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취향 저격수, 클래스가 다른 명품연기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 의 김명민
관객의 취향 저격수, 클래스가 다른 명품연기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 의 김명민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07.0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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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r.이명수 photographer.이명수

좋은 배우의 기준은 무엇일까. 에둘러서 묻지 않겠다. 배우 김명민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절대적인 연기력 위에는 관객이 있다. 김명민은 관객 위에 군림하지 않았다. 김명민의 공감능력이 발휘될수록 작품은 재미난다. 호기롭게 시작한 인터뷰였고 기-승-전-김명민으로 끝났다.

배우 김명민의 벽은 단단했다. 스타포커스와 인터뷰하는 김명민에게 호기를 부렸다. 김명민의 울타리를 쳐내고 싶다는, 참 쓸데없는 욕망이 생겼다. ‘연기본좌’라는 별명을 한사코 사양하니까 심술이 났나 보다. 그래, 올해가 데뷔 20주년이라고 하니 충격요법을 써보면 어떨까.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그니까. 어쩌면 몇몇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가정했다.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고백하자면 상대를 잘못 골랐다. 김명민은 견고한 성 같았다. 그 자리에 늘 있는 난공불락 요새다. ‘성공한 덕후’라고 인증하는 것 같지만 ‘의문의 1패’를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명민은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를 빈틈없이 준비했다. 작품을 자신의 손바닥 안에 올려놓는 실력은 여전했다.

KBS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김명민을 세상으로 끄집어냈고 MBC드라마 '하얀거탑'이 김명민의 마성을 발산시켰다. 장준혁(김명민 분)이 죽음을 앞두고 강희재(김보경 분)에게 전화했을 때 눈물 꽤나 흘렸다. 아내보다 불륜녀를 사랑하는 장준혁을 이해하다니. ‘김명민의 장준혁’이었기에 불륜이 로맨스였다.

MBC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때는 어땠는가. 키스씬 하나 없는데 가슴이 찢어졌단 말이다. '베토벤 바이러스' 11회 때 강마에(김명민 분)와 두루미(이지아 분)의 포옹씬에서, 소녀시대 태연의 ‘들리나요’가 깔렸다. 강마에는 끝내 두루미를 안아주지 않았다. 영화 '무방비도시'의 오프닝에서 본 손짓이 참 좋았다.

이후 김명민은 잇따라 몸이 고단한 캐릭터를 맡았다. 수트핏이 그리워 원망했던 적 많았다. “고생 그만 해요”란 말의 속뜻은 “수트 언제 입어요?”다. 다행히 SBS드라마 '드라마의 제왕'과 MBC드라마 '개과천선'으로 큰 위로를 받았다. 감격스럽게도 SBS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로 매주 볼 수 있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한 보상이 됐다.

2016년 김명민의 컴백작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서도 수트핏은 살아있다. 또 김명민에게 넘어갔다. 그냥 김명민의 연기 세계에 계속 감금돼 왔다. 김명민의 연기 품에 안겼다. 김명민이 연기를 잘하는 문제, 또는 캐릭터를 ‘늘 김명민화’하는 문제는 맞고 틀리다고 볼 수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김명민의 연기는 늘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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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성기 외모가 필재를 만났을 때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서 사무장 최필재 역을 맡았습니다. 김명민 식의 준비 방법이 궁금해요.

최필재는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죠. 양아치처럼 보이지만 뭔가 있는 느낌, 자세히 설명하면 안 되지만 너무 안 할 수도 없는 느낌을 찾으려고 했어요. 영화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죠. 그러나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고 해도, 관객에게 신뢰감을 줘야 해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불과 며칠 안에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저는 최필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 습득해 연기했어요. 제가 직접 최필재의 일대기를 써보며 캐릭터를 이해했어요. 잘 나가던 경찰이 속물근성 브로커가 됐죠. 대사에서 최필재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경찰, 사무장 직업에 대한 연구는 기본이죠.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서 최필재가 맞선 여사님으로 김영애 배우님이 열연하셨어요. 얼핏 보면 여사님이 갑, 최필재가 을이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갑질을 다룬 영화와는 분명히 달라요. 방향이 달라요. 선과 악, 강자와 약자의 대립을 ‘필연적인 관계’에 의해 해결하죠. 김명민은 권순태(김상호 분)가 최필재에게 편지를 쓴 이유, 최필재와 양형사(박혁권 분)가 등을 돌린 이유 등 등장인물이 엮이며 사건이 전개되는 점에 주목했다. 영화 '베테랑'은 서도철(황정민 분)은 조태오(유아인 분), 배기사(정웅인 분)와 필연적인 관계가 없다. 서도철은 정의감에 불타 움직인다. 관계성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영화를 이끌고 있어요. 그래서 최필재와 여사님이 대놓고 대립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서 권순태와 양형사를 ‘관계성’으로 해석해 주세요.

