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 미소년 배우 권율의 브레이크
영화 "사냥" 미소년 배우 권율의 브레이크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07.2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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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r. 이명수 photographer. 이명수

배우는 1차로 외모에 의해 평가를 받는다. 배우에게 ‘잘생김’이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주목받는 비주얼은 경쟁자보다 유리하다. 그러다가 팬이 덧씌워준 환상이 생긴다. 연기를 갈망하며 투명한 껍질을 벗어 던지면 딜레마에 빠진다. 남이 기대하는 것은 한정적이다. 그 뜻에 따르자니 제자리걸음 같고, 과감히 변신하자니 주변에서 자꾸 묻는다. 요즘 말로 ‘필모그래피’관리를 어떻게 하느냐. 배우 권율은 그 지점에 서 있다.

배우 권율이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를 감히 추측해보건대 “로맨틱 코미디 역”이라고 시작하는 말일 게다. 큰 키, 평범하지 않은 비율, 여자보다 더 하얀 피부, 중저음의 목소리. 일단 외형은 100점이다. tvN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2]의 이상우 역, MBC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의 구해준 역만 생각하면 그렇다. 현재 tvN드라마 [싸우자 귀신아]의 주혜성 역도 마찬가지다.

배우에겐 고민이겠다. 권율은 별별 역을 다했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의 지훈, <명량>의 이회, SBS드라마 [너를 노린다]의 염기호가 있는데, 권율에게 잣대가 생기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간절히 탐내는 것일 수 있지만) 권율은 “부드러운 외모가 정말 감사합니다”면서도 “한때 콤플렉스로 작용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닙니다”라고 스타포커스에 고백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드디어 권율은 ‘외모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자격요건을 갖췄다. 원래 권율은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권율이 나타나지 않았다. 영화 <사냥>의 맹실장은 권율의 위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려 한다. 곱디고운 얼굴선, 눈처럼 하얀 피부, 맑은 눈동자에서 타락이 느껴진다. 권율은 ‘아름다운 청년 얼굴’이 ‘진정한 배우 마스크’로 변신하는 과정을 <사냥>에 담았다. ‘잘생겨서’좋다. 그리고 ‘왕자님 얼굴’로 추악함을 적나라하게 연기할 수 있음을, 증명해줘서 고맙다. 그 얼굴로 어떤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음을 허락하고 싶다.

photographer.이명수 photographer.이명수

#1. 로맨틱 가이 권율의 역습, '사냥'의 맹실장

'사냥' 출연을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있나요?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님께서 제작하신 작품입니다. 또, 안성기 선생님과 연기할 수 있고요. 두 분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사냥'의 맹실장 역은 배우 권율이 가진 비주얼과 싱크로율이 딱 맞아요. 로맨틱 코미디에서의 다정다감한 외모였는데 악랄하게 변하니까 소름 끼치도록 무서웠어요.

사실 비주얼로 역할이 국한됐던 시기가 있었죠. 저에게 외모는 정말 감사한 거지만 콤플렉스로 작용한 적도 있어요. 그러면서 느낀 것은 배우가 연기할 때 마스크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공감하는 연기를 표현하느냐’가 중요함을 깨닫게 됐습니다. 외모를 넘어서서 ‘그 안에서 잘 어울리는 외모가 되는 것’이 중요하죠. 이를테면 '사냥'에서 맹실장에게 잘 어울리는 외모가 되는 겁니다. 만약 제가 “피도, 흙도 멋있게 묻혀 주세요”라고 했다면 이질감이 느껴졌을 겁니다. 외모가 거칠게 망가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어요. 제가 맹실장에 몰입해서 야비하고 이기적인 외모가 보인 것 같네요.

특히 눈빛이 서늘했어요.

