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준영’ 이 사람을 보라
‘배우 서준영’ 이 사람을 보라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08.01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hotographer. 이명수 Photographer. 이명수

“뭐야 이사람?”배우 서준영의 필모그래피를 보고 나도 모르게 뱉은 말이다. 영화 <파수꾼>과 <회오리바람>으로 알게 된 배우다. 두 영화가 워낙 진지하고 무거운 영화라 필모그래피도 그런 분위기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반올림 주연으로 드라마에 데뷔하고 독립영화를 찍다가 지금은 일일드라마에서 뭇 주부님들의 공적이 되어 있었다. 중간 중간의 단편 영화와 드라마 조연까지 고려한다면 딱히 흐름을 짚어낼 수 없을 만큼 그의 행보는 복잡했다.

뭐하는 사람일까. 드라마나 영화 한 쪽만 딱 선택하는 배우야 요즘은 잘 없다지만 이다지도 작품 장르나 분위기까지 왔다 갔다 하는 건 뭘까. 좋은 작품도 여러 개 했고 연기력도 출중한 것을 보니 불러만 주면 냉큼 달려가야 하는 입장도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질문들이 궁금했다. 직접적으로 묻기도 난감한 질문들을 어떻게 하면 우회적으로 대답을 얻어낼 수 있을까 한참을 준비했다. 대답을 얻은 것 같다.

배우님을 영화 '파수꾼'에서 처음 봤다. 공감되고 잘 이해되더라.

질문지에 '파수꾼'이 있어서 정말 놀랐다. 너무 오래된 영화라서 기억도 잘 안 나는 것 같다.

그 영화에서 처음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지금은 '육룡이 나르샤'를 재미있게 보고 있고 '뿌리깊은나무'도 엄청 좋아했다. 저는 아직도 친구들과 얘기할 때 사극 드라마의 양대산맥으로 '태조 왕건'과 '뿌리깊은나무'를 꼽는다. 그런데 그 두 드라마에 모두 출연하셨다는 걸 이번에야 알았다. 그런데 필모그래피를 보니 그 옛날 반올림에서도 주연을 하셨고... 대체 어떤 작품이 데뷔인건지 궁금하다.

재미있는 게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제 필모그래피가 다 다르다. 유명했던 작품이야 다 같지만 특별출연이나 조연, 옛날 작품은 완전히 다른 것도 많다. 실제로는 2004년도에 데뷔했다. 뮤직비디오였다. '슬픈연가' 드라마의 OST 뮤직비디오다. 윤건의 노래였던 걸로 기억한다. 드라마는 2005년에 SBS '건빵선생과 별사탕'이라는 드라마였는데 하차했다. 연기를 못해서... 영화는 개봉기준으로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 데뷔다. 10년 전의 일이라 잘 기억이 안 난다.

고등학생 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 뮤직비디오 관계자나 가수와 친분이 있었던 건가.

사실 나는 연기자가 되려고 하지도 않았었다. 전혀 관심이 없었다. 원래 공부를 좀 하는 편이어서 회계사가 되고 싶었다. 1,2등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자리 수는 항상 지켰다. 아버지께서도 일반적인 직장인이셔서 보고 자란 것도 연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하다 보니 이쪽 길로 들어와 있었다. 뮤직비디오는 차은택 감독님이라고 계시는데, 그때 당시만 해도 뮤직비디오와 CF쪽으로 굉장히 인정받는 분이 계셨다. CF쪽은 거의 1/3은 그분이 하셨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그때 길거리에서 캐스팅됐다. 아 차은택 감독님이 나를 캐스팅 하신 건 아니고, 강동수 감독님이 이 친구가 해야 된다고 연기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나를 고르셨다. 정말 아무런 지식이 없어서 뛰라 그러면 뛰고 했다. 그래서 그 다음에 운 좋게 브라운스톤 광고를 했다. 이렇게 자꾸 하다 보니 재미가 있어서 하고 싶었다.

