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의 리베로 옥한나 대표에게 듣는 한국 뮤지컬 현주소
뮤지컬계의 리베로 옥한나 대표에게 듣는 한국 뮤지컬 현주소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09.0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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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극예술은 형제지간이다. 역사적으로 따지자면 극예술이 족히 이천년은 형님이다. 영상기술이 발전하고, 자본주의 풍토가 완전히 정착되면서 일시성의 예술인 극보다는, 재생산이 쉽고 더 감각적인 영화 장르가 대중에게 더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혈통의 영향으로 극과 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대학로의 배우가 영화배우로 성장하고, 영화배우가 대학로에 도전한다. 영화 잡지가 왜 갑자기 뮤지컬계 인사를 다루느냐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극 없이 영화 없고, 대학로 없이 충무로 없다”

대학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시장규모 면에서는 성장이고, 구조면에서는 새로운 변화다. 영화잡지로서 당연히 주목이 가는 현상이다. 그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느끼고 있는 인물을 섭외했다.

옥한나 대표(30)는 현재 대학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피디 겸, 창작자 겸, 교육자 겸, 웹진 대표 겸, 공연 기획자다. 한 사람이 어떻게 이 많은 일을 다 해내고 있을까. 대학로의 리베로로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옥한나 대표에게 현장에서 피부에 스치는 변화의 바람에 대해 물어보았다.

photographer.이성진 photographer.이성진

우리는 영화전문 잡지라 옥한나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이 독자 중에 많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프로필을 따로 넣겠지만 간단한 자기소개를 좀 부탁한다.

나는 하는 일이 많다. 뮤지컬 창작도 하고, 배우들을 데리고 하는 공연 기획도 하고, 웹진도 운영하고 있다. 그래도 하나로 소개를 하자면 공연기획자가 지금으로선 제일 잘 어울리지만, 앞으로 창작자가 나의 소개가 되었으면 좋겠다.

전설의 콘써트재미있게 보고 왔다. 원래 노래에 관심이 많아서 배우들의 보컬을 중심으로 보게 됐는데, 다양한 음색의 배우들이 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니 매력적이더라. 일반 대중들은 으레 뮤지컬하면 성악처럼 굵고 울리는 소리를 생각하는데, 요즘 배우들은 각자 록, RB 등 각자 개성 있는 목소리를 사용하는 것 같다.

목소리 자체보다도 작품이 다양해진 것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뮤지컬 수요가 늘어나면서 동시에 정말 다양한 창작극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본이 다양해지니 이전에 없던 캐릭터들이 탄생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도 뮤지컬에 쓰이고 있다. 이미 유명한 대형 뮤지컬들에서 사용하는 발성 말고도 많은 소리가 필요해졌다. 또 기존에‘소리로 노래’하는 방식이‘말로 노래’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소리의 크기와 울림만을 중요시해왔다면, 이제는 실제 배우와 캐릭터에 어울리는 말투가 노래에 반영된다고 보면 된다.

다양한 극들이 생산되고 있다는 말은 대중들에게도 실제로 느껴지는 것 같다. 혜화역 광고판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포털사이트 등에서도 뮤지컬이나 연극 홍보가 많이 보인다.

한국 영화 소비가 외화를 수입해오면서 초반에 성장했지만, 지금은 한국 영화들도 그에 못지않게 수준 있고, 극장에서도 인기가 좋다. 마찬가지로 이전까지 뮤지컬이 해외의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이 지배적이었다면, 이제는 우리네 정서에 맞닿아 있는 새로운 대본과 음악이 많이 나오고 있다. 과거 '난타‘나 ’명성황후‘같은 뮤지컬이 그 시작을 열었다면 최근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창작산실’이나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처럼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아 진 것 또한 하나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합당한 작품 수준을 채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영화와 뮤지컬이 성장하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는 것 같다. 우리만의 극들이 필요하고 또 생산되고 있다니 다행이다.

얼마 전에 영화 '히말라야'를 보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정말 영화를 잘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가 시장을 주도하던 시기가 있었다면 이제는 한국만의 뮤지컬이 자리를 잡는 시기라고 보시면 된다. 관객 여러분께서 좀 더 한국 창작 뮤지컬에 대한 마음을 열고 바라보셔도 될 만큼 수준급이 되었다. 우리 창작극들이 쫓아가고 있으니, 앞으로 관객 여러분께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뮤지컬 배우들의 인기도 예전에 비해 굉장히 높아진 것 같다. 나름대로는 뮤지컬 팬이라고 생각하는 나도 들어본 적 없는 배우들이 '전설의 콘써트'에 모였는데, 꽤 큰 공연장이 여성 팬들로만 꽉 차더라. 뒷자리여서 다행이지 앞자리에 앉았으면 정말 민망할 뻔 했다.

