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로리데이" 생략의 기교 카스트제도 못지않은 대한민국 신분사회
영화 "글로리데이" 생략의 기교 카스트제도 못지않은 대한민국 신분사회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08.2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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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필라멘트픽쳐스, (주)엣나인필름, (주)보리픽쳐스, 이노기획) (사진제공= 필라멘트픽쳐스, (주)엣나인필름, (주)보리픽쳐스, 이노기획)

영화 '글로리데이'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20살 청춘이 기성세대에 악영향을 받았다는 평으로 귀결된다. 이는 ‘앞뒤를 다 자른’최정열 감독의 불친절함이 낳은 평가다. 93분의 짧은 러닝타임. 그럼에도 우리는 많은 메시지를 받는다

영화 '글로리데이'는 '베테랑'과 상반된 구성을 취한다. '베테랑'에서 유아인(조태오)의 악행은 기 - 승 - 전 - 결이 있다. 굉장히 섬세하며 자극적이고 꼼꼼하다. 황정민(서도철)의 반란은 힘이 있다. 황정민이 악의 축에 대응하는 과정은 ‘우리가 바라는 이상’을 그대로 담았다.

'베테랑'은 123분에 유아인-황정민의 대립을 처절하게 묘사했다. 영화 속에서라도 묘사가 간절해야 했으니까.

반면 영화 '글로리데이'는 악의 축이 훅훅 지나간다. 20살 청춘을 뒤흔든 그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문희경(지공 모)은 류준열(지공)을 빼내고자 (그들 기준으로) 최고의 권력을 동원한다. 그렇다고 ‘정치인’이라는 류준열 아버지가 등장하지 않는다. 유하복(두만 부)도 어느 정도 스포츠계 유명인사인지, 짐작컨대 정의롭지 못한 삶을 살았다는 암시조차 없다. 그저 김희찬(두만)을 나무라는 대사에서 예측할 뿐이다.

(사진제공= 필라멘트픽쳐스, (주)엣나인필름, (주)보리픽쳐스, 이노기획) (사진제공= 필라멘트픽쳐스, (주)엣나인필름, (주)보리픽쳐스, 이노기획)

김종수(경찰 오팀장) 역시 어떤 윗선의 지시를 받았는지 알 길이 없다. 전화통만 붙잡고 있던 김종수는 사건 은폐 앞잡이가 된다. 사건에 휘말린 20대 청춘 지수(용비), 김준면(상우), 류준열, 김희찬이 친했다고 짐작할 뿐이다. 주연 배우들도 이 부분을 고심했다고 전해진다. 전사가 아예 등장하지 않아 상황 연구를 많이 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자세한 내역이 빠지니 러닝타임은 93분이 됐다.

그럼에도 영화 '글로리데이'는 ‘기성세대에 휘둘린 20살 청춘’이 주제임을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최정열 감독의 ‘고단수 계산’이 녹아있다.

영화 '글로리데이'는 비열한 계급사회를 단층적으로 보여준다. 류준열-김희찬-지수-김준면 순이다. 이들은 등급이 매겨지지 않은 친구였지만 사건 후 ‘신분사회’에 편입된다. '글로리데이'를 ‘기성세대와 20살 청춘’의 갈등으로 보기엔 아깝단 얘기다. '글로리데이'는 보다 더 포괄적인 관념, 상위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이를 드러내는 것이 이주실(상우 할머니)과 김동완(용비 형)이다. 이주실은 김준면의 수술비를 낼 수 없는 할머니다. 상층민이 하층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비열함이 드러난다. 신용카드가 없어 현금으로 수술비를 내지만, 그마저도 부족하다. 간호사는 괜스레 타박하고, 이주실은 안절부절이다. 이주실은 문희경-유하복-김종수가 주무르는 상황에 갇힌다. 그들이 상층민이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필라멘트픽쳐스, (주)엣나인필름, (주)보리픽쳐스, 이노기획) (사진제공= 필라멘트픽쳐스, (주)엣나인필름, (주)보리픽쳐스, 이노기획)

김동완은 그나마 ‘신분사회의 요령’을 알고 있다. 김동완은 어두운 작업복을 입고 등장한다. (형제이지만 지수처럼 키가 크지 않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김동완은 최소한 ‘생존법’을 고민한다. 김동완은 지수의 신념을 꺾고 ‘신분사회로의 적응’을 강요한다.

'글로리데이'는 신분사회가 정한 절차대로, 과장하면 '설국열차'처럼 파국을 향해 달린다. 어차피 기득권은 ‘임의로 정한 결과’를 얻는다. 서민층조차 권력층이 구성한 알고리즘에 동의한다. 서민층 밑에는 인권을 무시당하는 나약한 이들, ‘개만도 못한’ 그들이 있다. 그들을 밟아야 신분사회가 유지된다. 지금도 많은 김준면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러닝타임이 짧아도, 전개가 빨라도 '글로리데이'는 우리를 분노케 한다.

오현지 email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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