전 촬영할 때 늘 감독님의 디렉션을 무조건 따라요. 테이크를 여러 번 가는 게 굴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반대로 정말 감사한 일이죠. 저를 위해 많은 스텝 여러분이 기다려 주시는 거잖아요. 배우로서 엎드려서 절해야 할 정도로 고맙게 생각해요. 전 '사냥'에서 감정의 끝을 치려고 했어요. 눈빛은 배우가 관객과 만나는 첫 번째 지점인데요, 이우철 감독님께서 잡아주시는 대로 믿고 따라갔습니다. 저에게 새로운 캐릭터의 도전, '사냥'의 맹실장을 만난 것이 대단한 인연이죠.

'사냥'의 맹실장 역의 전사가 궁금해요. 맹실장은 왜 그렇게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까요?

맹실장은 ‘회장님’을 모시는 인물이죠. 맹실장은 끝까지 남아 있잖아요. 그 이유가 뭘까 많이 생각했어요. 맹실장은 박동근(조진웅 분), 곽종필(박병은 분), 김창식(한재영 분), 손기욱(김윤성 분), 이필호(조대희 분)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맹실장이 결정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못하죠. 맹실장이 극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회장님과의 관계 때문일 겁니다. 맹실장이 회장님께 전화해 “변기를 금으로 싹 바꿔야겠습니다. 내가 그랬잖아요”라며 놀리듯 말하죠. 이 장면에서 유추할 수 있어요. 맹실장이 금광 발굴 프로젝트 때문에 회장님께 계속 놀림을 받았다는 추론을 할 수 있죠. 궁지에 몰린 순간, 금을 찾은 겁니다. 맹실장은 ‘그러니까 늙은이가 좀 기다리지’하는 마음이었을 겁니다. 어떻게 해서든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었을 테죠.

같이 금광을 캐러 다니는 무리와 맹실장은 어떤 관계였을까요?

맹실장은 브레인 타워(brain tower)죠. 그래서 정장도 쓰리피스로 입었어요. 반면 엽사들은 우락부락하죠. 곱상한 친구가 통제하려는 지점이 재미있게 보인 것 같아요. 이우철 감독님께서도 그런 마스크를 찾으신 것 같고요. 제 기운으로 그들을 누르려는 게 아이러니하니까요.

'사냥'에서 유일하게 수트를 입고 뛰어다녔어요. 불편하진 않았나요?

같은 옷을 여러 벌 준비했어요. 슬림한 수트라서 추격씬을 찍다 찢어지기도 했죠. 바위에 잘못 앉아서 바지가 찢어진 적도 있어요(웃음).

맹실장의 디테일한 설정, 연기가 주목받았어요. 우선 비주얼부터 살펴볼까요?

시간의 변화에 따라 맹실장 옷이 찢어지고 행커치프가 없어지죠. 맹실장은 산과 어울리지 않아요. 처음 맹실장은 구두에 흙이 묻자 털어내죠. 하지만 나중에 누군가의 장화로 갈아 신는단 말이에요. 중요한 포인트죠. 산 속에서 본성에 따라 변하고 말아요.

그렇다면 맹실장의 감정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금광을 발견하고 의기양양하죠. 뜻하지 않은 상황,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엽사 집단의 무서움을 목격하며 주눅이 들고 기가 죽어요. 그들의 규칙을 따라가는데 계속 무시를 당하니까 ‘다 무용지물이다’고 판단하죠. 그래서 ‘내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겠다’는 악한 본성이 바닥에서부터 올라와요. 회장님과의 관계에 대한 분노까지 덩달아 터져요.

맹실장이 귀여운 면도 있어요.

산에 정말 어울리지 않아서 재미있게 표현된 장면이 있죠. 땅을 손으로 파헤치거나 하는 장면이요. 같이 영화를 보던 진웅이 형이 놀렸어요(웃음).

또래 남자배우들끼리 찍다 보면 쉬는 시간이 즐거웠을 것 같아요.

물수제비도 하고 구멍에 돌을 넣는 게임을 하곤 했어요. 산에서 놀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까요. 머리가 멍해지는 게임을 하면서 휴식을 취했어요. 나중에는 돌을 하도 던져서 어깨가 좀 아팠어요(웃음).

