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에게 다양한 레시피를 제공하는 시도였죠” 신연식 감독
“배우들에게 다양한 레시피를 제공하는 시도였죠” 신연식 감독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07.1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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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r.이민지 photographer.이민지

네 편의 작품이 한 데 어우러진 옴니버스 식 구성이다. 새로운 구성방식에 도전한 프랑스 영화처럼작품을 소개해달라.

배우발굴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된 네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영화다. 사실 기존의 작품을 많이 하는 배우들도 상업영화에서 소비되는 이미지를 벗어나 좀 재밌는 걸 하고 싶어 한다. 연출자도 그렇고 감독도 그렇고. 하지만 상업영화 제작환경에선 쉽지 않은 게 있다. 그래서 이런 플랫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서 제작하게 됐다. 예를 들어 2-3회 차 안에 끝나는 단편들이면 인지도 있는 배우들도 스케줄 조절이 가능하고 또 인지가 있는 배우들과 함께 신인들도 발굴하는 플랫폼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신인의 발굴과 기존에 알려진 배우들에 관한 다양한 레시피를 제공하자는 시도였다. 나중에는 신인 한 명을 데리고 앙상블, 정극, 코믹, 이미지연기 등으로 조연, 주연 가리지 않고 써보고 싶다.

수많은 아이돌 중 특별히 김다솜씨와 전지윤씨를 캐스팅하게 된 이유가 있나.

다솜이는 원래 연기에 대해서 진지한 목마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너무 적극적이었다. 아이돌이라고 해도 다 상황이 다르다. 이것도 해볼까 궁금한데 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는 반면에 원래 배우를 하고 싶었는데 우연히 가수가 된 친구들이 있다. 다솜이나 지윤이는 완전 그런 케이스다. 아이돌 가수를 하려고 해서 된 게 아니고 우연히 된 케이스. 원래 배우를 하고 싶었던 걸로 안다.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

타임 투 리브 :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실제로 선택적 죽음을 하는 사람들을 봤다. 스위스 사람들인데 울지도 않더라. 정말 두 손 꼭 잡고 얘기를 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하고 끝나더라. 되게 쇼킹했다. 그걸 보고 삶에 대해 숭고한 생각이 많이 들더라. 우리가 살아온 그 순간을 보니까 살아온 순간에 대해 우리가 끝을 생각안하고 살면 그냥 흘려보낼 때가 많다. 하지만 끝을 생각하고 바라봤을 때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타임 투 리브’와 같은 상황이나 이런 딸들의 태도가 비현실적으로 생각될 수 있는데 실제 선택적 죽음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울지도 않는다.

맥주 파는 아가씨 : 맥주 파는 아가씨도 마찬가지다. 다 술취했잖아요. 맥주 파는 아가씨 빼고. 이 사람들 맨 정신에 절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근데 다 술 취하고 자기가 생각하던 관념에 남성중심사회의 계급의식과 부조리에 의해 갇혀있던 자신의 욕망들을 이 여자를 대입해서 막 푼다. 정작 이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도 모르고. 이 술집밖에 나갔을 때 못하는 행동, 누군가 나에게 해주길 바라는 행동을 막 하는 건데 그것 자체가 사실 삐뚤어진 욕망이다. 자기가 바라보는 사회구조에 의해 내가 이렇게 차별받고 있다는 자기변명을 남한테 자꾸 그 대상을 찾아서 맨 정신에 못하고 술 먹고 하는거다.

리메이닝 타임: 시간성과 관계성에 대해 각자 갖고 있는 관념으로 생기는 관계의 부조리성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리메이닝 타임 또한 마찬가지다. 영화 속에서의 시간은 함께 있지만 함께 있지 않은 시간들이다. 사실은 내가 생각하는 내 삶에 정립하는 ‘내 관계’ ‘내 필요’ ‘내 관념’에 의한 상대로만 소비를 하는거다. 연인들사이에도. 리메이닝 타임은 그런 소비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거다.

프랑스 영화처럼 : 계속 얘는 인간관계의 어떤 부조리의 자기가 가지고 있는 관념으로 기용이를 바라보고 카운슬링을 하지만 얘가 말하는 프랑스 영화의 관념이 다르고 내가 생각하는 프랑스영화의 관념이 다른 것처럼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거다. 관계나 서로의 대상에 대해서. 철저하게 자기기억과 자기논리와 지기합리. 기용이와 뭐라도 해보고 싶은 욕망에 의해 이미 왜곡이 된거다. 기용이라는 실존인물이 기용이가 절대 이상한 여자가 아니다. 그리고 누군가한테는 그 부조리한 관계가 모든여자들이 누군가에게 기용이와 같은 역할을 할 거라구. 본인의 의지와 본질과 상관없이. 우리는 관계성립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이라는 거다.

어쨌거나 네 편 다 시간에 관한거다. 타임 투 리브는 죽음을 정해놓고 아주 일상적인 것들을 요구하는. 끝을 묶어놓고 봤을 때는 일상적인 삶이 다른 관점으로 보인다는 거다. 각자 삶에서 치이는 부분 때문에 많은 갈등들이 생기는데 모든 걸 배제시켜놓고 보여주고 싶었다. 근데 타임투리브는 끝이 정해져있는 시간이고, 맥주 파는 아가씨는 공간이 한정돼있고 술이 취해있는 비정상적인 시간대. 네 편 다 어떻게 보면 판타지다. 리메이닝 타임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정해져있어서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떤 관점으로 볼까 토론을 한다. 그 안에는 이미 우리가 보낸 시간에 대해 서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고, 어떻게 의심하고 있었고, 앞으로 쓸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담겨져 있는 거다. 프랑스영화처럼은 계속 인물의 관념 속에서 돌면서 정체된 시간 속에서 관계의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거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있더라.

나도 재밌고 배우들도 재밌는 영화를 추구하는 거다. 이걸 내가‘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관계를 허물어야지’하는 관점은 아니다. 내가 재미있고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걸 하려고 하는거다. 나만의 방식으로 연기를 하다보니까 하게 된 일이다.

이전에 작업했던 배우들과도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더라.

가능성이 있으니까 했고. 가장 이상적인거는 제 작품을 하고 빨리빨리 졸업을 하고 더 좋은 감독님 작품을 많이 하길 바란다. 빨리 졸업들을 했으면 좋겠다. 일이 많아지고 너무 잘나가서 내 작품 할 짬이 안 나게 되는 게 내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영화는 계속 망해왔지만 배우들이 평가받고 배우들이 잘되면 기분이 좋더라. '배우는 배우다' 끝나고 준이도 아이돌에서 배우로 완전 정착이 됐으니까. 20대 남자배우 하나 더 생긴거잖아요. 뭔가 이 산업에 조금이나마 공헌한 것 같고. (웃음) 뿌듯함이 있으니까 이런 컨셉을 잡은거다. 힘 있을 때 해야죠.

그렇다면 혹시 눈 여겨 보고 있는 아이돌이 있는가.

이제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왜냐면 본의 아니게 아이돌 전문가로 너무 간 것 같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다솜이에게 내 인생의 마지막 여자아이돌은 너라고 선언을 했다.(웃음) 다솜이가 우리 스탭들 고기를 한 번 사줬거든. 그 순간 내가 무릎을 꿇으며‘다솜아 니가 내 인생의 마지막 여자아이돌이야’라고 했죠.

이민지 기자 minje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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