앞자리는 앉고 싶어도 못 앉았을 거다. 이미 예매 오픈 전부터 화제가 되어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이 되었을 정도였으니까. 요즘 뮤지컬 극장의 풍경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그만큼 우리 뮤지컬의 수준도 많이 높아 졌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우리 한국 배우들의 높아진 기량도 이유이다.

90년대 후반부터 아이돌 그룹에만 몰리던 컬트문화가 최근 영화배우를 대상으로도 많이 번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뮤지컬 배우들의 인기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아도 좋을까?

최근 꾸준히 성장하는 뮤지컬 시장에서 새롭게 나타난 현상으로는‘회전문 관객’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뮤지컬을 주로 보는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나타났다.‘회전문 관객’은 한 작품을 반복적으로 관람하는 관객을 가리키는 말인데 많게는 수십 번씩 반복 관람 하는 관객들도 생겨났다. 영화도 물론 반복적으로 보는 매니아들이 있지만, 뮤지컬은‘순간’을 연기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매번 다른 공연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한 작품 당 더블 캐스팅, 트리플 캐스팅이 된다면 어느 배우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되기도 한다. 그 차이를 발견하며 소비하는 것이‘회전문 관객’의 문화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는 물론 특정 작품을 좋아하는 것에서도 비롯되지만, 그 역할을 잘 수행해낸‘배우’에게 그 공이 돌아가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대학로와 극문화의 성장세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 사실 걱정스런 부분도 있다. 아무래도 많은 돈이 유입되면 한 쪽으로 몰리기 마련 아닌가. 비교적 인기요인이 적은 순수예술 쪽 연극도 파이가 커진 덕을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까 얘기한대로‘회전문 관객’의 취향과 기준이 제작자들과 시장에 영향을 주다 보니 인기있는 특정 배우 모시기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인기 있는 배우들의 개런티가 큰 폭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체 예산에서 배우 개런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크다. 그러다보니 티켓 값은 비싸질 수밖에 없고, 더 다양한 소비자들을 끌어오기에 모순적인 시장 상황이 된것 같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인기가 적은 순수예술 연극분야의 극장을 가면 객석이 텅텅 피는 것은 물론 초대권으로 가득 채워진 객석을 보는 일도 흔하다. 이것은 우리가 앞으로 더 풀어야 할 숙제 같다.

그러면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사이에서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봐도 될까. 아무래도 개런티 높은 배우나 좋은 극장을 섭외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양극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는 것이 아닌가.

일단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는 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순수예술 극이 관객이 많아지면 대중예술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런 구분 이전에 제작자가 빚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의 현재 상황이 더 문제다. 뮤지컬 '서편제'를 제작하신 조왕연 대표님도 빚 때문에 힘들어 하시다가 숨진 채 발견돼 업계가 왈칵 뒤집어 진적이 있다. 티켓값이 비싸다 비싸다 하지만 사실 비싼 게 아니다. 제작진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아직도 너무 적은 상황이다.

'서편제'는 관람은 못했지만, 굉장히 작품의 질도 높고 성공한 케이스에 속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니 너무 놀랍고 유감이다. 특히 차지연 씨가 뮤지컬 어워즈에서심청가를 울면서 부르는 영상을 보면서 이건 다음에 꼭 보겠다 다짐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높은 수준과 규모의 작품도 살아남기가 힘든 상황이다. 한 번은 내 스승님이시고 내 마음의 풍금, 난타 등을 제작하신 김종헌 대표님 결혼식에 갔는데 명성황후를 제작하신 윤호진 대표님이 주례를 보시면서‘신랑이 앞으로 또 제작을 한다고 하면 말리라’는 말씀을 우스갯소리 삼아 하셨다. 제작에는 손대지 말라는 얘기가 씁쓸하면서도 공감이 되었다.

대학로처럼 젊음과 순수함의 상징인 곳도 없는데, 대중성도 좋고 마니 문화도 좋지만 다양함이 살아남을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궁금한 점이 이런 상황에서 공연기획자로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전설의 콘써트4일 일정으로 막을 내렸는데 이제는 어떤 계획이 있나.

‘전설의 콘써트’는 사실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집들이 콘서트’의 확장판이다.