한편으로는 '사냥'에서 쟁쟁한 선배 배우와 작업했어요.

안성기 선생님(문기성 역)께서는 먼저 솔선수범을 보이셨어요. 진웅이 형과는 끊임없이 대화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했어요. 어떻게 해야 더 극적으로 보일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현장에서 애교도 많이 보여 드리고 헛소리도 종종 했어요(웃음). 그런 점을 귀엽게 잘 받아 주셔서 감사하죠.

'사냥'의 매력이 뭘까요?

따뜻한 드라마가 있습니다. 시나리오로만 봤을 땐 ‘달리는’영화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시사회 때 완성된 작품을 보니까 안성기 선생님과 한예리 배우님(김양순 역)의 드라마에서 가슴 뭉클함이 크게 남았어요. 빠르게 달려가는 추격 영화지만 어떤 작품보다 가슴 따뜻한 드라마가 있습니다.

맹실장과 권율, 어떤 면이 닮았을까요?

음. (고민하다가) 맹실장과 저는 솔직해요. 그런데 맹실장은 악한 부분에서 솔직함을 드러내고, 저는 진심을 표현하기 위해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photographer. 이명수 photographer. 이명수

#2. 권율에 저당 잡힌 여심

여러 작품에서 브로맨스를 보여 주셨어요. '사냥'도 마찬가지고요. 브로맨스 비결이 뭘까요?

(멋쩍어하며) 제가 그들의 약점을 잘 알고 건드린다는 점일까요?

친한 배우로는 누가 있나요?

윤계상 선배님, 이제훈 배우님, 박정민 배우님, 변요환 배우님과 친해요. 중앙대학교 선후배들과도 친하고요.

SBS예능 '런닝맨'에서 '사냥'처럼 열심히 뛰셨어요.

정말 너무 힘이 들었어요. '런닝맨' 멤버들 정말 대단해요.

tvN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2'와 MBC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에 출연하면서 무엇을 배웠나요?

'식샤를 합시다 2'에서 이상우 역을 연기하면서 스스로가 원망스러운 부분을 극대화하려고 했어요. 이상우의 일부 면이 제 안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이상우로 보이게끔 표현하는 게 급선무였어요. 전달할 감정을 먼저 보여주는 거죠. 비단 '식샤를 합시다 2'를 촬영할 때뿐 아니라, 다른 연기도 마찬가지죠. '한번 더 해피엔딩'에서는 저에게 감사하고 소중한 작업이었어요. '식샤를 합시다 2'와 다른 로맨틱 코미디를 표현하는 계기가 됐죠. 아쉬움은 조금 남아요.

실제 성격은 어때요?

생각보다 정이 많고 털털하고 사람 좋아해요. 남자다운 면도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죠.

촬영이 없는 날은 뭐 하세요?

청소해요. 저 혼자 사는 남자입니다. 인테리어도 하고 그래요. 그런 거 정말 좋아해요.

권율의 눈빛 속에는 무엇이 담겨 있나요?

어, 글쎄요.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눈빛이랄까요? 그래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좀 쑥스럽네요.

지금의 권율을 만든 작품이 있을까요?

그동안 해왔던 모든 것들이 쌓였어요. 한 작품에 출연했던 하나의 씬도 있을 테고요, 로맨틱 코미디 캐릭터도 있죠. 이렇게 출연작의 캐릭터가 다 쌓여서 ‘연기하는 친구다’ ‘어떤 친구인지 볼까?’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권율은 어떤 배우인가요?

두려움 없이 다 부딪혀 보고 싶어요.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많아요. 무명시절 때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어요. 힘들어도 ‘배우를 그만둬야지’란 생각조차 안 했어요. 배우는 작품의 한 부분입니다. 끝까지 심도 있고 밀도 있게 파고드는 인내와의 싸움, 그 과정을 참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오현지 email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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