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정민 "35살에 17세 역할, '관객 공감 못할 수 있다' 강력 어필"
[인터뷰] 박정민 "35살에 17세 역할, '관객 공감 못할 수 있다' 강력 어필"
  • 조설희 기자
  • 승인 2021.10.07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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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에 열일곱 남고생 역할을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 마냥 자연스럽게 소화한 배우. 검색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많아봤자 30대 초반의 배우라고 느껴졌을 것 같다.
 
데뷔 10년 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욕심없이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박정민은 코로나19 시국 탓인지 영화가 잘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처음으로 하게 됐다. 그러나 따뜻한 영화가 오랜만이었고,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 시나리오 속 이야기에 ‘기적’을 택하게 됐다. 박정민은 그저 관객들 역시 자신이 시나리오를 보고 느꼈을 감정들을 그대로 느껴줬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영화 ‘기적’(이장훈 감독)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정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작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하 박정민 인터뷰 일문일답
 
 
Q. 영화 기적’,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가
 
“제가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연기를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영화가 '기적'같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배우들끼리도 늘 ‘한 편의 인간극장 같은 느낌’이라고 많이 이야기해요. 영화가 잘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했었는데, 의미있는 작품이고 촬영도 즐거웠기에 결과가 과정보다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요. 만나야 될 시기에 만나게 된 훌륭한 영화인 것 같아요”
 
 
Q. ‘기적’ 출연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큰 기대가 없었어요. 그런데 읽다 보니 다 읽게 됐고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분명 글로만 적혀있는 말들인데 마음을 움직였다는 느낌과 함께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죠. 그래서 며칠 뒤에 시나리오를 다시 봤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선택에 있어 1차원 적인 고민은 나이였어요. 극중 준경이가 17세라서 그 부분이 많이 걱정되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께 ‘저는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관객분들은 공감을 못 하실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죠. 그런데 그냥 그 당시가 ‘기적’이라는 영화를 보고 싶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원래 장르물을 좋아하긴 하는데 마침 따뜻한 작품을 만들게 됐네요.
 
 
Q. 가장 공감 및 몰입됐던 부분은?
 
“다 만들어진 양원 역 앞에서 역을 만든 이유를 만드는 장면을 꼽고 싶어요. 그 부분을 다른 관객분들도 공감해주실 것 같고 해당 장면을 찍을 때 실제로 많이 울기도 했거든요”
 
 
Q. 그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자면?
 
“사계절이 지나가는 장면 중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신이요. 그날 실제로 강원도 정선에서 눈 오는 날에 가서 찍었거든요. 처음에는 갔는데 눈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우울해하던 찰나에 딱 눈이 과하지도 않고 적지도 않게 예쁘게 내리는 거예요. 그래서 ‘세상에! 이런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감독님과 저 그리고 분장팀 등 소수만 갔었는데 그 장면이 기억에 가장 남아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Q. 극중 아버지이자 선배 배우 이성민에게 배운점은?
 
“그냥 놀라웠어요. 경이로웠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은데, 사람으로서 깊이가 있으신 것 같았어요. ‘성민 선배님 정도의 나이가 되면 나도 저렇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은 모습들이 있으세요. 제가 감히 배울 수 없는 부분들이었죠”
 
 
Q. 극중 누나인 이수경과 여자친구였던 임윤아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지금까지 모든 영화를 찍으면서 호흡이 안 맞았다고 생각했던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어쩌다보니 선배님들과 작품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에는 나이대가 비슷한 또래와 함께해서 많이 웃고 고민도 많이 나눴어요.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호흡이 좋았다기 보단 그냥 현장 자체가 좋았어요. 저 역시 사뭇 다른 박정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Q.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맞게 됐는데, 소감과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사실 아직도 어딜 가면 막내이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부족한 점들 역시 ‘과연 내가 고칠 수 있나 아님 안고 가야되나’ 등을 거듭 고민하면서 객관화시키고 있는 과정에 있어요”
 
 
Q. 그렇다면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만족스러운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는 편인지
 
“저 지신에게 토닥토닥해주고 싶은 건 크게 신념을 무너뜨리지 않고 힘들어도 잘 걸어왔다고 말해주고 싶은 정도이고 나머지는 만족스럽지 않네요. 그저 지금처럼 스스로를 잘 위로하면서 건강하게 나아가고 싶어요”
 
 
Q. 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책방도 운영했던 이력이 있는데요즘 집필하고 있는 책이 있나
 
“아, 새롭게 쓰고 있는 책은 없어요. 오히려 예전에 발간했던 책을 두고 ‘내가 이 책을 왜 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시점입니다.(웃음) 그러나 좋아하는 형태의 책을 놓지는 않고 싶네요”
 
 
Q. 다음에는 또 어떤 캐릭터로 변신하고 싶은가
 
“현재 ‘밀수’라는 작품을 찍고 있어요. 이 작품에서도 새롭게 변신하는데, 일부러 해보지 않은 캐릭터에만 임하는 게 절대 의도한 게 아니에요. 저를 변신시키려는 감독님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성격의 캐릭터를 맡게 되면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게 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고, 그러면서 매 작품마다 연기력이 좋아 늘 예상 밖의 역할을 해낸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아, 그리고 멜로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이 되는 게 아마 최고의 변신이 아닐까 싶네요.(웃음)”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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