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처절했던 릴리 엘베의 삶을 그린 "대니쉬 걸"
너무나 처절했던 릴리 엘베의 삶을 그린 "대니쉬 걸"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09.1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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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레드메인의 소름끼치는 연기 때문이었을까. 릴리 엘베가 마치 다시 살아난 듯 했다. 손의 작은 움직임부터 너무나 섬세했던 감정 연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남자의 모습을 한 에이나르,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에이나르, 여자로써의 삶을 살게된 릴리 엘베의 모습까지 세 모습 모두에 그가 녹아들어 있었다. 정말 대단한 배우였다. 에디 레드메인, 그로인해 꿈같은 2시간이었다.

사진제공. UPI코리아 사진제공. UPI코리아

숨겨진 자아의 조각을 찾아 떠나는 ‘THE DANISH GIRL’

성전환이란 개념이 없었을 시대다. 적어도 1920년대까지는 그러했다. '대니쉬 걸'을 잘 알지 못한 채 영화포스터를 접했을 땐 포스터 속 그녀가 그 일 줄은 생각지 못하고 동성애에 관한 영화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영화 '대니쉬 걸'은 동성애가 아닌 성전환이란 개념이 없었을 시절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시도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다.

그렇다. '대니쉬 걸' 은 최초의 트렌스젠더 ‘릴리 엘베’의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 진정한 자아를 찾은 릴리 엘베의 실화

1882년 덴마크에서 태어난 ‘에이나르 모겐스 베게너(이하 에이나르)’. 그(녀)는 성전환 수술 이후 ‘릴리 엘베(이하 릴리)’ 로 이름은 바꾸었다. 영화 <대니쉬 걸>은 신원이 확인된 사람 중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릴리 엘베’의 전기를 그린 작품이다. 위에서 말하듯 그(녀)가 살았던 1920년대는 성전환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을 시대였다. 영화 속에서 또한 실제 자신의 성과 정신적인 성을 헷갈리는 그(녀)에게 많은 의사들이 성도착증, 동성애자, 정신병자 등 이라며 이상한 사람으로만 그(녀)를 취급할 뿐이었다. 그(녀)는 영화 에서와 마찬가지로 성전환 수술 이전에 ‘게르다 베게너(이하 게르다)’와 혼인했다. 영화에선 나타나진 않지만 성전환 수술 이후에 덴마크 국왕 크리스티안 10세가 그(녀)의 결혼을 무효화 시켰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성전환 수술 과정에서 난소, 자궁도 이식을 받았으며 혼인이 무효화 된 이후 남성을 만나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던 중 거부 반응으로 1931년 사망했다. 영화 <대니쉬 걸>에 의하면 성전환 수술 이전의 에이나르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고 덴마크에서 명성 높은 풍경화 화가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삶을 뒤로한 채 모든 명성을 버리고 오로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그(녀)는 처절하고도 간절한 긴 여정에 떠난다.

사진제공. UPI코리아 사진제공. UPI코리아

- 드레스를 입은 순간, 그때 나는 릴리가 됐다.

너무나도 평범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던 화가 에이나르. 하루는 사랑하는 아내 게르다의 부탁으로 스타킹과 구두를 신고 발 모델이 되어준다. 스타킹의 묘한 촉감과 그런 자신의 모습에 에이나르는 왠지 모를 혼란감이 오게 된다. 그의 표정을 보면 이 혼란감이 처음은 아닌 듯하다. 그 때 등장한 동료 울라 폴슨은 우스꽝스러운 그의 모습에 백합 꽃다발과 가벼운 키스를 건네며“이제부터 넌 릴리야.”라고 속삭인다. 그 때부터 그는 자신의 내면에 숨어살던 진짜 자아의 모습의 조각들을 찾아나서기 시작한다.

그 날 이후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낀 에이나르는 아무도 없는 공간의 거울 앞으로 무언가에 홀린 듯 뛰쳐간다. 거울 앞에 선 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어가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이 ‘남성’임을 확인하고 좌절하며 자신의 성기를 허벅지 속에 감춰버린다. 그리고 나서야 만족한 듯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비친다. 참 충격적인 장면이면서도 그녀이고 싶은 그의 고뇌가 너무나 처절한 방법으로 드러난 장면이 아닌가 싶다. 그러던 어느 날 내향적인 성격의 에이나르는 아내 게르다의 제안으로 완벽한 여장을 한 채 무도회장에 참석한다. 그렇게 내면에 숨어있던 릴리가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처음으로 완벽한 여장을 통해 여성이 된 그는 비로소 진정한 행복감을 느낀다. 그렇게 릴리 엘베로서의 에이나르의 삶이 시작된다. ‘뭘 입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난 꿈속에서 릴리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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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나르 베게너의 진심을 알아준 그녀, 게르다 베게너

여자라면 릴리 엘베의 삶만큼이나 게르다에게 더 마음이 갈 것이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영화다. 에디 레드메인은 “사랑이 얼마나 특별하고 깊은 감정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며 “에이나르와 게르다는 성이나 성별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사랑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영화 '대니쉬 걸'을 보며 들었던 생각은 ‘사랑하는 사람이 변한다면 게르다처럼 끝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었다. 에디 레드메인의 말처럼 성이나 성별을 따지지 않고 진짜 마음으로 사랑하는 게르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의 많은 것들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릴리의 곁을 지켜주며 놀라운 사랑의 포용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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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 레드메인, 릴리 엘베로 다시 태어나다.

배우의 노력이 빛났던 영화였다. 에디 레드메인(이하 에디)은 완벽하게 릴리 엘베가 됐다. 평범한 남자였던 에이나르의 연기에서부터 숨겨진 여성의 모습을 발견한 에이나르, 완벽한 여성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릴리 엘베의 삶까지 너무나 다른 세 인물의 모습을 에디는 너무나 휼륭하게 세 인물이 되어 완벽한 릴리의 삶을 표현했다. 남배우가 여성을 연기한다는 것이 자칫 잘못하면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에디는 릴리 엘베의 모습에선 에이나르일 때의 모습이 잊혀질 정도로 릴리 엘베에게 이입되어 완벽한 연기로 시선을 압도했다.

에디는 동공의 작은 움직임에서부터 여성들의 손동작, 섬세한 감정연기를 선보였다. 그래서인지 거울앞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확인을 하는 장면에서 배우의 노출보다 그가 느꼈을 그 감정들과 고뇌에 더 강하게 마음이 갈 수 있었다. '대니쉬 걸'의 관객들 모두가 영화관람을 마치가 나오는 그 순간 ‘그 배우 누구지, 연기가 아주 대단했어.’라는 말이 입에 오를 것이라 확신한다.

이민지 기자 0614minj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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