또 오래된 영화지만 '회오리바람'도 이번에 흥미롭게 봤다. 그 영화를 통해서 첫 번째 독립스타상의 주인공이 되셨는데 그 영화를 어떻게 기억하시는지.

그때만 해도 계속 드라마 연기를 하던 중이었다. 영화 쪽으로 접근을 할 수 없었는데, 드라마의 약속된 연기를 하던 나를 깨버렸던 첫 번째 작품이다. 내게도 첫 번째 주연 영화였고 장건재 감독님도 첫 번째 연출작이었다. 이 영화 덕분에 '파수꾼'이란 영화도 할 수 있었던 거다. 두 영화감독님끼리 친분이 있다고 알고 있다.

아무래도 그 두 영화가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파수꾼'이나 '회오리바람'이나 정리되지 못하고 실수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기를 정말 연기해주셨다. 팬들도 명작으로 아직까지도 좋아하고 계신다. 연기가 너무 리얼하다보니 혹시 배우님의 고등학교 생활이 궁금해졌다. 어떤 학창시절을 보내셨나. 혹시 영화의 주인공들과 비슷했는지?

나는 반 모범생, 반 날라리였다. 그래도 반에서 늘 한자리 수는 했다. 학원을 다니다보니 시험기간에만 바짝 하면 그래도 점수가 꽤 나왔다. 근데 또 엄청 놀기도 했다. 뭐... 그냥 남들 노는 그대로. 피시방 많이 다니고 야자 째고 리니지, 카트라이더, 카운터스트라이크 하고 그랬다.

고등학교 때부터 방송생활을 했으면 학교에 다니기도 어려웠을 것 같은데 그런 문제는 없었나.

당연히 있었다. 졸업 못할 뻔 했다. 출석일수가 모자라서. 고1정도까지만 공부를 잘했던 것 같다. 솔직하게는 너무 좋은 핑계를 대고 학교를 안 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하지만 기왕 안 나가는 거 연기로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해보자라는 생각이 있었다.

Photographer. 이명수 Photographer. 이명수

드라마와 영화를 번갈아 촬영하다 보면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다. 영화에서 보여줬던 과장 없이 리얼한 톤으로 드라마에서 연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캐릭터도 워낙 독특해서 그런 점에서 고충은 없나.

드라마 연기와 영화 연기가 다르다고들 얘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연기가 다른 게 아니라 포맷이 다른 거다. 빨리 찍어야 하니까 영화작업보다는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찍는다. 지금 천상의 약속 감독님도 틀에 박히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할 수 있게 해주신다. 마치 영화처럼. 요구하시는 연기의 바운더리가 다른 감독님들보다 훨씬 커서 그 안에서 최대한 놀아보려고 하고 있다.

더 자세히 얘기해보면 드라마는 시청자가 영화의 관객만큼 집중해주지 않는다. 영화 관객은 그 영화를 보려고 돈을 내고 표를 사서 극장까지 간 거지 않나. 설거지하면서 보시는 분도 있고 청소하면서 보시는 분도 있다. 그래서 솔직히 정말 가끔은 나랑 잘 안 맞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천상의 약속'도 처음엔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감독님한테 말씀드렸더니 “하고 싶은 대로 해 봐라 내가 잘 담아볼게”라고 감사한 말씀을 해 주셨다. 함께 하시는 선배 배우님들도 워낙 영화도 많이 하신 분들이다. 사실 혼자만 드라마 포맷이 어색하거나 적응을 못하면 안 좋은 평을 받기 십상인데 호흡을 너무 잘 맞춰 주셔서 드라마가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드라마 캐릭터들도 지금까지는 착한 역할만 항상 해왔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하는 게 가능 하겠냐’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건 가능 불가능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사실 나쁜 사람이 과연 나쁜 사람인가. 이 인터뷰를 하면서 건방진 말투로 잡지를 테이블에 툭 내려놓는 게 나쁜 사람이냐 아니면 앞에서는 예의바르고 깔끔하게 대하고서 끝나고 나면 욕을 하는 게 나쁜 사람이냐. 어떤 사람이 악역일까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나쁜 사람은 돈 빌려놓고 안 갚으면서 계속 친한 척 연락하고 챙겨주는 사람이다. 천재적인 사기꾼이다. 가장 천사 같은 행동을 여기저기 하고 다니는 게 오히려 합쳐보면 나쁜 사람일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천상의 약속 시청률이 전체 일일드라마 순위 2등을 지키고 있다. 항상 15%대를 유지하시는데 기분이 어떠신지.

