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서 사랑으로 변주된 남성성, 영화 "그물"
절망에서 사랑으로 변주된 남성성, 영화 "그물"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11.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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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NEW>

관객들은 김기덕 감독의 작품 속 남자들을 어떻게 기억할까. 그의 22번째 영화이자 최신작인 영화 '그물'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에는 그의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 집약되어있다. 지금까지 김기덕의 페르소나들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며 사회에 반항적인 입장이었다. 사랑받지 못한 남자들은 여자를 통해 구원을 얻으려 하지만 남자는 구원받지 못한다. 그리고 여자의 삶은 남자의 등장으로 인해 그 전과 후로 나뉜다. 지금까지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이런 양상이었다. 하지만 '그물'에서는 ‘남철우’라는 남성을 통해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그물'은 본의 아니게 남한 해류로 흘러들어온 북한 어부 남철우(류승범 분)의 이야기다. 배가 그물에 걸려 남한에 온 그를 본 국정원 요원들은 그를 간첩으로 몰아간다. 철우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온갖 고초 끝에 겨우 북한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남한에서 당한 것 못지않은 핍박에 시달린다.

사람들은 '그물'을 보고 김기덕 감독이 달라졌다고 한다. 부분적으로는 맞다. 초기작들에 비해서 잔인한 장면은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 충격의 강도는 덜하다. 차이점은 극중 남성을 대하는 김기덕 감독의 태도이다. 지금까지 김기덕 감독은 사랑하지 못하거나 사랑받지 못하는, 이 사회에서 이단아로 취급하는 남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영화 '나쁜 남자'의 한기(조재현 분)는 자신의 여자를 창녀로 만들고, 영화 '사마리아'의 영기(이얼 분)는 자신의 딸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을 처단한다. 여자들은 타락하거나 방치된다. 이 행위는 비정상적이며 수많은 페미니스트들의 반감을 일으켰다. 김기덕 감독이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그것을 취하는 방식은 언제나 불편했다.

어느 지점부터 김기덕 감독은 구원을 얻기 위해서는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사랑해야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거기에는 ‘폭력’이라는 동일한 방식이 수반되지만 그 방향은 같은 남성 혹은 뒤틀린 외부세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쪽으로 향한다. 사랑 받기 위해서는 먼저 사랑 할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을 남성들은 오랜 시간 끝에 체감한다. 녹록치 않은 과정을 거쳐 체득한 결론이지만 이 온기로 인해 김기덕 영화는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 면에서 철우는 지금까지 선보인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는 드물게, 아니 최초로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히 여성을 사랑하는 남자로 등장한다. 극중 처음과 끝에 나오는 두 사람의 포옹은 철우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철우가 왜 그토록 북한으로 가야만 하는지를 알려주는 이유가 된다. 북한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눈을 감으면서까지 지키려했던 것은 표면적으로는 사상이지만 그 내면에는 가정이 있다. 철우가 원하는 것은 남한과 북한이라는 ‘경계’가 아니라 물고기를 잡아 번 돈으로 먹여 살릴 ‘가족’이다.

북한이라는 척박한 공간에서 가정이 존재 이유가 된 남자가 김기덕 영화에 나오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언제나 절망에 가득 찬 표정으로 거리를 배회하거나 강제로 여자에게 입을 맞추던 남자들. 그들로부터 바다에 그물을 내리며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 이동하기까지 김기덕 감독은 치열한 시간을 거쳤다. 앞으로 그의 영화에 등장할 남자들이 어떤 형태의 사랑을 품고 살아갈지 기다릴 일만 남았다. 새로운 희망은 그렇게 잉태된다.

고경태  kkt13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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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5 14:26:53
네, 12월에 영화 '스톱'도 개봉한다고 하니 꼭 챙겨보세요! ^^

이가영 2016-11-25 14:23:24
김기덕,,감독님,,영화는,,,항상,,기대가,,,돼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