아시다시피 권순태가 최필재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죠. 만약 권순태가 최필재에게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면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최필재는 권순태의 편지를 보고 복수심에 불타 사건을 파헤치죠. 그러면서 권순태와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 이것이 권순태와 최필재의 관계성이죠. 반면 최필재는 양형사와 갈등을 빚고 배신 속에 옷을 벗게 되죠. 최필재는 양형사로 인해 누명을 쓰게 되죠. 최필재가 누명을 벗기 위해 대해제철과 맞서고요. 이것이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의 차별성입니다. 필연적으로, 어찌하다 보니 힘에 의해 움직이죠. 케케묵은 살인사건을 굳이 최필재의 의지로 꺼낼 필요가 없으니까요.

‘연기본좌’끼리 맞붙는 장면이 있습니다. 김영애 배우님과 함께 연기할 때 어떠셨어요?

최필재가 여사님으로부터 공포를 느껴야 했어요. 같은 공간에서 같이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여사님의 말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 등줄기에 오싹함이 느껴졌어요. (연기) 선수들과 함께할 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었죠. 김명민은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 함께 출연한 배우들을 통틀어 ‘선수’라고 표현했다. 이번 작품에서 김명민은 다른 배우의 출연 분량에 관심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서 조연들이 빛났기 때문에 가능한 ‘자부심’이다. 편집에서 모든 캐릭터가 살아남았다. 모든 캐릭터는 딱 필요한 만큼 등장한다. 모든 캐릭터가 마치 주인공 같은, 진짜 신기한 작품이다. 참, 제가 생각하기에 여사님 앞에서 반전을 노리는 최필재의 모습이 가장 통쾌합니다.

담배를 태우는 장면이 참 많았어요.

영화에서 담배 태우는 거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영화 촬영할 때만 담배를 태우고 끊어요. 작년 9월 마지막 씬을 촬영했는데 머릿속엔 ‘빨리 담배 끊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죠. 최필재의 시니컬함을 보여주기 위해 담배가 필요한 건 사실이죠. 최필재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담배를 태우지만, 개인적으로 힘들었어요. 김명민은 연기할 때만 담배를 태우는 배우로 유명하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이 시작되면서 김명민은 담배를 태웠다. 여지없이 김명민은 마지막 촬영 날 담배를 끊었다.

결혼한 남자 배우, 품절남 배우끼리 잘 어울리는 것을 ‘아재 케미’라고 해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도 아재 케미가 수식어로 붙어요. 여전히 팬층은 탄탄하고요.

이건 어떻게 얘기해도 자랑 같은데요? 김명민은 많이 쑥스러워했다. 예나 지금이나 여심 콜렉터가 맞는데 여전히 부끄러운 것 같다. 천하의 김명민도 여성팬 이야기엔 수줍어진다. 굳이 대답한다면 연기를 향한 열정이 아닐까요? 전 제가 살아오면서 해왔고 하고 있는 것들을 팬 여러분께 얘기하는 편입니다. 남자배우보다 따르고 싶은 인생선배로 좋아해 주시는 것 아닐까요?

영화 '조선명탐정3' 제작이 확정됐어요. 우리나라 영화에서 보기 드문 시리즈물에 캐스팅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의 번외편이나 2편을 기대해도 될까요?

전 늘 작품을 하면서 결과를 생각한 적이 없어요. 돈, 명예를 따라가지 않겠다는 신념도 지키고 있습니다. 배우는 본질을 찾아 연기해야죠. 돈, 명예, 흥행 스코어를 보고 간다면 배우의 생명력은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연기의 본질을 벗어났으니까요. 안판석 PD님께서 “돈과 부와 인기, 이런 것만 쫓아가면 몇 년 후 주변에 삼류의 사람들만 보일 것이다”고 조언해 주셨죠. 그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겼어요. 지금도 신념에 대한 변함은 없습니다. 김명민의 진심과 별개로 출연작 대부분 큰 이목을 끌었다. 최근 종영한 SBS드라마 '육룡이나르샤'는 지상파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고수했다. 영화 '파괴된 사나이' '간첩''내 사랑 내 곁에' '조선명탐정' '연가시' 등은 높은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다. 세상적인 것에 연연하지 않아 얻은 소득이다.

photographer.이명수 photographer.이명수

#2. 그때 그 작품, 어떻게 기억할까

MBC드라마 '하얀거탑'과 '베토벤 바이러스'가 큰 사랑을 받았어요. '하얀거탑'의 장준혁,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강건우)의 실력을 완벽히 재현해 화제였죠.

'하얀거탑'의 장준혁은 천재 외과의사죠. 수술은 당연히 잘해야 합니다. 만약 수술을 못한다면 시청자 여러분께 공감을 얻을 수 없죠. 그래서 저는 제가 갖고 갈 수 있는 무기를 채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으로 50을 준비하고, 현장에서 50을 채웁니다. 김명민은 캐릭터의 직업을 잘 살리는 배우로 유명하다. '하얀거탑'의 장준혁이 수술하는 장면,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가 지휘하는 장면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한다. 거기에 김명민의 섬섬옥수 고운 손이 만났으니.

어떻게 보면 '하얀 거탑'의 장준혁은 악역인데요, 도리어 큰 사랑을 받았어요.