사실 시청률에 대해서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신경 쓰지 않은 지 꽤 됐다. 죄송한 얘기지만 배우가 시청자만을 위해서 연기할 수는 없다. 내 최선의 연기를 다하면 시청자도 최선을 다해서 봐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일 뿐이다. 시청률을 신경 쓰기 시작하면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그런 연기, 딱 그 씬만 정성을 들이게 된다. 심지어 이 건물 1층에는 매일 시청률 순위가 표로 붙는다.

올 해 군입대 계획이 있다는데.

맞다. 나 뿐만 아니고 내 또래 여러 연기자가 올 해 군대를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Photographer. 이명수 Photographer. 이명수

하고 싶은 그대로 필모그래피를 작성할 순 없겠지만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연기하고 싶은 영화 장르라든지.

10대 20대는 연기라는 글자를 이제 쓰기 시작한 거다. 20대에는 내가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해야 하는 모든 것을 다 해봤다. 정말 쉬지 않고 했다. 대충 세어 보니 작품이 50개가 넘었다. 20대의 목표는 내가 스타가 돼야지 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설 수 있는 카메라 앞은 다 서자, 돈을 주든 안 주든 이었다. 스케줄이 허락하는 한 거절 없이 다 했다. 동료들이 연락하면 항상 “촬영중이야”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넌 대체 언제 쉬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30대에는 군대를 전환점으로 한 작품 한 작품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단단하게 다지고 싶다. 작품을 이제 골라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40대에는 드디어 좀 펼쳐보고 싶다. 지금까지는 두, 세 개 작품을 연달아하고 병행하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한 작품 한 작품 깊이를 두고 싶다. 그렇다고 다작을 안 하겠다는 선언은 또 아니다.

3.3에 개봉하는 영화 '방안의 코끼리'가 어떤 영화인지 알려 달라.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한 '신촌좀비만화'의 후속 프로젝트라고만 알고 있다.

하나의 실험 영화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해나가고 있는 도전이 아닐까 싶다. 3D로 계속 만들고 있는데 거기에 깔린 제작 의도는 정확하게 잘 모르겠다. 연출법에 대한 실험정신이 들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잘 모르겠다. 단순히 실험이라고 치부하기는 좀 위험하겠지만 아무튼 좀 새로운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세 개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중에 내가 맡은 것은 익명성에 관한 이야기다. 여자와 가벼운 잠자리를 하고서 그게 무슨 대수냐 나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식의 캐릭터인데 쿨남인지 쓰레기인지 잘 모르겠다. 익명성에 젖어 있는 젊은 남자라고 보면 되겠다.

스틸 컷에 베드신이 나와 있던데 그러면 그게 배우님의 장면인건가. 다른 기자가 시사회에 갈 예정인데 기대하라고 전하겠다.

그렇게 야한 장면은 아닌 것 같은데 3D라 야하다. 보통 영화에서 속옷을 입고 있는 정도면 야하게 안 느껴지는데 3D니까 다르다.

마지막으로 스타포커스 독자들에게 또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사실 할 말이 잘 생각 안난다. 이런 잡지를 보실 분은 이미 한국 영화를 너무나 좋아하시는 분들일 텐데 또 사랑해 달라 얘기를 하겠나. 그분들한테는 사족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16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고... 건강하시고... 집안에 안녕과 평화가 깃드시고..

이민지 minjieel@naver.com

이성진 chilecamel@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