데뷔 시절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춘의 상징이라고 극찬했는데.

정말 좋아하는 배우들이기도 하고 말만 들어도 기분이 정말 좋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과한 것 같아 반만 들으려고 한다(웃음).

또래 남자배우들과 다른 길을 가려는 것 같다.

이미지의 영향도 있다. 청춘스타로 불리는 분들은 너무 잘생겼다. 내 외모와 매력을 스스로 받아들인 지 꽤 됐다. 때문에 가야 할 길과 방향성에 대해 굳혀진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는 목표를 잘 이뤄나가고 있나.

지금까진 원하는 길을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일단 하고 싶은 역할들을 좋은 작품 안에서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은 작품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이고 아직 갈 길이 멀다. 훗날 20대 지수라는 배우를 회상하면 ‘청춘’이라는 키워드가 같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지금이 청춘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나이인 것 같다. 앞으로 계속 잘 쌓아나가 좋은 배우,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입이 늦게 풀린 것 같아 물어보는 건데 혹시 못한 말 있나.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이은원 star-fl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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