'하얀 거탑'에서 공감대를 불러일으켰죠. 장준혁은 우리의 자화상이나 마찬가지인 캐릭터예요. 굉장히 치졸하고 밑바닥에 있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가지고 있죠. 많은 배우가 마찬가지인데, 저는 장준혁을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장준혁의 명분을 찾아 연기했어요. 오히려 저와 반대편에 있는 분들이 좋은 평을 듣지 못했죠(웃음). 아마 장준혁을 보면서 공감한 시청자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얀거탑'에서 이어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를 응원하는 열혈팬이 많았어요. 하마터면 ‘김명민의 강마에’를 못 볼 뻔했다는데, 맞나요?

저는 캐릭터를 납득하지 못하면 대사 한 마디도 못 뱉어요. 강마에는 그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잖아요. 내용 자체가 자연스럽지 않아서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았거든요. '하얀거탑'을 끝내고, 미국에 갈 때 '베토벤 바이러스'작품을 들고 갔어요.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고전 시대에 살았던 음악가를 떠올렸어요. ‘강마에는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 같은 사람이다’고 생각하니까 술술 풀렸어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루게릭 환자 백종우 역을 맡았어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작품이었죠. 뉴스로 촬영 소식을 들을 때, 직접 작품으로 봤을 때 정말 걱정이 많았어요.

대본 순서대로 촬영했어요. 대본에 ‘몰라보게 마른 몸’ ‘확연하게 빠진 몸’ ‘뼈만 앙상한 몸’대략 이런 순서대로 적혀 있었죠. CG 도움을 안 받으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또 언제 이런 도전을 해보겠어요.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죠. 책임감도 가졌어요. ‘루게릭 병에 대한 인식을 올바르게 바꾸고 싶다’는 욕심도 났고요. 루게릭 환우분과 최대한 비슷하게 보일 수 있도록, 제 근육이 빠지는 것을 제 눈으로 보면서 느껴야 했어요. 당시 김명민은 72kg가 나가는 건장한 체구였지만, '내 사랑 내 곁에'를 촬영하면서 3개월 만에 20kg를 감량했다. 많은 사람이 김명민의 건강을 우려했다. 김명민에게 '내 사랑 내 곁에'는 ‘제작진이 배우에게 의지하는 문제’에 관한 고심을 안겼다.

photographer.이명수 photographer.이명수

#3. 김명민의 프라이빗 토크 : 팬심을 다큐로 받는 김명민의 화법 개봉박두!

언제나 봐도 손이 참 예쁜 거 알고 계시죠? 관리 비법이 궁금해요.

그런 거 없어요, 진짜(웃음). 핸드크림 바르는 정도죠.

연기할 때 목소리가 진짜 멋있어요.

배우 한 사람이 내는 목소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목소리로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요. 대사 톤은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데, 격해지고 울부짖으면 저의 톤이 나와요. 이런 부분은 신경을 씁니다. 김명민스럽지 않게 소리 지르는 것, 그런 고민을 하죠.

데뷔 20주년입니다. 팬도 같이 나이가 들었어요.

팬이 성장하는 과정을 다 봤죠. 초등학생이었던 팬이 대학생이 됐어요. 식구, 가족 같아요.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한 번만 더 보고 싶어요.

음, 그때는 72kg였고요. 지금은 68kg입니다. 하루하루가 달라요. 중력의 법칙은 거스를 수 없으니까요. 그때보다 4kg 정도 덜 나가요. 예전처럼 살이 찐다면? 강마에 느낌은 나지 않을 것 같아요. 이 몸무게를 유지하고 싶네요.

출연한 영화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어요. 한편으로 1천만 관객을 모은 작품이 없어요.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나오기는 하는데, 그런 욕망은 없어요. 1천만이 입에 오르내리기 쉬운 숫자가 된 것 같은데, 하늘이 점지해주지 않으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물심양면으로 힘쓰는 아내분께 전할 말이 있나요?

방송에서도 영상편지 이런 거 정말 못하겠더라고요. (머뭇거리다가) 마음으로 서로 가는 것 같아요.

요즘 많은 배우가 중국에 진출했어요. 중국 진출 계획이 있나요?

중국 쪽 제안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더 활동하고 싶어요.

많은 작품에 출연하셨으니까 감독 욕심도 날 것 같아요.

아뇨. 전혀 없어요. 전 쭉 연기만 할 겁니다.

배우로서 나이 듦, 두렵진 않으세요?

나이를 먹으면서 분명히 얻는 것 있어요. 연기는 연륜에 비례하는 것 같아요. 여유가 생겼죠. 나이가 들면 배역이 줄고 그런 건 있겠죠.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을 테니까요.

후속작이 궁금해요.

좋은 작품 있으면 언제든지 하겠죠.

앞으로도 스타포커스와 계속 좋은 인연이 되길 바랄게요.

지난해 열린 ‘한국 영화를 빛낸 스타상 시상식’에서 톱스타상을 받았습니다. 좋은 상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열정적으로 안주하지 않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오현지 email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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