집들이 콘서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시면 좋겠다.

처음 시작은 ‘어쿠스틱 콘서트’였다. 7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진행했었다.한국 창작 뮤지컬 시장에 보탬이 되고자 시작했던 일이었다. 그 이후 2년여간 시행착오를 겪으며‘뮤지컬 집들이 콘서트’가 되었는데 , 배우들의 집에 초대 된듯 편하게 작품이야기를 들어보자! 라는 의미에서‘뮤지컬 집들이 콘서트’가 되었다.

그 달의 작품성 있는 창작 뮤지컬의 배우들을 데리고 작품 이야기도 하고 그 작품의 장면을 공연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관객과 친밀감이 느껴지도록 일상적인 소소한 이야기들도 나누며 팬들을 만나고 또 작품을 알리는 기회로 삼고 있다. 이 자리에서만큼은 역할로서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고 있다. 특히‘집들이 콘서트’를 대표하는 코너로‘나에게 쓰는 편지’가 있는데 할 때마다 많이들 운다. 나에게 편지를 써본다는 기회가 잘 없기도 하고 감정을 자극하게 되는 것 같다. 공연이 끝나면 배우들로부터 고맙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집들이 콘서트’가 대학로의 좋은 작품, 좋은 배우들을 더 많이 소개하는 창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photographer.이성진 photographer.이성진

창작 뮤지컬을 다양한 형식으로 대중에게 알린다는 점에서 취지가 정말 좋은 것 같다. 다음 공연에 꼭 가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이 글의 목표는 우리 독자들도 집들이 콘서트에 가도록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이제 본인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를 좀 말씀해주시면 좋겠다.

일단의 목표는 40대 정도에 정말 좋은 뮤지컬 프로듀서가 되는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공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창작자로서는 가족단위가 볼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 지금은 뮤지컬이 주로 젊은 세대에게 많이 소비되고 있다. 부모님과 자식이 손잡고 와서 볼 수 있는 뮤지컬은 많이 없는 상황이다. 요즘은 회사 운영에 대해서도 공부를 계속 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의 운영방식을 많이 참고해보고 있다. CEO로 있으면서도 자신의 작품 활동을 계속 하는 회사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나중에 회사를 만든다면, 창작자와 제작자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함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형식으로 하고 싶다.

또 교육 쪽으로도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 교육에 도입되고 있는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뮤지컬 교육도 준비 중이다. 교육청에서 주관한 뮤지컬 교재집필에 집필위원으로 참여했다. 자유학기제에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문화로 뮤지컬이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뮤지컬 배우나 감독들이 학교에 일일이 파견될 순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학교 음악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만한 교사용 교재를 만들어보려고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학생들이 직접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대본이 없더라. 그래서 만든 게 ‘별의 비밀’(극 옥지혜)이라는 대본이다. 친여동생과 함께 작업했는데 작년에 대학로에서 공연을 끝냈고 지금은 더 수정해서 개발할 생각이다. 대본이나 엠알, 악보도 무상으로 제공해서 학생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취지도 너무 좋고 뮤지컬 팬으로서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계획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서 듣기가 너무 좋다. 꼭 모두 이루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STAR FOCUS’ 잡지를 읽는 영화팬들에게 대학로도 한 번 들러보시라는 의미에서 3월에 있을 좋은 작품들을 좀 소개해주셨으면 하는데...

음... 정말 좋아하는 뮤지컬인데 3월 중순까지밖에 안해서 걱정이다.. 박칼린씨가 출연하는 ‘Next to normal’이라는 뮤지컬을 추천하고 싶다. 한 가족을 통해 평범한 행복을 이야기 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에어포트 베이비’라는 뮤지컬도 좋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창작산실’을 통해 여러 차례의 심사를 거쳐 엄선된 창작품이다.

기왕 나오셨는데 본인이 하시는 작품도 좀 홍보를 하시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래도 시간 내주신 값은 우리가 해드려야 하지 않겠나.

아까 얘기했던 ‘집들이 콘서트’가 잘 됐으면 좋겠다. 1월은 ‘전설의 콘써트’로 대체됐지만 3월부터는 다시 정기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뮤지컬 집들이 콘서트’ 많이 사랑해주세요 ^^

인터뷰를 벌써 두 시간은 넘게 한 것 같다. 기쁜 얘기도 우울한 얘기도 많이 했는데, 잘 정리해보고 추천하신 공연들도 인터뷰 뒤에 매력 넘치게 실어보겠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성진 chilecam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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