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나쁜 놈들의 대활극, 영화 "아수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나쁜 놈들의 대활극, 영화 "아수라"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10.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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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_02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김성수 감독이 수컷들의 선굵은 영화 '아수라'로 돌아왔다. 정우성과는 무려 4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당시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의 신작소식을 듣고 어떤 역할인지도 묻지 않은 채 무조건 수락했다. 방황하는 청춘남녀들을 다룬 영화 '비트'의 민과 영화 '태양은 없다'의 도철을 통해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의 페르소나로 인식되었다. 스케일이 커진 영화 '무사'에서는 원나라와 고려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솔을 연기하며 거친 남자의 매력을 발산했다. 캐릭터에서 그들을 아우르는 사회로 인식의 지평을 확장해온 김성수 감독은 최신작 '아수라'에서 이 모든 것들을 본격적으로 집약시켰다.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 분)은 박성배(황정민 분)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챙긴다. 박성배는 자신의 이익과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떤 범죄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말기암 환자인 아내 때문에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한도경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악인이 된다. 한편 박성배를 잡는데 혈안이 된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 분)은 한도경을 이용한다. 온갖 협박을 통해서 박성배의 비리를 밝히려고 작정한다. 압박받던 한도경은 결국 자신을 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 분)를 박성배의 하수인으로 들여보낸다.

영화 '아수라'는 현란한 액션과 예측불허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묵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정우성은 이 작품에서 그동안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악독한 역할을 맡았다. 김성수 감독의 무한신뢰에 기대어 자신만의 눈빛과 말투, 행동까지 신경 쓰며 한도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미 시나리오 작업 단계부터 한도경은 그를 염두에 두고 쓴 인물이었다. 두 사람은 무려 15년 만에 촬영장에서 재회했지만 전혀 공백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still_08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박성배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황정민은 "다중적인 성향을 지닌 캐릭터, 인간다운 모습은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극 중 박성배는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 없는 사람이다. 이 점은 황정민이 의도한 것이었다. 김성수 감독도 이런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인물은 황정민 뿐이라고 확신했다. 그의 짐작대로 황정민은 언제나 그랬듯 기대 이상의 호연을 보여줬다.

곽도언이 맡은 김차인은 말끝마다 대한민국 검사로서의 프라이드를 강조하지만 법과 정의 따위는 무시하는 인물이다. 정작 그가 쓰는 방법은 협박, 불법 체포, 감금, 폭행 등 그가 잡고자 하는 악당들과 다를 바 없다. 악인보다 더 사악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고야 마는 김차인은 불법 체포나 폭행, 협박 등을 일반적으로 생각한다. 오승욱 감독의 영화 '무뢰한'에서 혜경(전도연 분)을 압박했던 문 형사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에서 황정민과 함께 호흡을 맞춘 적이 있던 곽도언은 인간의 본능과 검사의 내면을 심도있게 표현하며 황정민과 함께 팽팽한 악의 축을 형성했다. 이 외에도 도경의 후배 형사인 주지훈(문선모 역)과 검찰수사관 정만식(도창식 역)의 탄탄한 연기를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의 재미다.

still_01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남자들. 원래부터 악인이었던 사람부터 서서히 악에 물들어가는 보통 사람들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아수라'는 작년에 대박을 기록한 우민호 감독의 영화 '내부자들'처럼 매우 사실적이다. 그러나 남자들만의 끈끈한 의리나 피 튀기는 배신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박훈정 감독의 영화 '신세계'와도 닮았다. '아수라'는 만화경처럼 다각적으로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다.

아수라는 '축생계와 인간계 사이에 있는 중생'이라는 뜻이다. 얼굴은 삼면이고 손은 여섯 개로 원래 싸움의 신이었다. 하지만 부처를 만나고 귀의하여 불법을 지키는 신이 되었다. 시비를 걸거나 싸우길 좋아하는 인간은 전생에 아수라였을지도 모른다는 설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난장이라고 부르는 이 세상사는 아수라장과도 상통한다. 그만큼 무수한 '아수라'들이 모여 있는 이곳. 먹이사슬처럼 얽혀서 서로 먹고 먹히는 이곳의 이야기는 여전히 뜨겁고도 차갑다.

고경태 kkt13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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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2016-11-25 14:29:59
캬,,황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